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성 기자
【에코저널=서울】서울환경연합과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은 28일, 정부서울청사 본관 앞에서 환경부와 기업에 이중병뚜껑 등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재질 플라스틱 규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서울환경연합과 알맹상점은 재활용을 방해하는 이중병뚜껑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들과 함께 지난 1월부터 이중병뚜껑 어택을 진행했다. 어택을 통해 모인 이중병뚜껑의 양은 34kg(약 1만3천개)이 넘는다.
오늘 기자회견에서는 어택을 통해 모인 이중병뚜껑 무덤 위에 몸 속에 재활용 되지 않는 플라스틱이 가득한 해골이 쓰러지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그 외에도 3015명의 시민이 참여한 ‘이중병뚜껑 out’ 서명과 플라스틱 관련 규제 요구안을 합동민원센터를 통해 환경부에 전달했다.
기자회견에서 서울환경연합 플라스틱방앗간 서정아 활동가는 “플라스틱 방앗간에서는 크기가 작아 선별되지 못해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시민들과 모으고, 업사이클링 제작 활동을 하고 있다. 업사이클링 과정에서 이중병뚜껑이 분쇄기 속으로 들어간다면 함께 분쇄된 다른 플라스틱마저 전부 사용이 어렵거나, 일일히 갈려있는 이중병뚜껑을 빼야 한다. 그럼에도 미처 빼지 못한 이중병뚜껑의 일부가 열을 사용하는 사출기에 들어간다면 기기 속에서 타버려 늘러붙고, 주입구를 막는 등 기기 고장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 이중병뚜껑은 선별장에서 재질 별 분리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된다.”며 병뚜껑이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제대로 된 제도개선과 생산단계의 변화를 요구했다.
알맹상점의 김하은 캠페이너는 “기업은 밀봉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이중병뚜껑을 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알맹상점에서 단일 소재 병뚜껑과 이중 소재 병뚜껑의 블라인드 시음회를 진행한 결과 71%가 단일병뚜껑이 탄산감이 더 높거나 두 병뚜껑 간에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이는 기업의 주장에 반대되는 결과다”라며, 이중병뚜껑이 불필요함을 밝혔다.
이중병뚜껑이 재활용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민들은 “이중병뚜껑을 사용하는 제품은 이제 안 사먹어야겠다”는 소감을 밝히면서, “시민들은 재활용 용이성을 제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앞으로 기업에서 제품을 만들 때 재활용 용이성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맹상점의 박현희 캠페이너는 “알맹상점은 재활용 되지 못하는 쓰레기들을 자원순환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시민들의 노력들을 마주하며 희망을 얻는다. 이런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여보고자 하는 민간과 다양한 사회적 기업의 노력에도 규제가 없거나 미미한 수준으로 인해 재활용이 어려워 매립이나 소각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들 때문에 다시 좌절하곤 한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우리는 시민들이 더 이상 기업과 환경부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 자리에 서게 되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확대하고 재활용 어려움 등급에 매기는 부담금 역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환경연합 박정음 활동가는 “이중병뚜껑과 같이 1회용컵도 재활용 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재질로 제작되고, 컵의 인쇄로 인해 95%가 버려지고 있다. 올해 1회용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장 내 규제 및 1회용컵 보증금제와 같은 제도들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다 후퇴한 상황”이라며 “다가오는 12월 2일, 제주와 세종에서는 1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된다. 1회용컵은 제주와 세종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전국 곳곳에 있다. 우리는 1회용컵 보증금제가 전국에서 시행되길 바란다”며 1회용컵 보증금제의 제대로 된 시행을 촉구했다.
서울환경연합 김민지 활동가는 “이번 11월 24일부터 시행되는 1회용품 규제 품목은 종이컵·플라스틱빨대·젓는 막대, 비닐봉투, 1회용 플라스틱 응원용품, 우산비닐로 이전의 규제보다 한층 강화된 규제다. 그러나 11월 1일 발표한 1년간 계도기간은 사실상 1회용품 규제를 포기한 셈이다. 불과 지난달 정부는 전 주기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하며, 일회용품 사용 최소화와 더불어 플라스틱 국제협약에 대한 준비도 하겠다고 선언했다.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1회용품 사용 규제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단속없이 플라스틱 사용량과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줄일 수 없다고 분노했다.
서울환경연합과 알맹상점은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은 제품 환경 부담금 확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확대 △단일소재 플라스틱 생산 의무화 ▲단색 플라스틱 사용과 사용처에 따른 소재 통일 ▲재활용이 안되는 복합소재 플라스틱 역회수 체계 마련 ▲소비자가 쓰레기를 사지 않을 권리 보장 등 재활용 안되는 플라스틱 규제 강화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