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양평군 명소 세미원·배다리, 두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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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양평군 명소 세미원·배다리, 두물머리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60)
  • 기사등록 2022-07-03 09:20:51
  • 기사수정 2023-12-23 23: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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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양평 양수역에서 용담을 따라 큰길로 나오면 세미원이다.


세미원(洗美苑)은 “관수세심(觀水洗心, 물을 보면서 마음을 깨끗이 하고) 관화미심(觀花美心, 꽃을 보면서 마음을 아름답게 하며) 관산개심(觀山開心, 산을 바라보면서 마음을 열 일이다)”의 장자(莊子)의 글에서 집자(集字)해서 공원 이름을 지었다. 아름다운 꽃들과 맑은 물이 넘쳐나고, 주변의 병풍 같은 산들을 바라보며 “마음을 깨끗이 하고, 아름답게 하며, 마음을 열기”에 딱 좋은 곳이다.


           ▲세미원 앞 도로에서 바라본 모습. 2017년 7월 촬영.


세미원이 있는 이곳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남한강에서 떠내려오는 부유물질이 신양수대교 교각 밑으로 밀려 쓰레기 투기장을 방불케 한 지역이었다. 이러한 곳을 이곳 주민들의 노력으로 쓰레기를 수거한 다음 수질정화 능력이 뛰어난 연(蓮)을 갖다 심었다. 경기도에서는 나중에 규제를 재정비함은 물론 100억 원의 재정지원으로 물과 꽃이 어우러지는 세미원이 2004년 5월 개원했다. 2012년 5월에는 <재단법인 세미원>으로 재탄생했다.


용늪다리를 건너 양수리로 접어든다. 두물머리가 있는 양수리는 양평군 양서면에 있는 섬이다. 북한강이 흘러 내려오다가 용늪으로 갈라지면서 섬이 됐으나 지금은 연육교를 놓아 섬 같은 분위기는 전혀 없다. 양수리는 금강산 단발령에서 힘차게 남으로 쏟아내는 북한강과 금대봉 검룡소에서 솟아 나와 느리면서도 장엄하게 뻗어 내린 남한강의 물이 만나는 곳이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이웃의 용진리와 석장리, 벌리 일부를 합쳐 지금의 양수리가 됐다.


신양수대교 밑으로 두물머리와 세미원으로 연결되는 배다리 열수주교(洌水舟橋)가 있다. 배다리[舟橋]는 조선 정조 때 양주에 있던 정조의 부친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의 현릉원(顯陵園)으로 옮기고 정약용 등이 참여하는 주교사(舟橋司)의 주관으로 매년 한강에 배다리를 설치해 자주 능행(陵幸)을 다녔다. 이러한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유산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정성을 다하여 부모를 섬기고자 했던 정조의 효행과 다산의 학덕을 기리고자 245m의 구간에 52척의 목선을 물 위에 띄워 폭 4m의 배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2017년 7월 촬영한 세미원 ‘배다리’.


배다리를 지나면 두물머리 느티나무가 마치 한 그루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세 그루의 우산형 나무 모양을 하고 이곳의 상징처럼 서 있다. 원래 두물머리에는 ‘도당할아버지’와 ‘도당할머니’로 부르는 두 나무가 나란히 서 있었으나, 1973년 팔당댐이 완공돼 수몰되는 과정에서 도당할머니 나무가 없어졌다. 이 느티나무에는 큰 구렁이가 살았는데, 한국전쟁 등 국난이 있기 전에 밖으로 나와 예고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안녕과 가정의 평온을 위해 매년 음력 9월 2일이면 이 나무에 도당제를 올린다.


                              ▲황포돛대와 느티나무.


예로부터 돌이 많아 ‘돌더미’로 불렸던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 물이 만나는 곳으로 양수리 중에서도 나루터가 있는 곳을 가리킨다. 옛날에는 강원도와 충청도의 물길이 서울 뚝섬과 마포나루를 이어주는 중간 나루터여서 매우 번창했다고 한다. 육로의 발달과 팔당댐이 완공돼 일대가 그린벨트로 묶이면서 어로행위와 선박건조가 금지돼 나루터 기능도 사라졌다. 두물머리는 TV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진 곳이며, 웨딩사진 촬영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두물머리 나루터 부근에는 겸재 정선(謙齋 鄭敾)의 진경산수화 <독백탄(獨栢灘)>을 돌판에 재구성해 놓았다. 이 그림은 겸재가 양수리 족자섬 앞의 큰 여울, 즉 족잣여울로 원본은 간송미술관에 소장돼 있다고 한다.


북한강과 남한강의 물 머리를 맞대는 가운데 강줄기를 갈라놓는 긴 섬 위로 수종사(水鍾寺)가 있는 운길산이 보인다. 강으로 이어지는 산자락은 지금의 남양주시 능내리며, 그 앞의 긴 섬이 족자섬으로 위에서 보면 발자국과 같은 모양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두물머리 나루터 아래로는 <두물경> 표지석이 있다. 이 표지석에는 “남한강 북한강 하나 된 두물머리 겨레의 기적이 숨 쉬는 우리의 한강”이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두물경은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꼭지점을 표시하는 것 같다. 세월이 가면 세상이 변하는 게 이치이지만 ‘옛것을 소중히 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알맞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두물머리의 자연자산을 보전하면서 아꼈으면 하는 마음이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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