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영산강 굽어 보이는 명승 ‘영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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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영산강 굽어 보이는 명승 ‘영모정’ 영산강 물길 따라(15)
  • 기사등록 2023-08-26 08:10:14
  • 기사수정 2023-12-24 19: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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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영산대교를 지나 마주한 곳은 안창동 구진포나룻터 부근 강 건너편의 <앙암(仰岩)>이라는 가야산 북측의 벼랑 바위다. 충남 부여의 낙화암 같기도 하지만 바위 아래 강물이 소용돌이치면서 깊은 소를 만들어 영산강을 다니던 배들이 자주 침몰해 용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앙암.


이 바위에는 삼국 시대부터 전해오는 아랑사와 아비사의 이루지 못한 슬픈 사랑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데, 바위 절벽에는 두 사람이 서로를 애절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남아 있어 그들의 모습이 눈에 잘 보이는 사람은 사랑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영모정.


발길은 나주시 다시면 회진리에 있는 영모정 앞에서 멈춘다. 전라남도기념물(제112호)로 지정된 영모정(永慕亭)은 나주임씨 종중에서 소유·관리하고 있다. 1520년(중종 15) 귀래정 임붕(歸來亭 林鵬)이 창건했고, 그 손자인 명문장가 백호 임제(白湖 林悌)가 글을 배우고 시작(詩作)을 즐기던 곳이다. 처음에는 임붕의 호를 따서 ‘귀래정’이라고 불렀으나, 1555년(명종 10)에 임붕의 두 아들 임복과 임진이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 재건하면서 ‘영모정’이라고 했다.


지금의 건물은 1982년과 1991년에 다시 중건·중수한 것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겹처마 팔작지붕이다. 왼쪽 1칸은 온돌방, 오른쪽 2칸은 마루방인데 4면 창호 아래 머름을 대었고, 정면 3칸의 각 띠살문 좌우에 벽널을 대어 건물 외관(外觀)을 다듬었다. 비교적 건립 연대가 오래되고, 주위에 400여 년 된 팽나무가 많이 있어 주변 환경이 아름답다. 영모정은 영산강이 굽어 보이는 명승으로 알려져 찾는 이들이 많고, 이 정자를 두고 읊은 시들이 많이 전한다.


귀래정 임붕(歸來亭 林鵬, 1486∼1553)의 본관은 나주(羅州), 자는 중거(仲擧), 호는 귀래당(歸來堂)으로 1510년(중종 5) 생원이 되었다. 1519년 기묘사화로 조광조(趙光祖)가 화를 입게 되자 그를 구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다음해 과거시험의 제목을 낼 때 시관이 간사한 집권자에게 아부하기 위해 조광조 등 기묘사화 관련된 자들을 간사한 무리로 지칭함을 보고 탄식하며 말하기를 “내 어찌 차마 이 시에 글을 지으랴!” 하고 붓을 던지고, 나와 버렸다. 1521년(중종 16) 별시 문과에 급제해 삼사를 역임하고, 예조참의, 호조참의를 역임했다. 1552년(명종 7) 광주목사 재임 중에 작고했다.


                       ▲귀래정 나주 임붕 유허비.


백호 임제(白湖 林悌, 1549∼1587)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서예가다. 자는 자순(子順), 호는 백호(白湖)·소치(嘯癡)·벽산(碧山)·겸재(謙齋), 본관은 나주(羅州)다. 조부는 임붕(林鵬), 부친은 평안도병마절도사 임진(林晋)이며, 우의정 허목(許穆)이 외손자다. 1576년(선조 9) 생원시(生員試)·진사시(進士試)에 급제했다. 1577년 알성문과(謁聖文科)에 급제했다. 예조정랑(禮曹正郞)과 지제교(知製敎)를 지내다가 동서(東西)의 당파싸움을 개탄, 명산을 찾아다니며 여생을 보냈다. 당대 명문장가로 명성을 떨쳤으며 시풍(詩風)이 호방하고 명쾌했다.


백호의 수많은 글 중 임종 때 아들에게 써준 <물곡사비>에 새겨진 글이 가장 눈길을 끈다. 물곡사비(勿哭辭碑)는 임제의 호방하고, 의협심 강한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방 여러 나라 중에 황제를 자칭하지 않는 나라가 없는데 유독 조선만 중국 때문에 그러하지 못하니 이런 욕된 나라에서 태어나 죽은들 무엇이 아깝겠는가! 그러하니 곡을 하지 말라(四夷八蠻 皆呼稱帝 唯獨朝鮮 入主中國 我生何爲 我死何爲 勿哭)”고 한 그는 중국과의 사대관계를 치욕으로 느꼈다고 한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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