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임금에게 마지막 인사 ‘배알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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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임금에게 마지막 인사 ‘배알미동’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63)
  • 기사등록 2022-07-16 05:05:32
  • 기사수정 2023-12-23 23:3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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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팔당댐 공도 입구를 따라 걷기 시작해 수도권 2200만 명에게 공급되는 생명의 젖줄인 팔당호를 벗어났다.


                                ▲검단산과 배알미동.


검단산(黔丹山, 657m)자락에는 하남시 배알미동이 천지의 조화를 이룬다. ‘배알미동(拜謁尾洞)’은 옛날에 관리가 낙향하거나, 귀양 갈 때 한양을 향해 임금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올리던 곳이라 해서 이름이 붙었다.


예봉산(禮峯山, 683m) 아래의 팔당은 조선조까지 경기도 광주 땅이었으나, 일본강점기 때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양주 땅이 됐고, 넓은 나루가 있어 바댕이 또는 팔당(八堂)이라고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전설에 의하면 예봉산이 수려해 팔선녀가 내려와 놀았고, 그 놀던 자리에 여덟 당을 지어서 팔당(八堂)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구 중앙선 철길 옹벽에는 사랑을 맹세하는 낙서들이 사랑을 갈구한다.


팔당대교 밑을 지날 때는 언젠가 보았던 새벽 풍경이 스친다. 하늘의 선인의 수염 같은 물안개가 강물 위로 모락모락 피어오를 때 백수광부(白首狂夫)의 아내가 불렀다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가 불현듯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公無渡河, 공무도하)

임은 결국 물을 건너시네.(公竟渡河, 공경도하)

물에 빠져 죽었으니,(墮河而死, 타하이사)

장차 임을 어이할꼬.(當奈公何, 당내공하)


아마 하남시와 팔당을 연결하는 팔당대교가 없었다면 팔당의 선녀들이 공무도하가를 부르며 지금까지 전설 같은 비극적 사랑이 이어졌을까?


                                       ▲팔당대교.


팔당대교는 하남시 창우동과 남양주시 조안면을 잇는 총길이 935m, 너비 24m의 다리로 1995년 4월에 완공했다. 팔당대교 부근 하중도(河中島) 사이의 여울에는 공무도하가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인가? 겨울의 진객 고니[백조(白鳥)]가 무리지어 유영을 한다. 언젠가 새벽에 고니의 새벽 울음소리를 들으려고 이곳을 찾아왔다는 지인의 이야기가 혹시 공무도하가를 부르는 부인 여옥(麗玉)의 목소리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강건너 하남시(河南市)는 경기도의 중동부에 위치한 시로 1980년 동부면이 읍으로 승격했으며, 1989년 광주군 동부읍·서부면·중부면 상산곡리를 합쳐 하남시로 승격됐다. <삼국사기>에 백제 건국과 관련해 “북으로 한수(漢水)를 두르고 동으로는 높은 산을 의지했으며, 남으로는 기름진 땅을 바라보고, 서로는 대해가 막혔으니 여기에 도읍을 정함이 좋겠다… 온조는 한수 남쪽(河南)의 위례성(慰禮城)에 도읍을 정하고 열 명의 신하를 보좌로 삼아 국호를 십제(十濟)라 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제6호 경강국도 변을 따라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에 접어든다. 와부(瓦阜)읍은 일제강점기 때 와공면(瓦孔面)과 초부면(草阜面)을 통합해 생긴 이름이다. 한때는 모 사설 종교단체의 집단촌이었으나 지금은 고층아파트 단지가 되어버린 덕소(德沼)라는 지명은 ‘크고 깊은 못’에서 유래된 땅 이름이다.


남·북한강이 양수리에서 합류해 왕숙천과 만나기 바로 직전에, 곡류(曲流)를 이루는 곳이다. 강 건너 미사리 쪽은 완만한 퇴적 사면을 이뤄 아름다운 모래의 벌판을 드러내는데 반해 덕소 쪽은 유속이 빠르고 수심이 깊은 공격 사면으로, 크고 깊은 물줄기를 못으로 바라본 것이다.


덕소를 지나면 남양주시 삼패동이다. 삼패동(三牌洞)은 조선 시대 공문서를 말(馬)에 의존하던 시대 역참(驛站)이 있었던 곳이다. 삼패동을 지나 수석동 언덕에는 조선 초기의 문신 조말생(趙末生, 1370~1447)의 유택을 한강을 굽어본다. 조말생은 함길도관찰사로 부임해서는 여진족 방어에 힘썼고, 경상·전라·충청 3도의 도순문사로 나가서는 축성 사업을 벌였다. 남양주시 수석동(水石洞)은 신석기~고구려 시대 유물이 분포돼있는 지역이다.


                                    ▲미사대교.


삼패동과 하남시 망월동을 잇는 미사대교가 보인다. 미사대교는 길이 1530m의 다리로 2009년 7월에 개통된 한강의 28번째 다리다. 서울∼양양고속도로의 첫 구간이다. 교량 이름을 놓고 남양주시(구리대교 또는 덕소대교)와 하남시(미사대교)가 뜨거운 줄다리기를 하다가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시설물명 선정위원회에서 3차에 걸친 회의 끝에 투표로 최종확정했다.


오전 일정을 마무리하고 점심을 위해 하남시 미사동으로 이동한다. 이곳 미사동은 88서울올림픽 때 경기를 했던 조정경기장을 비롯해 강변을 따라 각종 체육시설이 들어섰고, 일부 지역에서는 선사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 역사적 유물이 출토되는 지역이다.


미사동(渼沙洞)은 한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모래로 이뤄진 섬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원래 하나의 큰 섬이었으나,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지형이 바뀌어 각각의 섬으로 나뉘었는데, 한강 종합개발로 이마저도 사라져 옛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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