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백제의 숨결 익산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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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백제의 숨결 익산둘레길’ 금강 천리 길을 걷노라면(22)
  • 기사등록 2023-05-13 08:07:57
  • 기사수정 2023-12-23 23: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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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젓갈로 유명한 강경에서 젓갈백반정식으로 밥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오후부터 내리는 비를 맞으며, 가까운 곳에 있는 익산시 망성면 나바우성당으로 이동한다. 이 성당은 1845년(헌종11년) 김대건(金大建)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처음 상륙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1906년 프아넬신부가 설계했다. 베르모레르 신부가 감독을 맡고, 중국인 기술자를 동원해 지은 건물이다.


                               ▲나바위 성당 정면.


당시에는 앞면 6칸, 옆면 13칸 목조건물이었으나 1916년 건물을 개조하면서 일부는 벽돌로 바뀌었다. 남·여 출입문이 서로 다르고 예배당도 남·여가 따로 앉아 예배를 드리도록 했다. 천주교가 들어오면서 지은 건물로 우리 전통양식과 서양양식이 합쳐진 점이 특이하다.


교회 뒤 나바위(羅岩)가 있는 화산 올라가는 입구에 김대건신부의 성상과 순교기념탑이 있다. 정상에는 망금정(望錦亭)이 있다. 망금정은 대구교구장 드망즈 주교가 1912년부터 매년 6월에 화산 정상에 올라 금강을 굽어보며 피정을 한 곳이었다. 1915년 베르모렐 신부가 주교의 피정을 돕기 위해 정자를 짓자, 드망즈 주교가 망금정으로 명명했다.


망금정에서 우측 계단으로 내려오면 ‘십자가의 길’이 조성돼 있다. 그 길을 따라가면 김대건 소나무도 나오고, 수탉이 알을 낳다가 돌이 됐다는 ‘수탉바위’도 보인다.


김대건 신부가 첫 착지한 ‘십자바위’가 있는데, 그때만 해도 이곳까지 금강이 흘렀다. 고기잡이배가 바다로 나갈 수 있는 뱃길이 화산 아래로 이어져 있었던 것 같다. 화산이라는 이름은 우암 송시열이 후학을 가르치던 강경의 팔괘정에서 이 산을 바라보며 철따라 변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바위에 華山(화산)을 직접 새겨서 됐다고 한다.


진눈개비로 변해 세차게 내리는 가운데 다시 성당포구로 향한다. 성당포구(聖堂浦口)는 전북 익산시 성당면에 있는 포구로 고려 때부터 조선 후기까지 세곡을 관장하던 성당창(聖堂倉)이 있던 곳으로 전통적인 포구마을의 역사를 그대로 담아낸 벽화와 황포돛배, 금강의 생태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성당포구마을에는 희귀보호식물 ‘고란초’ 집단서식지가 있다고 한다.


제방 길을 따라 금강 변으로 걸어 나가니 제방 밑에는 유람선이 기다리고 부곡천과 만나는 지점에는 성당하도습지가 조성돼 있다.


오뉴월 진한 향을 내 뿜던 해당화는 빨간 열매로 늦가을을 붙잡고, 잡초에 묻혀버린 길을 찾아 겨우 올라가니 어느 검객(劍客)이 검술연습을 했는지 날카로운 죽창모습으로 서 있는 대나무 숲이 나온다. 정상에는 ‘백제의 숨결 익산둘레길’이란 표지가 보이는데, 있던 길을 없는 길처럼 더듬으며 내려온 곳이 ‘성당포구마을’이다.


                  ▲백제의 숨결 익산둘레길 안내 표지.


다시 웅포대교를 건너 ‘세모시’로 유명한 충남 서천군 한산면을 경유해 부여군 양화면 유왕산으로 바쁘게 움직인다. 유왕산(留王山)은 “660년 나당연합군에 백제가 멸망하고 의자왕이 1만2807명의 포로들과 함께 당나라로 끌려갈 때, 백성들이 이곳에서 전송하며 머물게 했다”고 구전으로 내려오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유왕산에는 해마다 음력 8월 17일이 되면 양화면 인근은 물론 먼 곳의 부녀자들까지 함께 모여 음식과 정담을 나누며 이별의 한을 노래로 부르다가 헤어지는 풍속이 오랫동안 전해져 왔다고 한다.


                                  ▲유왕산 유왕정.


전승돼 내려오는 풍습대로 유왕정(留王亭)에 올라 금강을 굽어보며 그때의 한을 노래로 불러본다. 땅거미는 지고 오늘을 마감하려 내려오는 계단에는 이별을 하며 흘렸던 눈물이 핏빛 단풍이 되어 자꾸 발에 밟힌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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