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관비로 쌓은 둑·숲, ‘관방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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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관비로 쌓은 둑·숲, ‘관방제림’ 영산강 물길 따라(3)
  • 기사등록 2023-07-15 08:32:28
  • 기사수정 2023-12-24 0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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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하류로 내려올수록 스님이 누워 있는 형상의 추월산이 더 가까워진다. 추월산(秋月山, 731m)은 전라남도 5대 명산으로 담양군의 최북단인 용면 월계리와 전라북도 순창군 복흥면과 도계(道界)를 이룬다. 많은 수림과 기암괴석, 깎아 세운 듯한 석벽이 마치 성을 쌓은 듯이 둘러있고, 오직 서쪽에 겨우 사람 하나 통행할 정도의 길이 트여 있다고 한다. 명산답게 각종 약초가 많이 자생하고 있으며, 진귀종의 ‘추월산 난’이 자생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정상에 올라서면 주변경치와 일대장관을 이룰 것 같다.


                                   ▲담양호 인공폭포.


물줄기를 따라 하류로 내려오면 담양호에 다다른다. 1976년 9월 건설된 담양호(潭陽湖)는 영산강유역종합개발 1단계 사업의 일환으로 높이 46m, 길이 306m의 규모로 만들었다. 담양군 지역의 농경용수와 담양읍 일원에 상수도를 공급한다.


1976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담양호는 가마골과 함께 추월산, 금성산성 등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함께 볼 수 있다. ‘용마루길(3.9㎞)’과 ‘인공폭포(24m)’를 조성해 담양호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담양댐 아래 첫 마을은 담양군 금성면 원율리다. 당산목(堂山木)인 느티나무가 원율리 오평마을을 지키고, 길가의 어느 집은 가마골을 상징하는 양 항아리와 파편들로 지붕을 구성했다. 원율리(原栗里)는 들이 넓게 펼쳐져 있어 농사가 잘 되는 지역이며, 자연마을인 오평마을 옆으로 석현천이 흐른다. 마을 서남쪽 방향에 있는 산의 형태가 자라등과 비슷해 자라골 또는 자라등으로 불리다가, 조선 시대에 자라 오(鰲)자를 써서 오평마을이 됐다.


금성면에 있는 금성산성은 올라가지는 못했다. 사적 제353호로 지정된 금성산성(金城山城)은 전라북도 순창군의 경계를 이루는 금성산(603m)에 위치한다. 외성은 6486m, 내성은 859m에 이르며, 돌로 쌓았다. 성안에는 곡식 1만6천 섬이 들어갈 수 있는 군량미 창고가 있었다. 객사, 보국사 등 10여 동의 관아와 군사시설이 있어 임진왜란 때는 남원성과 함께 의병의 거점이 됐으나, 대부분의 시설들이 동학농민운동 때 불타 없어졌다.


담양댐 아래로 흐르는 영산강의 물줄기는 평화롭고 주변의 비옥한 대지는 더 살찌운다. 금성면 하천부지에 있는 경비행장(Dam Yang Airport)에는 비행기가 따사한 봄빛에 오수(午睡)를 즐긴다. 겹벚꽃이 만발하고, 노란 유채꽃이 활짝 핀 하천 둑으로 마련된 ‘영산강종주자전거길’을 따라 내려오면 담양읍이고 이곳부터 영산강은 국가하천으로 승격한다. 즉 용소에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전라남도에서 관리해온 지방하천 구간이었다.


1943년 읍으로 승격한 담양읍(潭陽邑)은 영산강 상류의 작은 분지에 발달한 담양군의 행정·문화·교육의 중심지로 영산강을 따라 서남쪽으로 넓고 기름진 평야가 펼쳐진다. 이 지역은 대나무가 많아 부근에서 만드는 죽세공품의 집산지이면서 수박의 산지로도 유명하다. 읍내를 광주∼대구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 그 밖의 국도와 지방도가 지나 교통의 요지를 이루는 담양군청의 소재지다.


담양군청 동쪽의 학동교차로에서 옛 24번 국도가 담양의 대표적인 ‘메타세쿼이아길’이다. 1970년대 초반 전국적인 가로수 조성사업 때 담양군이 3∼4년생 메타세쿼이아 묘목을 심은 것이 현재의 울창한 가로수 터널길이 됐다. 도로 확·포장 공사 당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것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이 길을 지켜냈고, 현재 담양을 상징하는 장소가 됐으며,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주민들이 관리한다.


잠시 메타세쿼이아 길에 잠간 들렸다가 다시 강둑을 따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관방제림으로 향한다. 관방제(官防堤)는 영산강 상류인 담양천의 물길을 다스리기 위해 1648년(인조 26) 담양부사 성이성(成以性)이 제방을 축조해 나무를 심었고, 그 후 해마다 장마철이 닥치기 전이면 다시 둑을 보수했다고 한다. 관방제는 ‘관비를 들여서 쌓은 둑’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관방제림 나무 관리번호.


1854년(철종 5)에는 당시의 부사 황종림(黃鍾林)이 연인원 3만 명을 동원하는 큰 공사를 벌여 담양읍 남산리 동정마을에서 수북면 황금리를 지나 대전면 강의리까지 6㎞에 이르는 지금의 관방제를 완성한다.


                                    ▲관방제림.


둑 위에는 푸조나무(111그루), 팽나무(18그루), 벚나무(9그루), 음나무(1그루), 개서어나무(1그루), 곰의말채, 갈참나무 등을 심어 약 420그루가 지금까지 숲을 이뤄 자라고 있는데, 나무마다 관리번호가 부여돼 있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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