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삼락생태공원’, 군자삼락에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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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삼락생태공원’, 군자삼락에 비유 낙동강 천 삼백리길을 따라(45)
  • 기사등록 2023-02-18 09:15:39
  • 기사수정 2023-12-23 23: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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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구포동에 들어선다. 구포동의 구포(龜浦)는 지형이 ‘거북이가 엎드려 있는 포구’라는 ‘구복포(龜伏浦)’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양산군읍지(梁山郡邑誌, 1878)>에는 이 지역이 “범방산(泛舫山, 273m) 한 줄기가 낙동강 물을 향해 머리에 돌을 이고 있는 모습이 거북이와 같다”고 기록돼 있다.


실제로 범방산 정상에는 거북이가 산을 향해 목을 내밀고 있는 듯한 바위가 있어 구포의 상징물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 일대가 ‘굿을 행하던 갯가’ 즉 ‘굿개’로 부르다가 이를 한자화 하면서 ‘구(龜)’를 써서 구포라는 지명이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구포는 일찍이 농산물을 비롯한 어물과 소금의 집산지로 활기를 띠었던 곳이다. 포구마다 배들이 몰려들었으며, 물산이 집중됨은 물론 보부상을 비롯한 상인들의 왕래가 빈번해 객주 집과 주막이 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이러한 입지적 여건으로 400여 년 전부터 시장이 형성돼 단일 장으로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하기도 한다.


1919년 3월 29일 3·1만세운동이 구포장터에서 일어났는데, 지금도 매년 3월말이면 구포장터에서 그 때의 3·1만세운동 함성을 재현한다.


어제 일정을 구포삼거리에서 마치고 지금까지 쌓여온 피곤함도 밤새 꿈속으로 떠나보내며 여명과 함께 눈을 뜬다. 날씨는 비든 눈이든 금방 쏟아질 기세이나 일기예보를 검색해보니 오전 11시경에 비가 올 확률이 높게 나온다. 조반을 마치고 구포삼거리에서 이어 걷는다. 낙동강을 따라 다대포까지 이어지는 강변도로가 시원하게 뚫려있다. 그리고 강둑을 따라 구포를 지나면 사상구 삼락동이다.


사상구(沙上區)는 1995년 부산 북구에서 분리되면서 새로 생긴 기초지방자치단체다. 사상구하면 언뜻 ‘모래밭’으로 떠오르지만, 부산의 경제를 이끄는 부산 최대의 공업지역이며 산업과 물류, 유통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하고, 남해지선고속도로가 제2도시고속국도와 연결돼 경부고속도로에 접속된다. 경부선 철도가 L자형으로 사상구를 관통하고 있다. 또 천혜의 자연생태계 보고인 광활한 낙동강 둔치를 보유한 고장이기도 하다.


삼락동의 ‘삼락(三樂)’이란 지명은 1910년 양산군 좌이면 소요리를 부산에 편입시킬 때 삼락리로 개칭되면서 생겨났다. 일제말기 재배하기 시작한 딸기가 1970년대까지 이어져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이 많았다고 한다.


                                      ▲삼락동 갈맷길.


삼락은 군자삼락(君子三樂)과 인생삼락(人生三樂)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삼락동 딸기밭을 연상해 강상청풍(江上淸風, 강 위의 맑은 바람), 노전낙조(蘆田落照, 갈대밭의 저녁노을), 누하매전(樓下苺田, 원두막 아래 딸기밭)을 생각하며 즐겼다고 한다.


삼락생태공원은 낙동강의 좌안 사상구 엄궁동에서부터 삼락동 강서낙동대교까지의 둔치지역으로 낙동강하구 4개 둔치 중 가장 넓은 지역이다. 낙동강하류 철새도래지(천연기념물 제179호) 내에 위치하고 있다. 습지, 철새먹이터, 잔디광장, 야생화단지, 자전거도로, 산책코스, 오토캠핑장, 수상레포츠타운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삼락생태공원관리사무소.


삼락생태공원의 중앙과 최상단에 시민들을 위한 각종 체육시설(13종 59면)이 조성돼 있고, 갈대와 버드나무군락으로 이뤄진 습지 사이로 산책로가 있다.


강변 제방에는 벚꽃길이 터널을 이룬다. 꽃이 만발하는 봄날에는 꽃잎이 눈발처럼 날리며 추억 만들기에 좋은 곳 같다.


                                        ▲숲속도서관.


제방에는 ‘숲속 도서관’이 마련돼 있어 한 권의 책을 읽으며, 피로해진 마음을 달랠 수 있다. 시인들의 주옥같은 시를 읊으며, 영혼을 맑게 할 수도 있다. 어쩌면 태백 황지부터 천 삼백리길을 따라 걸어와 마지막을 향하는 지금은 ‘바람과 세월이 하나 되어 모여드는 가을의 씨앗’처럼 추억 속에 묻어 둔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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