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간산 국정감사 ‘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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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율 회장(사)환경실천연합회


이달 13일 북핵 폭풍에 휩싸여 시작된 제262회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그 의미와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상당수의 피감기관들이 허위자료 제출로 인해 지적을 받거나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검토하겠다', '노력하겠다' 등의 무성의한 답변이 난무했다. 여야 의원들 역시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폭로전에서 벗어나 정확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초기의 약속을 찾아보기 힘들다.


환경부 본부 감사의 경우,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함은 물론 현재 국가 환경정책에 대한 문제점 지적과 입법과 예산 반영을 위한 정책 논의가 전무한 채 질책만이 오고 갔다고 평가된다.


지난 20일 제1야전군 사령부에서 열린 국방위 국정감사에서는 대다수 의원들이 불참, 참석의원들의 불성실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의원은 감사 막바지까지 졸다가 2분 가량 무성의한 태도로 자신의 질의시간만을 마쳤다고 한다. 피감기관인 1군사령부에서는 감사를 하는 국회의원들을 위해 헬기를 준비하고 군악대를 동원한 대대적인 환영식을 마련했다고 하니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한 국정감사였냐는 비판과 지적이다.


불성실한 태도로 국민들의 근심과 우려를 자아내게 하는 일부 의원들은 오히려 (사)환경실천연합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2006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활동에 딴지를 걸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우리가 초등학생이냐, 하루 종일 어떻게 회의장에 앉아 있느냐"면서 국정감사 모니터 활동 중 정량평가인 이석체크에 볼멘소리를 했다고 하니, 국정감사에 임하는 의원으로의 자격이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의원들의 질문내용과 피감기관의 답변 내용 경청을 위한 자리 지키기는 실질적인 국정감사의 기본일 것이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보좌관이 준비한 자료만 읽어대고 반복적인 추궁만을 일삼는 의미 없는 국정감사를 만들지 않기 위한 기본적인 사항을 지키지 않는 의원이 어떻게 국가의 정책을 감사할 수 있는지 국민들은 모를 일이다.


이와 함께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경제계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출석하지 않는 사태가 올해도 되풀이되고 있다. 아예 국회 스스로 몸을 사려 증인 채택건과 고발 건을 무더기 부결시기도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불출석 증인 가운데 단 22%만이 고발되고, 이 가운데 실제 재판을 받은 경우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국정감사의 주최인 국회 스스로 권위를 세우지 못하고 그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일에 있었던 대구고등지방법원의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 서로간의 인식 공격적인 발언은 물론 고함과 삿대질이 난무하며, 감사 시작 한 시간도 안돼 여당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정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점검과 분석, 비판을 통한 대안 제시라는 국정감사 본래의 의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야말로 전쟁터가 된 것이다.


국정감사에서 여야 간의 공방전을 보는 것은 한두 해가 아니다. 특히,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열린 이번 국정감사는 시작 전부터 의원들 사이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야당 입장에서는 국정감사가 여권의 실정을 드러내 정권교체의 당위성, 대안세력의 존재를 부각시킬 절호의 찬스이며 여당은 정부를 보호하면서 한편으로 야당보다 더 호되게 피감기관의 잘못을 질책해야 국민들의 비판을 피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정감사장이 각 정당을 대표하는 스타의원 발굴의 장으로 활용되면서 여야가 피감기관의 정책 실패와 예산 낭비를 야무지게 따지고 차분하게 대안 제시를 하는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다.


국정감사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정부의 정책과 예산집행이 제대로 되었는지를 감사하는 일로 정쟁으로 얼룩지고 파행이 거듭될수록 손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이다. 따라서 과거처럼 해묵은 정치적 현안을 놓고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격돌하는 정치의 장으로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몇 명의 스타의원을 탄생시키고 그저 국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연례적 행사로 끝나서는 더더욱 안 될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다양화되는 국정에 상응하기 위해 남아 있는 기간동안 피감기관 및 의원들의 진실하고 성실한 태도를 바탕으로 대안이 있는 고품격 국정감사로 마무리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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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6-10-25 15: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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