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백범 김구와 마곡사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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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백범 김구와 마곡사의 인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산사·서원을 따라(52)  
  • 기사등록 2025-01-11 08:00:01
  • 기사수정 2025-01-11 12: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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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마곡사의 중앙에 위치한 대광보전(大光寶殿, 보물 제802호)은 1788년(조선 정조12)에 세워졌다. 건물 안에는 본존인 비로자나불이 법당의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 모셔져 있다. 

 

마곡사 대광보전.

이런 배치는 대개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에서처럼 서방 극락을 주재하는 아미타불이 앉아 있는 방식이다. 이곳에서는 비로자나불이 이렇게 앉아 있어 드문 예를 보인다. 조선조 세조(世祖)가 김시습을 만나러 올 때 타고 온 가마가 보관돼 있으며, ‘大光寶殿(대광보전)’ 편액은 영·정조 시대 명필 강세황(姜世晃, 1713~1791)의 글씨다. 

 

마곡사 대웅보전.

대광보전 뒤편으로는 2층 누각으로 된 마곡사 대웅보전(大雄寶殿)이 나온다. 대웅보전(보물 제801호)은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1651년(효종 2)에 각순대사(覺淳大師)에 의해 중수됐다. 외관상으로는 2층 건물형태인 중층이나 내부는 통층이다. 내부 중심에는 석가모니불을, 좌우에는 아미타불과 약사불을 모셨다. 

 

대웅보전 내 싸리나무 기둥.

현존하는 목조건물 중 많지 않은 중층 건물로 목조건물의 아름다움을 잘 간직하고 있다. 내부의 아름드리 싸리기둥을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한다. 

 

마곡사 백범당.

대광보전 마당으로 내려와 서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백범당(白凡堂)이 있다. 마곡사(백련암)는 명성황후 살해에 가담한 쓰치다(土田壞亮)를 황해도 안악군 치하포 나루에서 죽인 23세의 김구(金九, 1876∼1949)가 인천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다가 탈옥해 이 절에 몸을 숨긴 후 승려가 되어 머물렀던 곳이다. 백범이 망국의 한을 씹으며, 나라와 백성을 걱정했던 태화산 마곡사 솔바람길에는 백범명상길(1코스), 백범길(2코스), 송림숲길(3코스)로 조성돼 있다. 

 

백범명상길 표지.

‘백범명상의길’은 백범이 승려가 되기 위해 삭발했던 삭발바위에서 군왕대(君王垈)로 이어지는 길이다. 백범은 백범일지에서 “얼마 후에 나는 놋칼을 든 사제 호덕삼을 따라서 냇가로 나아가 쭈그리고 앉았다. 덕삼은 삭발 진언을 송알송알 부르더니 머리가 선뜩하며 내 상투가 모래 위에 뚝 떨어졌다. 이미 결심을 한 일이건마는 머리카락과 함께 눈물이 떨어짐을 금할 수 없었다”라고 삭발 당시를 회고한다. 

 

백범 김구.

백범(白凡)은 ‘가장 낮은 곳의 무리’를 뜻한다고 하는데, 그 당시 양반가문이 아닌 평민가정에서 태어나 ‘사람이 곧 하늘이다(인내천 人乃天)’라는 말에 감화돼 동학에 입문했었다. 그가 삭발하고 ‘원종’이라는 법명으로 불교에 귀의해 삼 년간 이곳에 머물면서 조국의 광복을 위해 심지를 굳게 다짐했던 그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어 반갑다. 안타깝게도 완전히 통일된 조국을 그토록 염원했던 그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안두희(安斗熙)의 흉탄에 가버렸다. 

 

서산대사 선시.

백범당(白凡堂)에는휴정 서산대사(休靜 西山大師)의 선시(禪詩)가 걸려 있다. 이는 백범께서 생전에 즐겨 쓰시던 휘호로 2009년 8월 당시 국가보훈처장이었던 친손자 김양(金揚)이 조부를 추모하기 위해 마곡사를 방문해 기증한 것이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제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 말라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오늘 내가 가는 이 발자취가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마곡사 향나무.

백범당 바로 옆에는 백범께서 조국광복 후 1946년 환국해 마곡사를 다시 찾아와 대광보전 주련(柱聯)의 ‘却來觀世間(각래관세관, 한 걸음 물러나 세상을 보니)猶如夢中事(유여몽중사, 마치 꿈속의 일만 같구나)’라는 글귀를 보고 더욱 감개무량해 그 때를 회상하며 심었다는 향나무가 청정한 하늘을 향해 푸른빛을 더해가고 있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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