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에코저널=서울】오후에는 거금도 서북단에 있는 거금대교 입구로 이동한다. 거금대교(居金大橋)는 국도 제27호의 연장구간으로 거금도와 소록도 사이를 연결하는 총연장 2028m의 사장교(斜張橋)로 2011년 12월 16일에 개통됐다.
거금대교.
국내 해상교량 중에서는 처음으로 자전거·보행자 도로(1층)와 차도(2층)가 구분된 복층 교량으로 건설됐다. 중앙 부분에 높이 167.5m의 다이아몬드 모양의 주탑(主塔) 2개가 케이블로 연결돼 있다. 그 사이의 거리인 주경간장(主徑間長)은 480m며, 바다에서 상판까지 높이는 38.5m다.
고흥의 꿈을 심다.
보행자도로 입구에는 ‘잠들어 있던 고흥의 잠재력을 마침내 깨어난 거인의 모습으로 표현’한 형상이 하늘을 향해 힘찬 손짓을 한다. 고대부터 인간은 대우주를 닮은 소우주로 인식해 왔다. 이는 모든 사람이 하나의 작은 우주이며 그들이 이뤄내는 화합의 에너지가 고흥의 염원을 이루는 순간을 표현한 것 같다. 하단부 전망대는 ‘고흥의 興’을 상징한 것으로, 고흥의 흥을 일으키는 물결과 그것을 실어 나르는 바람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거금대교 1층 자전거도로.
거금대교 인도로 안으로 들어가자 2차선으로 곧게 뻗은 자전거도로는 사람도 안전하게 지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교량 양쪽으로 고개를 기웃거리며 바다가 연출하는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상화도·하화도 아름다운 섬이 짝을 이뤄 바다의 전설을 써내려간다. 막 시작한 장맛비는 바람과 함께 교량 안으로 들어와 살갗을 찌른다.
거금도·소록·녹동항 지도.
거금대교를 걸어서 소록도에 도착한다. 소록도(小鹿島)는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하다고 해서 ‘소록도’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한센병 환자와 병원 직원들만의 섬이었으나, 현재는 아름다운 경관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 됐다. 그래도 소록도는 사실상 섬 전체가 병동의 일부로, 7개 마을에 각각 치료소를 설치해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다.
1970년대 한센병환자 집.
이곳에 도착해 첫 번째로 만난 것이 1970년대에 지어진 한센병환자의 집이다. 1960년대부터 환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이곳 장안리에 살던 원생들을 중앙리와 신생리로 이주하고 남은 집들은 폐가가 됐다. 이후 소록대교와 주차장이 만들어지면서 주변의 전답(田畓)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 집 한 채는 2016년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기념해 ‘한센병 환자의 집’에서 ‘모두에게 열린 집’으로 개방해 남게 됐다.
소록도성당.
소록도는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서 “5·16군사정변 이후 예비역대령 조백헌이 원장이 새로 부임해 모든 사람의 천국을 만들기 위해 오마도간척사업을 시작했으나, 그 안에서 희생되는 현실을 모르고 그가 세운 천국은 모두의 천국이 아니라 자신의 천국이 되어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하운의 시 ‘어머니’.
조백헌 원장은 실존 인물로 정선과 밀양에서 진폐증 병원을 열어 환자를 돌보다 2018년 4월 93세로 별세했다.
어머니
나를 낳으실 때
배가 아파서 울으셨다.
어머니 나를 낳으신 뒤 아들 뒀다고 기뻐하셨다.
어머니 병들어 죽으실 때 날 두고 가신 길을 슬퍼하셨다.
어머니 흙으로 돌아가선 아무 말이 없었다.
이 집 중앙 유리창에 붙어 있는 한하운(韓何雲, 1919∼1975) 시인의 ‘어머니’란 시에 가슴이 시리다. 공사로 마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아쉽게 이번 일정을 마무리한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