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조씨고가, 소설 <토지> ‘최참판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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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조씨고가, 소설 <토지> ‘최참판댁’ 섬진강 530리를 걷다(12)
  • 기사등록 2023-06-25 09:46:41
  • 기사수정 2023-12-23 21: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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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찾아오는 사람들과 반대로 쌍계사에서 나와 화계천을 따라 벚꽃 십리 길을 내려온다. 터널을 만들었던 벚꽃은 세월의 무게를 못 이겨 이미 떨어져 카펫을 깔아 놓은 양 푹신하고, 빈자리에는 복사꽃이 화려하게 메꾼다.


꽃망울 자리에는 열매가 자리 잡고 있으며, 벚꽃에 치어 안 알아주던 다른 꽃들이 더 화려하게 사랑의 미소를 날린다. 휴일을 맞아 몰려든 상춘객들로 화개장터는 아침 일찍부터 만원이다.


                              ▲섬진강 대나무길.


교통량이 늘어난 구례∼하동 간 19호 국도를 건너 섬진강 안길로 접어든다. 강변길로 접어드니 대나무밭 사이로 길을 내어 잎새에 부딪치는 바람소리는 잊히진 옛사랑을 다시 깨운다. 특히 엄지손가락 두께의 신우대는 생김새가 매우 날렵해 옛날에는 화살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간간이 작설(雀舌) 같은 새잎을 내미는 녹차 밭이 나란히 도열한다.


섬진강은 어느 강에서도 볼 수 없는 희고 넓은 모래톱과 아름다운 경치를 빚어 절로 감탄을 나오게 한다. “촉촉히 젖은 모래는 여인네 살갖처럼 부드러운”(박경리의 <토지>중에서> 섬진강 은모래 백사장에서 몸을 길게 누워 내 모습을 모래 위에 새겨본다. “앞으로 섬진강에서는 영구히 모래 채취허가를 불허한다”고 결의한 일원으로서 2005년의 봄을 기억한다. 더욱이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 섬진강뿐이기 때문에 더 감개무량하다.


                  ▲수령 300년 된 ‘섬진강의 팽나무’.


역시 섬진강의 자연은 살아있다. 우리 고유종인 하얀 민들레가 무리를 이루고, 감나무도 새순을 틔워 봄을 노래한다. 소나무도 수꽃을 맺어 짝을 향한다. 물가의 버들은 푸른색이 한층 짙어지며, 나이가 많아 보호수가 된 300살 팽나무도 우산 그늘을 만든다. 콧노래 흥얼대며 꿈길을 걸어 도착한 곳이 슬로시티 하동 악양 땅으로 벌써 오전 한나절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오후에는 박경리 소설<토지>의 ‘최참판댁’의 모델이 됐던 하동군 악양면 정서리에 있는 조씨고가(趙氏古家)로 간다. 교통이 정체된 악양면소재지를 거쳐 정동마을을 지나면 맑은 물이 우물처럼 흐르는 빨래터가 옛날 어머니들의 소곤거림이 들리는 듯하고, 농로 같은 마을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니 조씨고가가 나온다.


                                     ▲조씨고가.


조씨고가는 조선의 개국공신 조준(趙浚, 1346∼1405)의 직계손인 조재희(趙載禧)가 낙향해 16년에 걸쳐 지었다고 하며, 일명 조부자집으로 불린다. 동학혁명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사랑채와 행랑채, 후원의 초당과 사당이 불타 없어지고 안채와 방지(方池)만 남아 옛 아쉬움을 더하게 한다. 규모로 보아 큰 대문은 사라진 듯하고, 옛중문이 대문을 대신하는 것 같은데 문안으로 들어서면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 형의 못이 자리한다. 네모난 못 안의 둥근 섬 위에는 배롱나무가 심어있다.


‘자주 찾아오라’는 후손 조씨 할아버지의 청을 뒤로하고 고가를 나와 약 십여 리 떠어진 소설 <토지> 속의 마을을 조성한 평사리 최참판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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