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성 기자
【에코저널=서울】기후재난연구소는 산림청의 숲가꾸기, 임도 사업이 진행된 곳일수록 산불피해가 극심했다고 주장했다. 국립공원 내 임도 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산청산불이 휩쓴 지리산국립공원 내부 모습. 산불이 바닥 면만 타고 지나갔으며, 나무들은 타지 않은 것이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숲가꾸기를 하지 않아 탈것이 많다고 하는 곳이지만, 산불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매우 약했음이 확인된다.임상섭 산림청장은 지난 8일 “지리산국립공원 지역이 일부 포함된 산청과 하동지역 산불 진화 때 보존 위주의 정책으로 애를 먹었다”며 “산불 진화 때 활엽수의 낙엽층이 1m나 돼 진화에 애를 먹었다. 오랫동안 쌓인 낙엽 때문에 헬기로 물을 뿌려도 표면만 적실 뿐 속불까지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불이 낙엽층 아래에 있어 꺼진 산불이 다시 되살아나는 일이 반복됐다”고 밝혔다. 그는 산림청이 임도와 숲가꾸기 사업을 할 수 없는 국립공원 내에 탈 것이 많고 접근이 어려웠기에, 산불을 끄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국회 본관에서 열린 ‘산불 피해 대책 당정협의회’에서 “이번 산불의 경우 험한 산악 지형과 국립공원 내 임도가 없어 야간 진화대 투입이 어려웠다”며 “산불 예방과 신속한 대응을 위해 국립공원 내 임도 개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후재난연구소는 현장 확인과 함께 산불피해 정도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인공위성인 SENTINEL-2 위성영상을 분석해 산림청장과 경남도지사의 말이 맞는지 확인했다.
분석결과, 지리산국립공원 산불피해 지역을 드론 사진으로 담은 결과는 어디에 산불이 발생했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해가 거의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청산불로 인해 피해당한 지리산국립공원 내부. 공원 내부 중 가장 피해가 심한 지역 모습.
위 사진은 지리산국립공원 피해지역의 대부분을 담고 있다. 능선부 일부에 검게 탄 소나무만이 산불피해 지역임을 겨우 알 수 있을 정도로 피해가 적었다.
임도가 없고, 탈 것이 많아 불을 끄지 못해, 마치 이번 산불의 피해가 국립공원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산림청장의 인터뷰는 현실을 왜곡한, 자신들의 책임 면피 인터뷰라는 지적이다.
산청산불이 국립공원 바깥 지역. 임도가 조성돼 있고, 탈 것을 없애 산불을 예방할 수 있다는 숲가꾸기 사업이 강하게 진행된 지역이다.
반면 산림청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임도 조성과 숲가꾸기를 진행한 국립공원 바깥 지역의 산불피해 현장은 끔찍했다. 모두 불탄 산림 한가운데에 임도가 뚜렷하게 보이는데, 산불피해 강도는 지리산국립공원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산청산불 국립공원 바깥 지역. 임도 바로 옆의 숲가꾸기지역이지만, 산림청의 홍보와는 정반대로 모든 나무가 불탔다. 이 지역은 불을 사방으로 퍼뜨리는 수관화가 진행된 지역이다. 아래에 잘린 활엽수의 그루터기가 선명하게 보인다.
산림 내부로 들어가 보면, 숲가꾸기 사업을 통해 소나무림 하부에 소위 탈것을 줄이는 사업이 진행됐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불이 하늘로 치솟아 대형산불로 연결되는 수관화 발생지역은 한결같이 하부의 활엽수를 베어낸 숲가꾸기지역임이 확인됐다.
임도 조성과 숲가꾸기가 진행된 자양리, 외공리 일대의 피해 강도가 가장 컸다. 반대로 국립공원 내부의 피해는 가장 낮았다. 붉은 점선이 국립공원 경계.
위 사진은 이번 산청산불 피해지역·피해 강도를 인공위성영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산림청장이 임도가 없고, 탈 것이 많아 산불확산의 주범인 것처럼 인터뷰한 지리산국립공원은 산불피해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히려, 임도가 많은 국립공원 외부에서부터 강력하게 확산하던 산불이 지리산국립공원 경계로 들어오면서 힘을 잃고, 꺼진 상황이라 볼 수 있다. 인공위성영상의 분석 결과는 실제 현장에서 확인한 산불 현장의 결과와 일치했다.
기후재난연구소는 “임상섭 산림청장은 임도가 잘 조성된 산청산불 피해지역을 분명 돌아봤을 텐데도, 뻔뻔한 거짓말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언론에 말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 피해 현장을 확인했을 것임에도 불구, 도대체 무엇을 본 것인지 산림청의 말을 그대로 옮겼다”며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후속 작업을 통해 산불피해를 입은 주민을 위로하고 챙겨야 하는 주무기관의 장인 산림청장과 경남도지사가 현실을 호도하고, 거짓으로 일관하는 것은 화마로 인해 전 재산을 잃고 생명까지 잃은 국민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후재난연구소는 “이런 뻔뻔한 거짓말은 산림청이 지금까지 해온 사업인 임도와 숲가꾸기 사업이 산불을 조기 진화하거나, 예방하는 데 전혀 효과가 없고, 오히려 산불피해를 키우는 기폭제가 된 원인을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며 “산림청장은 즉각 인터뷰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지역 주민과 국민에게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