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삼규 방재연구소장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는 지난 14일 올해 7월 한반도에 피해를 입힌 제3호 태풍 '에위니아'와 집중호우피해 복구계획을 심의 확정하고 복구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부처 및 시도에 통보했다.
이번 여름철 수해로 인한 피해액은 약 2조2,000억원 정도며 14일 회의를 통해 확정된 복구비는 약 3조5,000억원 정도다. 피해액과 복구비를 다 합하니 5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며칠 전 한 신문에 "한국어로 'SOS'… 미 전투기 추락 막았다"는 흥미로운 기사가 난 적이 있다. 영어와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한인 2세 병사가 연료가 떨어진 미태평양함대 소속 F-18 전투기를 육지로 무사히 안착시켰다는 내용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8,000명이나 되는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승무원인 찰스 황 상병이었는데, 1989년 취역한 이 핵추진 항공모함의 건조비는 자그마치 4조5,000억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항공모함을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적어도 1년에 한 척 정도는 소비(?)할 수 있는 경제대국인 것이다.
미국연방재난관리청(FEMA)에서는 방재사업관련 선투자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1997년부터 각종 자료를 수집, 그 비용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방재예방(mitigation)의 중요성을 도출하고 있다. 방재사업관련 비용·편익분석하면서 그 예방효과를 도출하는 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첫째는 자연재해는 개인·상업·공공시설 등 사회의 모든 구성요소에 유무형의 피해를 야기하여 정확한 구분이 힘들다는 것이다. 둘째는 비용 중 일부는 단순측정이 가능하나 어떤 부분은 정확히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즉 사회전체로 파생되는 2차적인 효과 때문에 정량화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재관련 비용·편익분석을 위해 사용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2가지가 있다. 첫째가 모든 편익과 비용을 돈으로 환산하여 그 비율을 따져보는 비용·편익분석(benefit/cost analysis)이다. 둘째는 돈으로 정확히 환산되지 않을 수 있으나 한정된 재원이 가장 적절히 사용되는 방법을 제시하는 투자효과분석(cost-effectiveness analysis)이다. 미국에서는 2가지 방법이 모두 적용되고 있다.
테네시주 멤피스시 지진대비 예방사업의 효과분석에 따르면 데이비스 배수펌프장의 집수정 연결부를 개소당 9,000달러의 비용으로 보강할 경우 규모 7.5의 지진발생시 연결부위당 18만 달러의 피해절감 효과(20배)를 가져와 지진발생시 하루 150만 달러의 투자효과가 있음을 보여준 바가 있다. 또한 미조리주 아놀드시 홍수저감 예방사업은 1993년 대홍수로 주정부에서 200만 달러 이상 소요됐으나 위험지대를 이주해995년 홍수에는 40만 달러 정도의 소규모 직접 피해가 발생하는 놀라운 효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사전투자노력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고, 예산을 꾸준히 투자하는 방재선진국 미국에서도 매년 자연재해로 수많은 인명과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1993년 이후로 매년 1,400만 명이 자연재해의 영향을 받으며 평균 4조원의 재산피해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96조원의 피해가 발생, 국가통치권에 심각한 타격을 유발한 사건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가 지금 입고 있는 피해는 어쩌면 너무나 적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옛말에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고 했다. 한 손바닥으로는 소리를 잘 내지 못한다는 말이다. 지금 효율적인 새로운 방재정책과 그에 따라 격무에 시달리는 지방자치단체 재난관리 담당자가 손바닥 하나로 소리를 내고 있다. 언제쯤 충분한 사전투자라는 다른 손바닥이 나타나서 명쾌한 소리를 낼 수 있을 지 자꾸만 기다려진다.
글/노삼규 방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