이정성 기자
막대한 국가 예산을 투입해 개발을 완료한 환경설비가 녹슬어 가고 있다.
10일 환경부에 따르면 차세대핵심환경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감염성폐기물의 자동 멸균분쇄처리장치 개발'을 위해 (주)엔포텍(대표 배영)에 6억5천만원을 지원했다.
이에 엔포텍은 환경부 지원금과 산업자원부의 공업기반기술개발사업 지원금 3억원, 자체 자금까지 합해 모두 20억원을 들여 '감염성폐기물 자동 멸균분쇄처리장치' 개발을 완료했다.
하지만 국가 예산까지 들여 만들어진 설비가 현행법의 규정에 발목이 잡히면서 3년이 넘도록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교육인적자원부 소관 법률인 '학교보건법'에는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안에 있는 의료기관에서 감염성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환경부 소관 법률인 폐기물관리법의 경우도 폐기물처리업자의 병원 내 '감염성폐기물 자동 멸균분쇄처리장치' 설치를 제한하고 있다. 병원측의 자가설치만 허용하고 있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대학병원 등 규모가 큰 병원들이 자체적으로 '감염성폐기물 자동 멸균분쇄처리장치'를 설치하려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도심에 위치한 병원들 대부분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 입지해 학교보건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규모가 큰 병원들이 '감염성폐기물 자동 멸균분쇄처리장치'를 구입, 운영하고 싶어도 제도적으로 원천 차단돼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대한병원협회는 환경부, 교육인적자원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학교보건법의 개정을 통해 '감염성폐기물 자동 멸균분쇄처리장치'의 병원설치 허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관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서의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허용은 주관부처나 전문가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환경부가 교육부에 보낸 공문(2005년 10월 16일자)에는 "의료기관 등에서 발생되는 감염성폐기물은 보관·운반·처리과정에서 2차오염 등의 우려가 있어 발생즉시 처리할 경우 위험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 "멸균분쇄시설의 경우, 제대로 관리된다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서라도 처리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앞서 환경부는 교육부와 건설교통부에 보낸 공문(2001년 11월 9일자)에서도 "의료기관에서 발생된 폐기물은 발생 즉시 자체 폐기물처리시설에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의료기관에 설치하는 감염성폐기물 처리시설에 한해 입지가 가능하도록 조치해 주기 바란다"는 내용을 건의한 바 있다.
멸균분쇄처리장치를 개발한 엔포텍 배영 사장은 "집 팔고 사재를 다 털어 기술개발에만 전념해왔지만 이해관계에 있는 감염성폐기물 처리업계의 엄청난 로비력에 철저하게 짓밟히고 있다"면서 "잘못된 법도 바로잡지 못하는 황당한 현실이 너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