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칡과 등나무, 갈등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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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칡과 등나무, 갈등의 주인공 영산강 물길 따라(2)
  • 기사등록 2023-07-09 09:20:16
  • 기사수정 2023-12-23 21: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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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용연폭포는 여름날 뜨거운 햇볕을 피해 계곡을 찾는 사람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한다. 가마골계곡은 한국전쟁 당시 낙오한 인민군들이 노령지구사령부를 만들어 1955년까지 5년 동안 국군과 경찰에 맞서 치열한 무장투쟁을 하다 약 1천 여명의 사망자를 내고 최후를 맞은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장소다. 당시의 치열한 전투는 계곡 상류의 용추사 등 수많은 암자와 자연을 폐허로 만들었다.


                                     ▲금낭화.


목 아프게 뒤로 젖히며 올려다 본 출렁다리는 눈인사만 나눈 채 발걸음은 이미 물여울소리에 발맞춘다. 길옆에는 최근 원산지가 중국과 함께 한국으로 밝혀진 ‘금낭화(錦囊花)’가 잎 사이로 고개를 숙인 채 얼굴 붉힌다.


봄마다 논바닥에 흔하디흔하게 피던 자운영(紫雲英)은 옛날에 우리 선조들이 퇴비용으로 논에 많이 심었었다. 뿌리혹박테리아가 붙어 있고, 꽃은 중요한 밀원(蜜源) 식물이며, 해열·해독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등나무꽃.


전라북도 순창군 강천산군립공원으로 가는 삼거리 길 아래 어느 농장입구에는 등(藤)나무가 아치를 그리며 꽃이 활짝 폈다. 꽃말이 ‘환영’인데, 정말 지나가는 나그네를 환영하는 모습 같다. 갈등(葛藤)의 주인공인 칡과 등나무는 다른 나무들을 칭칭 휘감고 올라가는데, 칡은 오른쪽으로 감아[우갈(右葛)] 올라가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아[좌등(左藤)] 올라가기 때문에 이들 두 식물이 얽히고설킨 모습에서 ‘갈등’이란 말이 만들어 졌다고 한다.


                                   ▲토종민들레.


요즘 보기 힘든 토종인 하얀 민들레는 우수한 한글이 있음에도 국적불명의 외래어에 묻혀 있는 것처럼 외래종인 서양민들레에 포위돼 있다. 토종 민들레는 꽃이 흰색이고 잎의 톱날이 부드러우며 꽃받침이 꽃을 감싸 보듬은 반면, 서양민들레는 꽃이 노랗고 잎의 톱날이 날카로우며 꽃받침은 뒤로 발랑 뒤집어졌다. 옆에는 ‘강남의 귤을 강북에 심었더니 탱자가 됐다[남귤북지(南橘北枳)]’는 탱자나무 하얀 꽃이 가시를 앞세운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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