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와의 전쟁 피말리는 홍수통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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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와의 전쟁 피말리는 홍수통제소
  • 기사등록 2006-07-28 00:58:46
  • 기사수정 2023-11-18 00: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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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당시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들을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해진다.


촌각을 다투며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충주댐 상·하류 주민 모두를 위한 냉철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남하하던 장마전선으로 제4호 태풍 '빌리스'의 수증기가 유입되던 지난 15일 오전 7시. 강원도에 내려진 호우주의보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면서 한강수계를 지키기 위한 홍수통제소는 수마와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했다.


지난 16일 새벽 서울, 인천, 경기지역(00:30), 강원지역(02:30) 등에 발령된 호우경보로 인해 수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위험이 예상되는 한강대교 및 남한강 여주지점에 홍수주의보를 막 발령하자마자(07:30) 수자원공사는 충주댐 안전문제를 우려해 방류량을 초당 5,000톤에서 1만 톤으로 늘려줄 것을 요청해왔다(07:41).


하지만 충주댐이 제한수위를 넘지 않는 상태에서 초당 1만 톤을 방류할 경우 여주지점과 한강대교가 홍수경보수위를 넘어 최악의 재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당시 안양천 제방이 붕괴돼(05:30) 서울시 관계자로부터 한강 수위를 낮춰줄 것을 요청받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충주댐 방류량을 언제 늘려야하는지 결정해야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같은날 정오를 기점으로 충북지방에 호우경보가 발령되면서 충북과 단양군은 "충주댐 방류량을 초당 2만 1,000톤으로 늘려주십시오. 안 그러면 단양군 500가구가 침수되고 1,500명이 대피해야 합니다"라며 다급히 요청해 왔다. 반면 경기도와 여주군은 "여주군 51가구가 침수되어 163명을 이주시켰으며 수위가 더 올라갈 경우 2만 명이 대피해야합니다. 충주댐 방류량을 줄여주십시오"라며 정반대의 요청을 해 왔다.


10분마다 상황확인…최적 방류량·시기 결정

이처럼 충주댐 방류량을 놓고 댐 상·하류 지역간 첨예한 대립이 벌어졌지만 우리 홍수예보 요원들은 관련 지자체를 안심시키고, 충주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댐 상·하류 지역에 범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10분마다 홍수상황을 확인하며 수 차례에 걸쳐 홍수예측프로그램을 수행했다.


이러한 피말리는 작업을 7시간 동안 반복한 결과 마침내 최적의 방류량과 방류시기를 도출, 수자원공사에 통보할 수 있었다.(16:00).


피말리는 순간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왜냐하면 우리가 예측한 결과대로 댐 안전 여부, 단양과 여주지역의 범람 여부 등을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밤새도록 지켜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별다른 피해 없이 지난 17일 새벽 4시 여주지점의 최고수위는 제방(11.5m)보다 1.6m 낮은 9.91m, 충주댐 수위는 계획홍수위인 145m를 1m 남긴 144m, 한강대교 수위 역시 홍수경보수위 10.5m에 조금 못 미치는 10.22m에서 수마는 물러났다.


만약 비가 더 왔다면 이번 홍수는 1990년 대홍수에 버금가는 참담한 재앙을 남겼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충주댐도 최후 방어선이었던 소양강댐처럼 집중호우가 끝난 다음 방류할 수 있었다면 최적의 댐 운영이 됐을 것이다.


20평 남짓 상황실에서 24시간 고군분투

하지만 충주댐은 남한강의 유일한 홍수조절댐으로 유역면적이 소양강댐의 약 2.5배이지만 저수용량은 오히려 적어 방류가 불가피했다. 이에 따라 홍수에 취약한 남한강에는 홍수조절용량확보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홍수기간 중 관련 기관과 민원인의 문의전화로 14개의 전화기가 10초 단위로 울려댔다.


또 신문사, 방송국 취재원들로 북새통을 이뤘던 20평 남짓 상황실에서 24시간 고군분투하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준 한강홍수통제소 전 직원이 매우 자랑스럽다.


우리 통제소를 친히 방문해 격려해주신 한명숙 국무총리, 추병직 건교부 장관, 김용덕 건교부 차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을 비롯, 각자 위치에서 사력을 다한 모든 이들에게 깊이 감사한다.


자연재해, 수마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언제든지 우리의 가장 약한 곳을 공격해 많은 피해를 남기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것이다.


한강홍수통제소 전 직원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남은 홍수기간에도 매순간 긴장을 놓치지 않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것이다.


글/노재화 한강홍수통제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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