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저널=서울】‘평사낙안(平沙落雁)!’은 ‘모래밭에 와서 앉은 기러기나 글씨와 문장이 대단히 잘 써진 모습’을 표현할 때 쓰는 사자성어다. 극락강과 황룡강 물길이 합류해 흐르는 승촌보 일대의 넉넉한 경관을 비유한 말이지만, 미인을 은유적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남구 승촌동의 승촌보 공원에 내려앉은 기러기는 나주의 것이 아니어도 광주에서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는 공원지역이 하중도로 광주 땅이 ‘알박기’ 식으로 나주 땅으로 파고들어 왔기 때문이다.

평사낙안은 원래 중국 소상팔경(瀟湘八景) 중 하나로 산시청람(山市晴嵐), 연사만종(煙寺晩鐘), 소상야우(瀟湘夜雨), 원포귀범(遠浦歸帆), 동정추월(洞庭秋月), 어촌낙조(漁村落照) 강천모설(江天暮雪) 등이 함께 한다.

소상은 중국 호남성의 아름다운 강이 흐르는 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의 평사낙안은 전북 선유도가 더 유명하지만, 쌀을 형상으로 만든 승촌보 조형물이 보기에 따라서는 기러기가 사뿐히 내려앉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광주광역시 승촌공원은 나주시 노안면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노안면(老安面)은 나주시 북부에 위치한 면이다. 금성산 동쪽에 있고, 망산과 왕산이 서쪽을 둘러싸고 있다. 조선시대 나주목의 이로(伊老)·금안(金安)·복암(伏岩)면에 속했으며, 이들이 1914년 개편 때 합쳐지면서 이로와 금안이 합성돼 노안면이 됐다. 면 소재지인 금동리를 비롯해 13개 법정리를 관할한다. 금안동은 중국에서 한림학사를 지낸 정가신(鄭可臣, ?∼1298년)이 금안장에 백마를 타고 금의환향한 데서 지명이 유래됐다.

맞은편 강 건너에는 나주시 금천면(金川面)이 있고, 무등산 남쪽 화순에서 발원한 지석천(砥石川)이 영산강과 합류하면서 넓은 들이 전개된다. 쌀·보리의 주산지며, 원예농업지대다. 중·동부지역은 30m 내외의 구릉지로, 배수가 좋고 토질이 비옥해 과수(果樹) 단지가 조성돼 있다. 나주배의 주산지로 배박물관, 배연구소, 배유통센터, 호남원예고등학교 등이 소재한다. 복숭아·포도를 비롯해 국화와 장미 등의 많이 생산된다.

영산강 서안을 따라 걸어 내려오면 나주시 삼도동이다. 삼도동(三都洞)은 원래 나주군 동부면(東部面)에 속했으나,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외도리(外都里)·진변리(津邊里)·죽림리(竹林里)와 신촌면(新村面) 방목리(放牧里)가 통합됨에 따라 삼도리가 됐다가 1986년 1월 금성시가 나주시로 개칭돼 나주시 삼도동이 됐다. 삼도동에는 광주와 목포를 잇는 국도 제1호선의 나주대교가 있다. 금천면 사이의 영산강을 가로질러 놓인 다리다. 길이 720m, 폭 31m의 왕복 6차선이다.

나주대교 옆 영산강 하천부지에는 ‘나주대교전망대카페루(Lou)’라는 전망대 겸 카페가 있다. 원래 이 건물은 1964년에 지어져 1996년 1월까지 상수도 취수탑으로 사용했다. 이후 국가수질자동측정소로 활용됐으나, 관리가 잘 안 돼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던 것을 2011년 7월 4대강 사업으로 전망대·수위관측소로 리모델링했다. 현재 1층은 수위관측소와 갤러리며, 2층에는 2020년에 개업한 나주카페가 자리한다. 주변 풍경이 아름답고, 그 풍경을 카페 안에서 360도 바라볼 수 있게 설계됐다.

삼도동을 지나면 나주시 토계동과 빛가람동을 연결하는 빛가람대교가 있다. 빛가람동은 2014년 조성한 혁신도시로 한국전력공사와 한국농어촌공사 등이 이전해온 곳이다. 이 지역은 대부분 농경지와 구릉지, 자연취락으로 이뤄져 있었던 나주시 금천면 일부와 산포면 일부를 편입해 조성된 동(洞)이다.

2013년 명칭 공모를 통해 결정된 ‘빛가람동’이란 ‘빛’과 ‘가람(강의 순우리말)’을 조합한 것이다. 동(洞)의 북쪽 너머로 흐르는 영산강과 빛 고을 광주의 빛이 하나 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또 한국전력을 상징하는 ‘빛’과 한국농어촌공사를 상징하는 ‘강(가람)’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