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정부, 플라스틱 생산국 책임 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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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정부, 플라스틱 생산국 책임 다해야” 플라스틱 생산 감축 논적극적 개입 필요   
  • 기사등록 2024-09-11 17: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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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시민사회 연대체인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뽑는 ‘연대’)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이하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제5차 정부간 협상회의(INC-5)를 앞두고, 11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국 정부가 협상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플뿌리연대 기자회견.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플라스틱의 생애 전 주기를 국제적으로 구속력 있게 규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전 세계 175개국이 첨예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제5차이자 마지막 회의가 우리나라의 부산에서 오는 11월에 개최된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의제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다. 다수의 유엔 회원국이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감축에 동의하는 ‘부산으로 가는 길 (Bridge to Busan: Declaration on Primary Plastic Polymers)’ 선언에 서명하고 있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최대 생산국이자 산유국인 미국 또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협약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산업계가 국제 규제에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협상에 임하겠다’며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회피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는 정부가 플라스틱 쓰레기 관리와 재활용, 대체재 개발 등 플라스틱의 하류(downstream) 방식만을 강조해왔다고 보고 있다. 

 

플뿌리연대는 시민사회의 핵심 제안사항을 정부에 전달하고, 입장을 확인하면서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고자 생산 감축, 재사용, 오염자부담원칙 등 협약의 주요 요소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표명하도록 정책질의서를 발송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 플라스틱 협약의 4개 관계부처는 모두 외교적 전략 노출을 이유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단체별 발언 시간에서 국제소각반대대안연맹(GAIA)의 아시아태평양 지부 사무총장 프로일란 그레이트(Froilan Grate)는 “생산감축 없이는 성공적인 협약의 성안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40여개 국가가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감축에 대한 ‘부산으로 가는 길’ 선언에 서명했고, 100개가 넘는 국가에서 협상 과정에 생산 감축을 다루는 것에 지지를 표했다”며 “한국정부가 제5차 협상회의 개최국으로서 생산감축을 통한 근본적인 해결책 논의가 이뤄지도록 노력을 다할 뿐만 아니라 강력한 리더십을 보일 것”을 촉구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김원은 실장은 “플라스틱에서 유래한 화학물질에 시민들이 얼마나 노출되고 있는지를 연구한 결과, 연구에 참여한 모든 시민들의 소변과 혈액에서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프탈레이트 가소제와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고 전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통해 유해물질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생산감축이 이뤄져야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수 만가지의 화학물질, 수 천가지의 유해물질로부터 시민의 건강과 자연 환경을 지킬 수 있음을 강조했다.

 

부천의 제로웨이스트 상점인 산제로상점 이하경 대표는 “제로웨이스트 상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로서, 후퇴하는 환경정책과 일회용품 규제완화로 인해 자생하고 있는 다회용, 재사용 리필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지적했다. 다회용품 사용과 재사용 리필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을 넘어 정부의 제도 마련과 지원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이하경 대표는 “물질을 생산하는 단계부터 폐기하는 단계까지의 전주기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탄소배출 비중은 총배출량 대비 45%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폐기물 처리만 강조한다”고 꼬집었다. 

 

여성환경연대의 활동가 르다는 남해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점을 지적했다. 르다 활동가는 “미세플라스틱에서 나오는 유해환경물질은 호르몬 작용 방해, 자궁질환, 월경통 등으로 특히 여성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지속 발표되고 있다”며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개인적인 선택은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인의 책임을 넘어서 환경정의를 고려해야 하며, 오염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고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생산단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의 활동가는 “편리함을 이유로 막대하게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지금을 살아가는 세대보다 더 오래 지구에 남아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간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의견을 청년 세대의 목소리로 전했고, 미래를 위한 결정이 지금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달려있음을 강조했다. 

 

플뿌리연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국 정부에 플라스틱 오염의 해결을 위해 플라스틱 우호국 연합의 가입국이자 마지막 회기의 개최국으로서 강력한 생산 감축 지지와 UN 정신에 맞는 투명하고 공정한 준비를 촉구했다. 

 

플라스틱 쓰레기와 플라스틱 괴물이 쏟아지는 수도꼭지를 잠그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오늘 기자회견 직후 진행된 퍼포먼스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플라스틱 괴물이 쏟아지는 수도꼭지를 시민이 잠그는 모습으로 진행했다. 이는 전 지구적으로 심각한 문제인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해서는 정부와 시민이 함께 나서야 하며, 흐르는 물을 멈추려면 수도꼭지를 잠궈야 하듯이 플라스틱 생산감축 없이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편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파리협정 이후 가장 중요한 국제적 환경 협약으로 평가받고 있다. 원료 추출부터 생산, 사용, 폐기 단계까지 플라스틱의 생애 전 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제5차 정부간협상 위원회는 협약문 성안을 목적으로 열리는 만큼, 각국 정부대표단과 유엔환경계획과 관련 국제기구, 정책결정자, 학계 및 전문가, 시민사회와 공익 활동가 등 역대 위원회 중 가장 많은 약 3천 여명의 참석이 예측된다. 2024년 11월, 국제사회의 이목이 부산으로 집중될 것이다.

 

‘플뿌리연대’는 국내외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녹색연합, 동아시아바다공동체오션,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서울환경연합, 알맹상점, 여성환경연대, 자원순환사회연대, 환경운동연합, BFFP, GAIA, RELOOP 등 총 14개 단체가 함께 모여 INC 참석, 포럼 개최, 시민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해 공동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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