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귀순 기자
【에코저널=서울】(사)자연의벗은 1일, 제5회 ‘멸종위기종의 날’을 맞아 국회 소통관 2층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경북 북부를 중심으로 발생한 대형산불로 서식지를 잃고 생존 위기에 놓인 멸종위기 야생동물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보호 정책과 서식지 복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멸종위기종의 날’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보전 가치를 알리고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국립생태원이 2021년 제정해 매년 4월 1일 기념해오고 있다.
오늘 기자회견에는 자연의벗 시민모임 ‘멸종FC’가 함께했다. 회견에서는 멸종위기종 보호 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퍼포먼스를 통해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난 ‘보이지 않는 생명’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강조했다.
자연의벗은 기자회견에서 ▲봄철 먹이 부족에 대한 긴급 먹이공급 대책 수립 ▲야생동물 로드킬 저감을 위한 대응 방안 마련 ▲야생 동식물의 자연스러운 복원이 가능한 방식으로 산림 복구 ▲산불이 야생동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세부 모니터링 및 연구 추진 ▲구조·보호·서식지 복원 등을 위한 예산 확대 ▲관련 전문인력 및 기관의 양성과 지원 강화 ▲멸종위기종 보호 교육 확대 등의 정책을 촉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3월 22일부터 경북 의성, 안동, 청송, 영덕, 영양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이 서울 면적의 약 80%에 해당하는 산림 4만8150ha를 전소시키고, 산양과 반달가슴곰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한 사건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열렸다.
국립생태원 산하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복원 중이던 개체 일부를 서천과 울진으로 긴급 이송했으며, ASF(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울타리로 인해 야생동물의 대피 경로가 막히는 등 2차 피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자연의벗 관계자는 “대형산불이 삼켜버린 건 단지 숲만이 아닙니다. 야생동물의 먹이와 쉼터, 이동 경로는 물론이고 그 안에 살던 수많은 생명 자체가 사라졌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멸종위기종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되찾을 책임을 져야 합니다. 생명은 정치의 문제이며, 이제는 그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오늘 오후 6시에는 서울 마포구 자연의벗 툰베리홀에서는 산불로 희생된 야생동물과 고인을 위한 추도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전국 186명의 초등학생이 ‘산양의 목소리로’ 또는 환경부장관에게 직접 쓴 편지를 모아 환경부에 전달한 사실이 공유됐다. 생명을 기억하고 연결하는 시간으로 추모의 의미를 더했다. 이어 시민 모임 멸종FC의 공식 발대식도 함께 진행돼 멸종위기종 조사·기록·먹이 지원·시민 인식 개선 등 활동을 이어갈 시민들의 참여가 본격화됐다.
멸종FC는 (사)자연의벗 회원들 중 멸종위기종을 지키고 사랑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모임이다. 앞으로도 생명을 위한 감시와 제안, 행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