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성 기자
【에코저널=충칭】중국 쓰촨성(四川省)의 ‘성도(省都)’는 ‘성도(成都)’로 한자는 다르지만, 한국식 독음은 같다. 중국어 발음은 ‘청두’다. 쓰촨성은 ‘사천요리(四川料理, 촨차이)’로 유명한데, 충칭(重庆, 중경)도 과거 쓰촨성에 속했기에 사천요리가 유명하다.
충칭 시내의 훠궈 소스 판매점. 입구 양쪽에 걸린 고추는 훠궈가 매운 요리임을 암시한다.
충칭시는 지난 1997년 6월 18일 쓰촨성에서 나와 직할시로 출범했다. 청두 인구는 2022년 기준 2100만명을 넘어선다. 3200만명을 웃도는 충칭 인구를 합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와 비슷하다.
청두 음식점의 ‘마파두부’. 위쪽 가운데 한국의 된장찌게 담는 모양의 그릇.
마파두부 전문점의 변검 공연.
청두에서 맛본 사천요리 중 의외로 향이 강하지 않았던 ‘마파두부(麻婆豆腐)’를 맛있게 먹었다. 두 번 먹었는데 한 번은 향이 약간 섞여 있었고, 다른 한 번은 우리 입맛에 딱 맞았다. 간은 약간 짠 정도지만, 밥과 함께 먹으면 적당했다. 식당에서 ‘변검(变脸)’ 공연도 보여줬다.
청두의 역사가 오래된 유명 ‘마파두부’ 전문점 입구.
최근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즐겨 먹는 ‘훠궈(火鍋, 火锅)’는 북방식인 북경(北京)식과 남방식인 사천식으로 나뉜다. 즉, 북경요리·사천요리로 구분된다.
청두에서는 유명 체인점 ‘하이디라오(海底捞)’에서 훠궈를 맛있게 먹었는데, 충칭에서는 색다른 훠궈 식당을 알게 됐다.
찻집으로 개조한 충칭의 방공호.
충칭에는 중국에서 ‘항일전쟁(抗日战争)’이라고 부르는 중일전쟁(中日戰爭) 때 폭격이 많았던 지역으로 꼽힌다. 현재 중국 전역에서 가장 많은 방공호가 남아있다.
일본군의 폭격을 피하려고 만든 공습 대피소였던 충칭의 방공호들은 현재 창고를 비롯해 찻집, 음식점, 상점, 주유소 등으로 변신하고 있다.
충칭에서 80년 이상 지난 방공호를 개조해 만든 ‘동굴 훠궈식당’이 유명하다고 해서 직접 찾았다. 향신료를 싫어하기 때문에 평소 훠궈를 즐기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가능한 도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매운 음식을 멀리하기에 걱정도 됐다.
충칭 용두사공원(龙头寺公园)에 위치한 ‘동굴(방공호) 훠궈’ 식당은 트럭도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규모의 방공호 안에 있다. 방공호 천장은 매우 높았고, 길이는 4km가 넘는다고 한다.
모두 4개의 방공호가 있는데, 1개는 찻집, 1개는 훠궈 식당으로 영업했다. 다른 1개는 식재료 등을 옮기는 차량 통로, 나머지 1개는 창고 등의 용도로 쓰이는 것 같다.
동굴식당 입구,‘동굴 훠궈 식당’은 동굴 입구에 ‘地下之城老火锅(지하지성노화과)’, ‘宇宙第二大洞子火锅(우주제이대동자화과)’라고 적어놨다. 입구 프론트에서 자리를 배정받아 100m 정도 들어가 식탁에 앉았다.
동굴식당 내부.훠궈는 쇠고기·양고기를 비롯해 야채 등 여러 종류를 국물에 담가 익혀 먹는데, 종업원에게 식재료 추천을 부탁했더니 천엽을 권한다. 한국에서도 생간과 천엽을 먹었던 터라 흔쾌히 응했다. 익숙한 재료가 없어 소고기와 콩나물과 야채, 당면, 오징어 등 무난한 것들로 주문했다.
동굴식당에서 훠궈를 먹는 현지인들.종업원과의 대화를 듣게 된 옆 식탁의 70대 중국인은 내게 “한국인에게는 훠궈가 많이 매울 텐데, 먹을 수 있겠냐”고 걱정해 주면서 “훠궈 말고도 다양하고 맛있는 ‘촨차이’가 많으니, 충칭에서의 식객여행(食客旅行)을 실컷 즐기라”고 말했다. 그는 “동굴식당은 항일전쟁 이후 여름철 폭염을 피하는 피서지 역할도 했다”고 귀뜸했다.
동굴식당 위에는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현지인들은 향신료를 많이 사용했다. 주변 식탁을 보니 동물 내장을 비롯해 훠궈에 넣어 먹는 낯선 종류가 많았다.
홍탕과 백탕을 함께 주문한 식탁이 차려져 있다.
충칭 특유의 매운 홍탕 훠궈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홍탕과 백탕을 시켰다. 매운 훠궈는 붉은 칠리, 고추, 쓰촨 후추 등이 들어가 매우 매운 맛이 난다.
참기름이 들어 있는 작은 병과 참기름에 마늘 등을 넣어 만들어 놓은 소스.
사람 수에 맞게 참기름이 들어 있는 작은 병을 주는데, 마늘과 파, 굴소스 등을 각자 취향에 맞춰 섞어 만든다. 백탕에 넣은 식재료를 소스에 찍어 먹는데, 무난했다. 홍탕 국물을 맛보다가 입안이 불타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충칭의 원조 훠궈는 매운 정도를 표현하기 어려웠을 정도였다. 결국 백탕에만 재료를 넣어 먹으면서 현지 식도락은 포기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