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녹지는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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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호 책임연구원(한국종합환경연구소)


비가 계속 내린다. 폭우가 내린다. 자연생태계에 있어야 할 구성물들이 아닌 인공구조물들로 가득 차 있는 대부분의 사람 사는 지역에는 수분을 머금을 수 있는 공간이 매우 적다.


수분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적은 도심은 시멘트, 아스팔트, 콘크리트 등의 석조면으로 되어 있어 태양광이 통과하지 못한다. 열의 방사로 인공구조물들은 많은 열을 비축하지만 식물은 식물 내부에서 광합성 현상을 통해 열이 조절된다.


도시화에 따른 녹지면적감소는 대기와 열 교환현상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가 열섬현상을 더욱 부채질한다. 자동차 배기관을 통해 유출되는 배기가스는 100℃ 수준이다.


최근 폭우와 강우량 변동은 도심의 온도상승에 따른 수분수지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비만 오면 강하류에 수해가 가중되는 것도 도심에 수분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수분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적은 곳은 정서적으로도 매우 삭막하다. 아스팔트 바닥에는 식물이 살수 없으며 식물이 살수 없는 곳은 생태적 지위가 소비자인 동물의 먹이원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쉴 곳과 에너지섭취원이 없어 야생동식물들은 사라지게 된다. 언제 부터인가 도심의 곳곳에는 야생동식물의 생육공간이 사라지고 도시 사막화가 되고 있다.


비가 왔던 길을 슬리퍼를 신고 걸어가다 보면 수풀에 스치는 발의 느낌도 느낄 수가 없게 되었다. 산책로를 가더라도 그저 나무가 자라는 곳의 옆을 지나갈 뿐이다.


얼마 전 필자는 나무가 자라는 곳 옆을 지나다가 풀을 깎고 계신 분들을 보았다. 그 분들은 예초기로 열심히 자란 풀들을 쳐내고 있었다. 자연 상태를 유지하도록 도와줘도 시원찮을 텐데 더욱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인력을 낭비하며 자연 상태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한참을 바라보다 너무 답답해 그분들에게 물었다. "왜 풀들을 쳐내시나요" 그분들 말씀이 풀이 자라 지저분하다고 시민들이 시청에 민원을 제기하기 때문이란다. 필자는 허허... 헛웃음이 나왔다.


풀을 제거해달라는 민원이 제기되더라도 자연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하면서 설득시키지 못한 시청관계자가 답답하게 느껴졌고 풀이 자라서 도심녹지가 지저분하다고 느끼는 민원인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도심 녹지는 최소한 도시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고 대기를 정화시키며 도심사막에 야생동식물의 생육공간으로서 생태학적 가치가 매우 큰 곳이다. 눈으로 보기에 지저분하다고 민원을 제기하는 시민의식은 참으로 아쉽기만 하다. 물론 도심녹지의 정리가 필요한 곳도 있다. 녹지 내에 의자를 설치했거나, 운동기구가 들어가 있는 곳은 선별적 정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분별한 간섭은 필요악이다. 아무리 관계기관의 녹지 보호 노력만 있으면 무엇하겠는가. 시민의식이 뒤떨어져 있으며 후진적인 환경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가끔 필자도 목격하는 일이지만 녹지로 차를 돌진시켜 무단주차를 시킨다든가. 쓰레기를 무단투기 한다든가, 쓰레기를 태운다든가, 가축을 사육한다든가, 상추, 고추 등 재배한다든가, 김장독을 묻어 놓는다든가 등은 우리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역시 시민의식 부재다.


장마철이 끝나면 곧 휴가철이 다가온다. 산으로 바다로 자연을 찾아 휴가를 떠난다. 휴가를 간 곳의 자연환경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며 우리 주변에 녹지를 가꾸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제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놔두자. 어설픈 시민의식으로 도심공원을 훼손하기보다는 그대로 놔두다. 자연은 그대로 두면 다 알아서 원래 자리로 돌아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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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6-07-15 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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