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태조 이성계 머물렀던 ‘왕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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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태조 이성계 머물렀던 ‘왕숙천’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64)
  • 기사등록 2022-07-17 09:21:20
  • 기사수정 2023-12-23 23: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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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남양주시 수석동 미음나루 터는 과거 남양주시와 하남시(河南市) 미사리를 건너던 나루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서 “미음진(渼音津)의 주위 동쪽 70리에 있어 광주로 통한다”라고 적힌 것으로 보아 남북 교통로의 요지로 추측되나, 미음나루는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경기도는 2006년 미음나루 자리를 음식문화 시범 거리로 지정해 매운탕과 해물탕, 장어구이 등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미음나루 간판.


왕숙천을 지나면 경기도 구리시다. 구리시(九里市)는 조선 시대 양주목(楊州牧)에 속했다. 구리(九里)라는 명칭은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당시 양주군 망우리면(忘憂里面)과 구지면(九旨面) 등을 통합하면서 유래한다. 1963년 망우리는 서울시에 편입돼 옛 구지면(九旨面) 지역으로 축소됐으며, 1973년 구리읍으로 됐다가 1986년 구리시로 승격돼 현재에 이른다.


                                       ▲왕숙천.


왕숙천(王宿川)은 길이 37.34km, 유역면적 270.79㎢이다. 포천시 내촌면(內村面) 신팔리(薪八里) 수원산 계곡에서 발원해 남서쪽으로 흘러 남양주시를 지나 구리시에서 한강으로 흘러든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상왕(上王)으로 있을 때 팔야리(八夜里)에서 8일을 머물렀다고 해서 ‘왕숙천’이라 부르게 됐다. 그 밖에 세조를 광릉에 안장한 후 “선왕(先王)이 길이 잠들다”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구리타워.


왕숙천변으로 구리타워가 보인다. 이 타워는 혐오 시설로만 여겼던 쓰레기소각장의 굴뚝을 이용해 전국 최초로 지상 100m 높이에 전망대와 회전식 식당을 마련해 한강 등 주변 경관을 관망할 수 있고, 수영장 등 주민편의시설이 만들어졌다. 소각시설은 하루 140톤의 생활폐기물을 소각, 처리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소각시설로 소각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구리시 인창동에는 동구릉(東九陵)이 있다. 동구릉은 조선 왕조를 세운 태조 이성계의 명으로 1408년에 능지(陵地)로 정해진 곳이다. 동구릉은 조선 왕조 전 시기에 걸쳐 이뤄졌다. 동구릉이라고 부른 것은 순조(純祖)의 아들 문조(文祖, 처음에는 익종으로 추존)의 능인 수릉(綏陵)이 아홉 번째로 조성됐던 1855년(철종6) 이후의 일이다. 동구릉은 조선 왕조 500년 능제(陵制)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세계문화유산이다.


구리시 토평동에는 중부고속도로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로 연결되는 강동대교는 하루 자동차 통행량이 8만 대가 넘는 교량이다. 강동대교(江東大橋)는 서울 강동구 강일동과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을 잇는 다리로 1991년 12월에 준공됐다. 길이 1126m, 너비 26.72m인 이 다리가 개통됨으로써 수도권 동부 지역의 교통난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강동대교를 지나면 한강 하천부지를 이용해 조성한 구리한강시민공원을 만난다. 원래 경비행기 활공장으로 사용하던 넓은 부지에 조성된 꽃단지는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곳이다. 시원한 강바람에 싱그러움을 더하는 자연에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누릴 수 있다. 5월에는 유채꽃, 9월에는 코스모스가 피어 드넓은 꽃단지가 언론에 소개되면서 인근의 서울시민들도 함께 와서 즐길 수 있는 수도권의 명소가 됐다.


구리시와 서울시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가 아차산(峨嵯山)과 망우리(忘憂里) 고개다. 망우리는 태조 이성계가 지금의 건원릉 자리를 결정하고, 기쁜 마음으로 환궁하던 중 지금의 망우고개 위에서 잠시 발길을 멈추고 자신의 능지로 결정한 곳을 바라보니 과연 명당이었다. 이에 태조가 “이제는 근심을 잊게 됐다.”라고 경탄한 데서 ‘망우(忘憂)’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아차산(296m)은 야트막한 산으로 용마산(348m)과 망우봉 등 주변 산지와 연결돼 있는데, 조선시대까지는 이 모두를 아차산이라고 불렀다. 아차산에는 삼국시대의 고분, 고려 시대의 석탑, 절터 등 수많은 유적이 있다. 특히 이곳에는 능선을 따라 봉우리마다 ‘보루(堡壘)’라고 하는 군사유적이 약 20여 개 있다. 아차산의 보루는 삼국시대 한강을 둘러싼 고구려·백제·신라의 긴장 관계를 보여준 중요한 유적으로 2004년에 지정된 국가지정문화재로 됐다.


망우산을 바라보며 잠깐 딴생각을 하고 걷다가 2015년 6월에 완공된 구리암사대교와 만난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과 경기도 구리시 아천동 사이를 연결하는 이 다리는 한강에 설치된 31번째 교량이다. 총 길이 2,740m로 처음에는 암사대교로 다리 이름을 정했으나, 경기도 구리시에서 구리대교로 해달라고 요구해 마찰을 빚다가 서울시 지명위원회에서 구리암사대교로 조정(2008년 8월)해 명명했다고 한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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