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타루 의리 백씨, 장수 삼절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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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뜬봉샘 올라갈 때까지 드문드문 내리던 빗방울이 내려올 때는 멎는다. 숨 가쁜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은 한결 여유롭다.


시인 고은의 “내려올 때 보았네/올라갈 때 못 본/그 꽃”이란 시처럼 올라갈 때 못 본 백당나무 꽃, 고광나무 꽃, 붉은색 찔레꽃들이 환하게 반겨준다.


백당나무는 산수국처럼 가장자리에 가짜 꽃잎을 내세워 벌과 나비 등 매개체를 유혹해 수분(受粉)을 한다. 고광나무는 찔레꽃과 비슷한데 가지에는 가시 대신 솜털이 있고, 쌍떡잎식물이다. 주변의 밭에는 사과나무는 밤톨만한 열매가 맺혔고, 오미자도 머루열매처럼 소복하게 매달렸다. 장수사과와 오미자는 품질 좋기로 소문나서 인기가 높다.


길이 고르지 못한 수분천을 따라 장수 삼절(三節)의 한 분이신 의암 논개(義巖 論介) 사당까지 내려온다.


논개(1574∼1593)는 장수의 양반 딸로 태어나 당시 장수현감이던 최경회(崔慶會)의 후처로 들어갔다. 최경회는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경상우병사로 진주성에서 싸우다가 진주성이 함락될 때 남강에 투신해 자결했다. 이에 논개는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해 기생으로 위장하고 참석해 술에 취한 왜장 게야무라 로쿠스케(毛谷村六助)를 껴안고 남강에 빠져 적장과 함께 죽었다.


사과모형으로 앞면을 조형한 ‘장수한누리전당’ 앞에서 의암호 수상데크를 통해 논개사당 쪽으로 가로질러 간다. 사당 앞 넓은 정원에서는 야외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새 출발하는 가정에 오월의 실록처럼 풍성하기를 바라며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숭앙문(崇仰門)을 지나 연도를 따라 계단을 오르고 중앙에 태극이 그려진 휘광문(揮光門)을 통과하니 논개의 영정이 모셔진 의암사(義巖祠)가 나온다. ‘義巖祠’란 현판은 을미년(1955년) 초가을에 당시 부통령인 함태영(咸台永, 1872∼1964)이 쓴 글씨로 추정된다.


담벼락에 노란 장미가 화려한 식당에서 오전을 마감하고 노하 숲에서 잠시 숨을 고른 다음 금강 하천 길로 접어든다. 노하 숲은 조선 초기 명재상이었던 황희 정승의 아버지께서 고려 말 장수현감으로 재직할 때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그때 황희의 어머니는 훌륭한 아들을 점지해 달라고 치성을 드리며 심은 나무가 오늘의 숲이 됐다고 한다.



▲타루각.


하천습지가 조성된 길을 따라 북으로 올라오니 장수군 천천면(天川面)이다. 실개천이 하류로 내려오면서 하천 폭이 점점 넓어지고, 중간중간에 보를 만들어 물이 어느 정도 고이면 자동으로 흘러가게 하여 하천의 모습이 만들어져 가고 있다. 천천면 장판리 금강 변에는 타루비(墮淚碑)가 모셔진 타루각이 나온다.



▲타루추모비.


타루비는 장수현감과 생사를 함께 한 어느 관리의 절의(節義)를 기리기 위해 조선 순조 2년(1802년)에 세운 것이다. 어느 날 현감이 말을 타고 장척마을 옆을 지날 때, 주변의 꿩이 말(馬) 소리에 놀라 하늘로 날았고 말도 꿩의 회치는 소리에 놀라 현감과 함께 절벽 옆 연못에 빠져 죽었다. 수령을 수행하던 관리는 자신의 잘못으로 현감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손가락을 잘라 “墮淚”(타루, 손가락을 잘라 피를 내어 바위에 통탄의 눈물을 흘린다는 뜻)라는 글자를 새기고 물속에 몸을 던져 죽었다고 전한다.



▲말이 떨어지는 양각


타루비각 안에는 ‘殉義吏白氏墮淚追慕碑(순의리백씨타루추모비)’라고 쓰인 비석이 있고, 공원 안쪽 옆으로 ‘타루각(墮淚閣)이 자리하고 있다. 연못 위 절벽에는 말이 떨어지는 모습이 양각(陽刻)돼 있다. 그러나 도로가 나고 타루비 지역을 조성하면서 얼마나 정확한 고증을 거쳤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의리 백씨(義吏 白氏)와 논개, 그리고 정유재란 때 장수향교를 지킨 충복 정경손(忠僕 丁敬孫)을 장수 삼절(長水 三節)이라고 하는데, 정충복의 비가 있는 장수향교는 들르지 못했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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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3-04 08: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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