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600년 이상 홍어 거래된 ‘영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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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600년 이상 홍어 거래된 ‘영산포’ 영산강 물길 따라(22)
  • 기사등록 2023-09-17 09:31:08
  • 기사수정 2023-12-24 18:5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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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영산강 물길 따라 걸으면서 영산포를 빼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영산강의 명칭은 중류에 위치한 나주와 영산포에 의해 변화됐다.


나주는 신라후기 때 ‘금성(錦城’)으로 불리웠기 때문에, 당시에는 영산강을 ‘금천(錦川)’ 또는 ‘금강(錦江)’으로 불렀고, 나루터는 금강진(錦江津)이라고 했다. 고려시대에 신안군 흑산면에 속한 영산도(永山島) 사람들이 왜구를 피해 나주 남쪽의 강변에 마을을 개척한 후 그곳을 영산포(榮山浦)로 부르게 됐고, 조선시대 초기 영산포가 크게 번창하자 강 이름도 ‘영산강’으로 바뀌게 됐다고 한다.


영산강은 섬진강보다 길이와 면적이 작지만, 유역이 우리나라 서남부의 핵심 지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4대강으로 취급한다.


영산강은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나주시·담양군·장성군·함평군·화순군·영암군의 대부분 지역이 유역이며, 전라남도 목포시와 무안군, 전라북도 정읍시의 일부 지역도 유역에 포함된다. 영산강 유역 내에는 영산강 본류를 포함해 황룡강, 지석천, 고막원천, 함평천 등 5개 국가하천 구간과 영산강 본류의 최상류, 황룡강의 상류, 광주천 등 168개의 지방하천 구간으로 구성돼 있다.


과거에 영산강은 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에 밀물이 가장 높은 때인 대조(大潮) 시에 목포로부터 73㎞까지 바닷물이 드나들어 하천의 수위가 상승하는 감조하천(感潮河川)이었으나, 1981년 12월 영산강 하굿둑이 완공되면서 조수가 차단돼 현재는 감조 구간이 사라졌다. 과거에 목포에서 영산포까지 48㎞ 구간은 항해가 가능해 전라남도 서남부인 나주·무안·영암·해남 등과 다도해의 여러 섬들과의 수운에 이용됐다.


고려시대부터 영산포에는 조창(漕倉)이 설치돼 물자 수송의 중심지가 됐으며, 전라도 남부의 쌀은 이곳을 통해 영산강의 수운을 이용해 다른 지방으로 수송됐다. 영산강 유역은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한 곳으로, 고조선 청동기시대의 고인돌과 무문토기들이 이곳에서 발견됐다.


백제시대의 옹관묘(甕棺墓) 군집들이 강 하류인 나주시와 무안·영암군에서 발견되고 있다. 강 유역의 기름지고 넓은 들판에서 나는 물산들과 바다에서 오는 물자들로 영산포는 일제강점기까지 물자 교역의 중심지였다.


                               ▲영산포 홍어거리,


오늘 일정 중 영산포를 마지막으로 잡은 것은 ‘톡 쏘는 바로 그 맛, 삭힌 홍어 맛’을 보기 위해서다. 영산포는 고려 말부터 600년 이상 흑산도 홍어가 거래돼 온 홍어의 본향이다.


                        ▲홍어회와 삶은 돼지고기.


흑산도 홍어가 영산포까지 배에 실려 오는 동안 자연 숙성됐던 삭힌 홍어는 톡 쏘는 독특한 맛과 암모니아 냄새를 매력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삶은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를 곁들이면 ‘홍어삼합’이 된다. 처음 적응할 때 고비가 있지만 몇 번 먹다 보면 어김없이 홍어의 그 맛에 푹 빠지게 된다.


유채꽃으로 노랗게 물든 4월 영산교 아래 강변에서 영산포 홍어축제가 열린다. 한때 돛배가 드나들고 고깃배로 불야성을 이뤘던 포구였다. 1981년 하굿둑이 막힌 후 뱃길이 끊겨 ‘불 꺼진 항구’가 됐으나, 홍어와 젓갈 집산지로서의 유명세는 이어진다. 전라도 사람들은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음식을 차려도 홍어 없으면 잔칫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홍어는 가오리목의 생선이다. 납작한 마름모 모양으로 생겼으며, 바닥 쪽에 입이 있다.


영산강 수운(水運)의 주인공이었던 황포돛배는 유람선(遊覽船)이 되어 선착장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국내 유일의 내륙 등대인 영산포등대는 외롭다.


선착장 위로는 솟대가 하늘을 찌른다. ‘솟대’는 삼한(三韓)시대 일종의 추수감사제인 소도에서 기원한 것이다. 소도(蘇塗)는 천신(天神)에게 제사를 지내던 성지(聖地)다. 여기에 신단(神壇)을 설치하고, 그 앞에 ‘방울과 북[영고(鈴鼓)]’을 단 큰 나무를 세워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이곳은 국법이 미치지 못해 죄인이 이곳으로 달아나면 잡을 수 없었다고 한다.


                                         ▲홍어애.


톡 쏘는 홍어 맛을 보고 미리 예약해 두었던 숙소가 있는 나주시 빛가람동으로 이동한다. 빛가람동은 광주와 전남이 공동으로 2014년 조성한 혁신도시로, 한국전력공사(빛)와 한국농어촌공사(가람) 등이 이전해온 곳이다.


2013년 명칭 공모를 통해 동명(洞名)이 결정된 ‘빛가람동’>이란 ‘빛’과 ‘가람(강과 산의 순우리말)’을 조합한 것으로, 동(洞)의 북쪽 너머로 흐르는 영산강과 빛고을 광주의 빛이 하나 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빛가람동의 배메산전망대는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을 발산한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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