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서원철폐령으로 사라졌던 ‘낙암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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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서원철폐령으로 사라졌던 ‘낙암서원’ 낙동강 천 삼백리길을 따라(20)
  • 기사등록 2022-11-20 09:13:24
  • 기사수정 2023-12-24 17: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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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조반을 끝내고 사벌국(沙伐國) 왕의 능으로 전해지는 ‘전사벌왕릉(傳沙伐王陵)’이 있는 사벌면 화달리로 일찍 이동한다. 경북도기념물 제25호로 지정(1977년 12월 29일)된 이 능은 신라 54대왕 경명왕의 다섯 번째 왕자 박언창(朴彦昌)의 묘라고 전해진다. 박언창은 사벌주의 대군으로 책봉됐으나, 후에 사벌국이라 칭하고 자립왕으로 11년간 다스렸다. 후일 견훤의 침공으로 패망하고, 이곳에 묻혔다고 한다.


사벌왕릉 바로 옆에는 화달리 삼층석탑이 있다. 이 탑은 통일신라시대의 삼층석탑이다. 상주나 문경지방에 분포한 탑의 특징으로 8매의 장대석으로 구축한 지대석 위에 탑을 세웠는데, 기단부는 단층으로 하층기단 면석을 생략한 형식이다. 높이는 6.24m며, 건립연대는 9세기경으로 추정한다. 현재 덮개돌 위에 있는 목 없는 불상 1구는 이 탑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삼층석탑 주변에 있는 재실 같은 전각도 궁금하다.


                               ▲목 없는 석불.


사벌왕릉과 삼층석탑을 둘러보고 어제 끝 지점인 강창교 둔치로 이동한다. 강창교는 상주시 낙동면과 중동면을 이어주는 교량이다.


강창교 북동단의 ‘낙동강생명의숲공원’에는 야영시설이 빼곡하다. 낙동강이 적시는 상주 벌 들녘에는 논과 밭에 심어 놓은 농작물들이 뿌리를 튼실하게 잡아가고, 우렁이는 벼 포기마다 알을 실어 친환경 자연농법을 실천한다.


하류로 조금 내려오면 정기룡(鄭起龍) 장군을 기리는 상주의 전통 활터인 충의정이 나온다. 매헌 정기룡(梅軒 鄭起龍, 1562∼1622)장군은 1586년에 무과에 급제해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거창싸움에서 500여 명을 격파했고, 곤양의 수성장이 되어 왜군의 호남 진출을 막았다. 격전 끝에 상주성의 왜군을 물리치기도 했다. 1597년 정유재란 때에 고령에서 적장을 생포하기도 하면서 무장으로 용맹을 떨치다가, 1622년 통영의 진중에서 전사했다. 시호는 충의(忠毅)이고, 본관은 진주(晉州)다.


                                    ▲낙암서원.


상주시 중동면 죽암리에는 낙암서원이 있다. 낙암서원(洛嵓書院)은 김담수(金聃壽)와 두 아들 김정용(金廷龍), 김정견(金廷堅)을 배향한 곳이다. 1796년(정조 20)에 창건, 향사돼 오다 1871년 대원군의 서원철폐령(書院撤廢令)으로 단소만 남아있었던 것을 1988년 다시 복원했다. 낙동강이 멀리 바라보이고 야트막한 산이 뒤를 둘러싼 배산임수형에 위치하며, 낙암은 마을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매년 음력 3월 중정일(中丁日)에 향사를 지낸다.


낙암서원 앞으로는 낙동강이 호수처럼 잔잔하고 비옥한 강변의 들에는 농작물들이 충분한 일사량에 쭉쭉 자란다. 인근 공군초소의 호위를 받으며 도착한 곳은 ‘옛 토진(兎津)나루터’다. 토진나루는 상주·의성·예천의 하상(河上)무역의 중심지로 문물이 교환되는 시장이 번성했던 곳이었으나, 1982년 11월에 중동의 신암리와 낙동의 물량리를 잇는 중동대교가 개통됨으로써 나루터의 명성은 옛날로 묻혀 버렸다.


중동대교를 건너면 낙동면 물량리(物良里)로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돼 있다. 자전거도로 옆에는 4대강사업의 일환으로 자전거 이용객들의 편익을 제공하기 위해 국토해양부(부산국토관리청)에서 보양정(甫陽亭)이란 정자를 세웠다. ‘보양’이란 이름은 물량의 옛 마을이름으로, 1914년 일제강점기 때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물량리 뒷산인 나각산(螺角山, 240m)은 낙동강 1300리 중 유일하게 ‘낙동’이라는 지명을 가진 상주시 낙동면에 낙동강과 어우러져 솟아있는 산이다. 산체가 둥글어 소라 형국이고, 정상 능선에는 뿔 모양을 하고 있다. 정상 주변 바위에는 부처손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나각산 입구에는 장승이 우뚝 서서 길을 안내하고, 원래 강이 융기돼 산이 만들어졌다.


                             ▲낙동강역사이야기관.


당진∼영덕 고속도로 밑으로 몇 구비 고개를 넘어 도착한 곳은 낙단보공원이다. 공원 아래에는 2017년 8월에 개관한 ‘낙동강역사이야기관’이 있는데 들르지 못하고 오전을 마감한다.


낙동강역사이야기관은 상주시가 낙동강이 간직한 역사와 상징성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전시하는 전당이다. 이야기 관은 어린이 체험관, 4D 영상관, 낙동강 갤러리, 수석 전시실, 생활문화관, 나룻배체험관, 경제 교류관, 세미나실 등을 갖추고 있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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