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느티나무·대나무 기생하는 ‘외줄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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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영산강이 서류(西流)하는 유역에는 정중리와 황금리가 기다린다. 정중리(井中里)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띠논들’이 있다. 정중은 들 가운데 위치하고 있으므로 붙여진 이름이며, 옛날에는 주막이 있었다고 한다.


황금리(黃金里)는 대부분 평탄하며 ‘장남들과 내건너들’이 있다. 자연마을로는 ‘동매’, ‘새태’ 등이 있다. ‘동매’는 동쪽에 위치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새태’는 쌍구레미 북쪽에 새로 생긴 마을이라는 데서 유래됐다. 황금리에는 문화재자료(제223호)로 지정된 백제의 고분이 있다.



▲외줄면충.


수북면 뚝방길 느티나무 잎에는 외줄면충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처음에는 잎에 붙은 무슨 열매인줄 알았는데 동행하신 도반(道伴)께서 친절하게 알려 주신다. 외줄면충은 봄에 제1 기주식물인(寄主植物) 느티나무에 침입해 충영(蟲廮)을 형성하고, 초여름에 느티나무를 떠나 제2 기주식물인 대나무류 뿌리에 이주해 여름을 나고 가을에 다시 느티나무로 이동해 산란한다. 그래서 대나무가 많은 곳의 느티나무에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덧붙인다.



▲면앙정


점심식사 후에는 봉산면 신학리에서 영산강과 합류하는 오례천(五禮川)변에 있는 면앙정을 짬을 이용해 둘러본다. 면앙정(俛仰亭)은 1533년(중종 28년) 송순(宋純 14931∼583)이 건립해 강호제현들과 국사를 논하며 후학을 길렀던 곳이다. 봉산면 제월리 제봉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데, “내려다보면 땅이, 우러러보면 하늘이, 그 가운데 정자가 있으니 풍월산천 속에서 한 백년 살고자 한다”는 곳이다. 송순은 면앙정에서 많은 학자 가객 시인들의 창작 산실을 만들었다. 오례천은 대덕면의 만덕산에서 발원한다.


면앙정에서 수북면 정중리 삼지교 돌아 나와 영산강 행보를 계속하는데 강 건너에는 담양정자문화의 맥이 흐르는 증암천(甑巖川)이 무등산 북쪽 산록에서 발원해 북서쪽으로 흘러 영산강으로 합류한다. 이 하천은 경관이 뛰어나 담양 가사문화의 중심 공간으로 상류 유역에 소재한 소쇄원(瀟灑園)과 식영정이 대표적이다. 식영정(息影亭), 환벽당(環碧堂), 송강정(松江亭)과 함께 정송강유적(鄭松江遺蹟)이라고 불린다. 정철이 이곳에서 지은 식영정이십영(息影亭二十詠)은 후에 ‘성산별곡’의 밑바탕이 됐다.


수북면 황금리부터 대전면 응용리까지의 영산강 구간은 ‘담양하천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구간이다. 이 구간은 영산강 상류의 조류 집단서식지이며 풍부한 생물다양성이 보존돼 있어 우리나라 최초로 지정된 하천습지보호지역이다. 하천 제방 내 대규모 대나무 군락지가 있고, 하천습지에는 다양한 목본류가 밀생(密生)해 생태적으로 우수한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멸종위기종인 수달, 삵, 매, 기러기, 맹꽁이 등 다양한 동물이 서식한다.


대전면(大田面)은 대치면(大峙面)과 갈전면(葛田面)이 통합되면서 생긴 이름이다. 강의리, 태목리, 응용리는 동남쪽으로 영산강이 흐르는 지역이다. 강의리(講義里)는 서당이 있어서 강(講)을 받으며 예를 배운다고 하여 부르는 이름이다. 태목리(台木里)는 들 가운데 있는 태암(台岩)마을과 감나무만 초라하게 남게 된 시목(柿木)마을이 합쳐져 불리게 됐다. 응용리(應龍里)는‘중옥리들과 신용들’이 있어 대체로 평탄한 지역이다. 자연마을인 신용은 ‘응용리에서 으뜸’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강변을 걷다가 잠시 휴식을 취한 곳은 대전면 태목리에 있는 전라북도 고창군(기점)과 전라남도 담양군(종점)을 이어주는 제253호 고속국도가 지나가는 영산교(榮山橋) 밑이다. 이 고속국도는 호남고속도로의 지선이며, 서해안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 광주대구고속도로를 이어주는 노선이다. 개통 당시에는 노선 번호가 고속국도 제14호선이었으나, 이후 2008년 1월 3일에 지금의 고속국도 제253호선으로 변경됐다.



▲영산강 대나무숲길.


강변으로 울창한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는 담양하천습지를 지나면 담양군과 빛고을 광주광역시 북구와 경계를 이루고, 이 두 지역을 연결해주는 용산교에서 영산강 첫 번째 길을 마감한다.


용산교는 ‘빛고을의 첫 번째 영산강 다리’로 용산 마을에 장이 열리는 날에는 주변 마을 사람들이 모여 붐볐다. 물자가 귀하던 시절에 부족한 물건들을 서로 교환하면서 따뜻한 정을 나누던 추억이 서린 곳이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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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7-23 08: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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