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남매 경쟁설 담은 ‘죽장동오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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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남매 경쟁설 담은 ‘죽장동오층석탑’ 낙동강 천 삼백리길을 따라(21)
  • 기사등록 2022-11-26 08:53:31
  • 기사수정 2023-12-24 09: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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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점심은 구미시 선산읍에 와서 하고 한낮 무더위를 피해서 죽장사로 향한다. 죽장사(竹長寺)는 신라 때 창건됐으나, 이후의 연혁은 전하지 않는다.


                               ▲죽장동오층석탑.


서황사(瑞凰寺)라고도 불리는 죽장사에는 국보 제130호로 지정(1968년12월)된 죽장동오층석탑이 유명하다. 이 탑에는 신라 때 한 남매가 서로 재주를 겨루다가 각각 다른 자리에 오층석탑을 쌓기로 했는데, 누이가 먼저 이 탑을 세웠다는 전설이 전한다. 높이가 10m로 전탑형의 5층탑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탑이다.


죽장사는 한때 폐사됐다가 1954년 법당을 짓고 절 이름을 ‘법련사’라고 불렀다. 1991년부터 1994년까지 명효(明曉)가 대웅전과 삼성각·요사채 등을 지으며, 중창해 오늘에 이른다. 마당에는 한 줄로 모아놓은 열여섯 개나 되는 주춧돌이 탑과 더불어 이 절의 옛 모습을 그리게 만든다.


                                  ▲애기부처.


모서리 기둥을 받쳤을 것으로 짐작되는, 큰 사분원과 작은 반원을 합친 것 같은 주좌가 새겨진 것들도 더러 보인다. 초목에 가려 있어도 천진난만한 애기부처는 보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죽장사에서 더위를 피한 후 다시 낙단보 건너 경북 의성군 단밀면에 있는 관수루(觀水樓)로 이동한다. 경상북도 의성군(義城郡) 낙단교와 낙정양수장 사이에 있는 누각이다. 고려중엽 창건 시에는 강의 서안(西岸)에 위치했는데, 조선초엽 수해를 입어 동안(東岸)으로 이건해 1734년(영조 10)에 중건했다. 1842년(현종 8)에 중수했으나, 1874년에 유실된 것을 1990년 지역민의 힘으로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했다.


‘인자(仁者)는 요산(樂山)이요, 지자(智者)는 요수(樂水)’라 예로부터 내왕 객이 끊임없던 낙동나루터, 황지(黃池)에서 발원해 수 백리를 쉼 없이 흘러온 낙동강 물이 머물다 가는 곳. 자연의 절경이 내려 보이는 누대(樓臺)에 올라 바쁜 세상사를 관조(觀照)하는 여유로움이 고려조의 이규보(李奎報, 1168∼1241)를 비롯해 김종직(金宗直, 1431∼1492), 김일손(金馹孫, 1464∼1498), 이황(李滉, 1501∼1570) 등이 지은 15편의 글들이 관수루에 걸려있다.


관수루 하류에 있는 낙단교(洛丹橋)는 상주시 낙동면과 의성군 단밀면을 연결하는 낙동나루터에 세운 교량이다. 이 다리가 완공되기까지 선거 때마다 교각이 하나씩 세워져 수 십 년이 걸렸다는 농담도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1985년 4월 23일에 착공해 1986년 8월 30일에 완공했다. 다리의 길이는 434m, 폭은 10m이며 무게는 32.4톤에 달한다.


낙단교 상류에 있는 낙단보(洛丹洑)는 2009년부터 시작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낙동강에 조성된 8개 보 중 상류 2번째 위치한 보다. 낙단보의 경관은 낙동강 3대 정자 중 하나인 관수루(觀水樓)의 처마를 모방해 경상북도 의성군, 경상북도 상주시, 경상북도 구미시 세 지역의 자연과 역사, 문화가 융합되고 사람이 어우러지는 전통적인 이미지를 연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물은 흐르는 게 순리’이거늘 자연의 이치에 어긋난 것은 아닌지...


                                      ▲낙단보.


무쇠도 녹여버릴 기세로 세상을 달구는 폭염은 발걸음을 자꾸 더디게 한다. ‘그늘 중의 가장 시원한 그늘’은 역시 ‘다리 밑’이다. 상주∼영천 간 고속도로의 낙동강대교의 교각 밑은 옛날 할머니 말씀대로 가장 시원한 고향 같다. 할머니께서는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며 손주를 놀리셨다.


잠깐 더위를 식히고 다시 걸음을 재촉하지만 무더위에 시간도 길게 늘어진다. 낙동강 따라 발길을 옮겨 의성군을 지나 구미시 도개면 가산리에 도착한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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