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용 기자
엘리베이터 벽에는 유독 거울이 많이 걸려 있다. 대부분 하나 이상의 거울이 걸려 있고 출입구를 제외한 벽면 3곳에 거울이 걸려 있는 경우도 심심치않게 본다. 왜 이렇게 엘리베이터 벽에는 거울이 많이 걸려 있는 걸까?
첫 번째는 협소한 엘리베이터 내부 공간을 시각적으로 넓게 느끼게 하기 위한 인테리어 측면이 강하다. 흔히 좁은 가게를 넓게 보이려고 한쪽 벽면을 거울로 장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때때로 화물용이나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타면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드는 데, 이는 거울 대신 둔탁한 에칭을 사용한 엘리베이터 벽면이 시선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야가 확 트인 전망용이나 거울과 같이 반사되는 미러 재질의 내부 인테리어를 적용한 엘리베이터의 경우는 거울 사용을 자제한다.
두 번째는 자연스러운 시선처리가 가능해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도록 도와주고 지루함을 덜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낯선 사람과 아무 대화도 없이 멍하니 있으면 어디에다 시선을 둬야 할지 어색하고 불편하다.
하지만 거울이 있는 경우는 자연스러운 시선 처리가 가능해지고 막연한 불안감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심리학 실험에서도 엘리베이터에 거울이 있는 경우가 없는 경우보다 승객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편안함을 느끼고 탑승시간을 짧게 인식한다고 한다.
세 번째는 법적인 의무 사항에 해당하는 경우다. 엘리베이터 유효바닥 면적이 1.4m x 1.4m 미만인 장애인용 엘리베이터의 경우는 법적으로 엘리베이터 문 맞은편에 견고한 재질의 거울을 부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휠체어 등을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엘리베이터 문을 등지는 방향으로 탑승하게 되는데 엘리베이터 내부 공간이 좁아 몸의 방향을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의무적인 거울 부착을 통해 장애인들이 몸의 방향을 전환하지 않고도 출입구의 개폐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길어야 1분을 채 넘지 않는 엘리베이터 탑승시간. 그리고 오늘도 무심코 지나쳤을 엘리베이터 속 거울. 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해 착안되었던 거울의 역할이 앞으로 어떤 진화를 이룰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