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성 기자
【에코저널=서울】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탈핵시민행동’과 ‘종교환경회의’는 고리1호기가 폐쇄된 지 8년이 되는 날을 맞아,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최강국 건설’ 국정기조로 인해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이 일제히 다시 재추진됐고, 현재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총 10기의 노후 핵발전소에 대한 수명연장 심사가 예정돼 있다. 이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심사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탈핵시민행동은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 중단이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출발점”이라며, “해체 및 폐로 산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진정한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 기자회견에서는 탈핵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뜻을 모으는 ‘나도 탈핵시민입니다’ 온라인 서명 캠페인의 시작도 알렸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탈핵 요구를 한국사회와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첫 기자회견 발언에 나선 탈핵시민행동 최경숙 집행위원장은 “고리1호기 영구 정지 8주년인 오늘, 우리는 원전의 시대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며 “고리2호기는 해체 중인 1호기와 주요 설비를 공유하고 있어 방사성 물질 누출 등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에 대한 어떤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나탄즈 핵시설 공습과 자포리자 원전 사례에서 보듯, 원전은 전쟁과 재난의 인질이자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안전한 원전은 허상일 뿐이며, 우리는 태양과 바람이라는 충분한 대안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생명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 원안위는 고리2호기를 비롯한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 심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발언에 나선 종교환경회의 최태량 활동가는 “고리1호기 가동이 중단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선언했지만, 윤석열 정권 들어 수명연장, 해외 수출, 신규 건설, SMR 추진 등 핵 확대 정책이 전방위로 추진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진정한 국민주권 정부를 표방한다면, 비전 없는 핵 정책을 중단하고 민주적 에너지 전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원자력안전위원회 역시 안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책무를 다하고, 국민 전체의 안녕을 위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핵을 주요 정책기조 삼고 있는 각 정당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상현 녹색당 공동대표는 “국내 핵발전소가 노후화되면서 중대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고, 방사성 물질의 일상적 방출로 인해 원전 인근 주민들의 생명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고준위 핵폐기물을 정부는 뚜렷한 대책 없이 원전 지역에 무기한 저장하려 하며, 이는 지역 주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주권을 내건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시민의 생명과 지역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감원전’이 아니라 ‘탈원전’이 답”이라며 ▲10기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중단 ▲원전진흥 중심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백지화 ▲공공재생에너지 정책 수립을 추가적으로 촉구했다.
진보당 정주원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장은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정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약속했지만, 8년이 지난 지금 그 약속은 저버려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리2호기를 포함한 10기의 노후 원전에 대한 수명연장은 중대사고조차 고려하지 않고, 주민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이는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는 비현실적인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의로운 전환의 출발점은 고리2호기를 비롯한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중단하는 것”이라며 “진보당은 탈핵 사회와 공공재생에너지, 지역에너지 자립의 시대를 열기 위한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싸움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탈핵시민행동은 고리1호기 영구정지 8주년을 계기로 ‘나도 탈핵시민입니다’ 온라인시민참여 캠페인의 시작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이 캠페인은 탈핵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서명을 모아 다시 탈핵의 길을 여는 출발점을 만들고, 2026년 지방선거까지 구체적인 탈핵 공약을 이끌어내기 위한 과정이다.
이번 캠페인을 담당한 탈핵시민행동 유에스더 집행위원은 “바로 지금 이 시간, 탈핵을 바라는 시민들의 서명을 모으는 홈페이지를 열었다. 이 서명은 새 정부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라며 “잃어버린 3년의 에너지 정책 퇴행, 그 회복의 시작은 탈핵이다. 탈핵시민행동은 시민의 목소리로 끝까지 요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