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성 기자
【에코저널=세종·대전】정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의 겨울철 폐사 저감을 위해 추진했던 산양 보호대책이 지난 겨울(2024~2025)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된 산양.
환경부와 국가유산청은 지난해(2024년) 10월 28일 ‘이상 기후로 인한 폭설 등 자연재해 발생 대비 산양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산양의 주요 서식지를 3개 권역으로 구분해 다양한 보호 대책을 추진한 결과, 지난 겨울(약 5개월간) 산양 폐사 신고 개체수가 평년 수준(31마리)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양 기관은 겨울철 먹이 부족으로 인한 산양의 탈진 등을 예방하기 위해 80곳에 먹이 급이대와 폭설 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 22곳을 운영해 뽕잎, 무기물(미네랄 블록) 등 약 2만 2천 톤을 공급하는 등 산양의 자생력 향상을 도모했다.
환경부와 국가유산청은 먹이 급이대를 설치할 때 관찰카메라를 달아 산양의 이용 현황을 파악했다.
동절기 폭설 속 고립된 산양 구조.
관찰 결과, 지난해(2024년) 12월부터 올해(2025년) 3월까지 인제·고성·속초권역의 먹이 급이대 15곳의 이용 횟수는 약 520회, 울진·삼척권역의 먹이 급이대 30곳에서는 약 1200회로 나타났다. 이용 시간대는 낮보다 야간 시간대(19시 이후)에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권역별 먹이 급이대 산양 이용 현황(이용 개체수, 이용 패턴 등)은 3월까지 취합된 자료를 바탕으로 세부적인 분석이 진행 중에 있으며, 분석 결과는 올해 11월부터 시작할 동절기 산양보호대책에 반영될 예정이다.
구조가 필요한 산양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순찰도 대폭 강화됐다. 설악산국립공원이 위치한 인제·고성·속초권역에서는 특별순찰대가 편성돼 지난해(2024년) 11월부터 올해(2025년) 3월까지 한 달 평균 160회를 순찰했다. 다른 권역에서도 한 달에 평균 70회 정도 순찰을 실시했다.
탈진 산양 구조.
산양의 찻길 사고 예방이나 탈진 개체 발견 신고 독려 등을 위한 현수막을 132곳에 설치하고 주요 도로에 문자 전광판으로 안내해 지역 주민의 산양 보호를 위한 이해와 협조를 이끌었다.
이러한 조치 결과, 지난 겨울 약 5개월간(2024년 11월~2025년 3월) 산양 폐사 신고 개체수는 31마리로 이례적 폭설 등으로 발생한 전년도 같은 기간(2023년 11월~2024년 3월) 785마리보다 약 96% 줄어들었다. 평년 동절기 산양 폐사 개체수 수준을 기록했다.
한편, 환경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울타리 44곳을 부분개방해 산양 등 야생동물 이동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위한 연구를 진행중에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울타리로 인한 생태계 단절, 방역효과 등의 편익을 비롯해 주민 불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울타리 운영·관리의 효율화 방안을 마련해 산양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할 계획이다.
먹이급이대·쉼터를 이용하는 산양.
환경부 김태오 자연보전국장은 “민관의 협력 덕분에 지난 겨울 산양 보호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면서 “폭설 등 기후변화로 인한 산양보호대책과 병행해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울타리 개방의 효과성을 분석, 야생동물보호와 방역 정책이 상호공존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가유산청 김동대 자연유산국장은 “범부처 협조를 통해 마련된 산양 보호대책이 일정부분 효과를 발휘해 보람있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천연기념물 산양이 후대에도 잘 보존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