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귀순 기자
【에코저널=서울】WWF(세계자연기금)는 29일 헌법재판소가 국내 첫 ‘기후위기 헌법소원’에서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가 기후위기 대책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 기후소송의 결론은 2020년 3월 처음 제기된 이후 4년 반 만에 나왔다. 한국 정부의 부실한 기후위기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인정된 것. WWF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정부는 일상화되는 기후재난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관련 정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WWF는 “소송의 주요 쟁점이었던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2030년부터 2050년까지 단계별 로드맵을 세워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며 “현재 한국은 2030년 이후의 목표를 수립하지 않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 현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 목표를 2035년 60%까지 상향 조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안정된 기후에서 살 권리’는 이미 국제적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190건의 기후소송이 제기됐으며, 독일과 네덜란드 등에서는 ‘정부의 소극적 기후대응은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도 기후소송에 대한 판결을 준비 중이며, WWF는 공식 의견서를 통해 국가의 기후 및 자연에 대한 대응이 국제 인권법의 의무를 준수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WWF는 “한국 정부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이번 결과를 반영한 진일보한 후속 조치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WWF는 그동안 한국 정부가 2016년 파리협정에서 약속한 1.5도 목표 달성에 기여하도록 정부, 기업, 학계 등 국내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피해에 대한 기술 및 재정적 지원에 대해 제언해왔다. 앞으로도 정부가 기후소송 후속조치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협력과 감시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WWF는 “기후대응뿐 아니라 생물다양성을 포함한 자연 보전이 지속가능한 인간의 생존에 있어 필수 조건”이라며 “한국 정부가 국제 기준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