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성 기자
【에코저널=샤르자】두바이(Dubai) 현지시간 낮 1시 40분 기온은 41도, 체감온도 53도, 습도는 42%다. 조금만 걸어도 현기증을 느껴 에어컨이 나오는 건물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건물 안은 긴팔을 입어도 시원할 정도지만, 밖은 사우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한낮에 거리를 걷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거리에서 보기 어렵던 현지인들이 두바이 대형몰 고급매장에서는 가끔씩 보인다. 필리핀 등 외국인 보모가 아이를 돌보고, 현지 엄마들이 매장에서 쇼핑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두바이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아 아랍에미리트(UAE; United Arab Emirates) 7개 토후국 중 하나인 샤르자(Sharjah)를 찾기로 했다.
샤르자는 UAE에서 세 번째로 큰 토후국이며, 두바이의 베드타운 역할도 한다. 샤르자 인구는 90만명(2008년 기준), 면적은 2590㎢다.
두바이 세계무역센터(DWTC; Dubai World Trade Centre)에서 카림(Careem) 어플로 호출한 할라(Hala) 택시로 샤르자의 체디호텔(The Chedi Al Bait, Sharjah)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25km 거리를 40분 정도 이동했는데, 요금은 100 디르함(AED), 우리 돈으로 3만5천원 정도다.
부둣가 ‘샤르자 크리크(Sharjah Creek)’ 주변에 위치한 체디호텔 근처에 있는 샤르자 역사박물관(Sharjah Heritage Museum)과 바하르 시장(Souk Al Bahar)을 둘러보기로 했다. 박물관을 찾았는데, 오후 5시에야 문을 연다고 해서 결국 포기하고, 시장만 둘러봤다. 한낮의 시장은 사람들이 없어 한산했다. 대부분의 야외 상점들은 오후에 문을 열어 밤늦도록 영업하는 분위기다.
▲샤르자 체디호텔 입구.
두바이로 돌아오기 전 다시 찾은 체디호텔은 전문가들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 화보촬영지다. UAE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에 전 세계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더위를 식히려 체디호텔 커피숍에 들어섰는데, ‘아프리카의 진주’로 불리는 ‘우간다(Uganda)’ 출신 직원 아바(Aba, 30)가 밝게 웃으며 맞이한다.
▲샤르자 체디호텔 커피숍의 우간다 출신 직원 ‘아바’.
아바는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한결 더 친절한 모습으로 다가섰다. ‘손흥민’과 ‘박지성’을 아느냐고 묻기에 “잘 안다”고 답하자, 얼굴색이 더욱 환해졌다.
마침 손님이 뜸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아바는 우간다에서 축구선수로 활동했다고 한다. 5년 전에 샤르자에 왔다는 아바는 지난해 우간다 출신 배우자를 만나 결혼도 했다.
아바는 “아내도 샤르자의 커피숍에서 일하고 있어 부부가 함께 버는 급여로 생활에 전혀 불편이 없다”면서 “매년 휴가 때 마다 우간다 고향을 찾아 가족과 친척들을 만난다”고 말했다.
아바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좋아하는 축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샤르자에서의 삶은 매우 만족한다”며 “기회가 되면 한국을 꼭 방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샤르자 주택가. 두바이에 직장을 가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한다.
한편 아랍 전통복장을 한 샤르자 현지인이 홀로 커피숍을 찾았다. 다른 손님은 없었지만, 너무 엄숙한 분위기라 차마 말을 걸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현지인을 가까이서 만난 케이스였는데, 아쉬움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