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문정호 환경정책실장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던 전자업체 A사의 사장은 새로운 환경규제 때문에 EU에 가정용 게임기인 PS2를 수출했던 SONY가 제품을 다시 회수하고 막대한 손해를 본적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있어 고심하던 중, 환경컨설팅 업체 E를 찾아왔다. 자신의 업체에서 만든 PMP(휴대형 멀티미디어 재생기) 제품이 선진국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어 적절한 마케팅 전략과 함께 진출한다면 기업의 이윤확대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과연 자회사의 제품이 EU의 환경규제 기준에 적합한지 의심스러웠다.】
컨설팅 요청을 받은 E사 사장은 즉시 A회사 제품의 설계도를 분석하고, 구성 물질을 분석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또 EU에서 금지하고 있는 화학물질과 폐기물처리 절차 등을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EU에서 제품에 사용을 금하고 있는 수은을 동 제품이 함유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제품의 기능에 영향이 없으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이 무엇인지를 A사의 연구실과 함께 협의해 대체 후 수출이 가능하다는 답을 회신하였다.”
위의 가상 상황은 머지 않은 장래에 환경컨설팅이 미래 지식정보산업으로 각광을 받으며, 우리 사회에 환경컨설팅도 경영컨설팅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환경부는 기업체, 공공기관 등에 대해 환경관련 자문 및 대행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환경컨설팅업의 자율등록제 및 지원 등을 담은 법률 개정을 2004년부터 추진해 왔고, 금년 7월부터 이러한 제도가 처음 시행된다.
환경컨설팅이라는 개념은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나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정착단계에 있고 경영컨설팅 분야만큼 활성화되어 상당수의 대형 전문업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략 68개정도(2003년기준)의 소규모 환경엔지니어링업체, 환경영향평가대행업체들이 활동하고 있을 뿐이다.
환경관련 조사·분석, 진단, 상담, 정보제공, 교육 대행 서비스 등 지식기반 환경서비스업인 환경컨설팅업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환경컨설팅업의 전망이 얼마나 밝은지를 알 수 있다.
정부의 오염허용기준 등을 분석해 기업의 대응방안을 제시해 주는 컨설팅, 환경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산업체 창업 및 운영, 인수·합병 등의 컨설팅, 기업의 환경경영 및 환경기술 관련 컨설팅, 주유소의 유류, 공장의 유해 화학물질 등으로 오염된 토양의 조사·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복원 컨설팅, 농약, 중금속 등이 조류나 야생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생태영향평가 전문 컨설팅 등 그 분야가 매우 다양하다.
이런 환경컨설팅은 국가별 환경관련 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기후변화협약 등이 발효되면서 기업의 환경문제가 점차 제품의 수출, 기업의 매출과 직결되는 경영의 핵심 요소로 부각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기전자업종의 약 27%와 섬유 직물업체의 46%가 EU를 중심으로 한 외국의 환경규제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전문 컨설턴트들의 도움을 시급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환경분야의 선진국인 EU국가들의 환경컨설팅업은 강화된 환경규제의 영향 및 법제도의 뒷받침으로 지난 2000년 이미 10억파운드의 매출을 초과 달성했다. 미국의 경우도 1997년 기준 2,000여개의 환경컨설팅업체가 활동 중으로 연간 매출액은 153억 달러 수준이다.
이에 반해 국내 시장규모는 2,000년 기준 860억원 수준으로, 전 세계의 0.2%에 불과한 형편이다. 정부는 환경컨설팅 자율등록제를 통해 전문인력을 갖춘 환경컨설팅 전문업체를 많이 발굴하고, 등록업체에 대해 공신력을 줌으로써 환경컨설팅에 대한 기업의 수요를 창출하고자 한다. 이로써 2010년 5,270억 원대까지의 시장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환경컨설팅업의 활성화는 각종 국내외 환경규제 강화에 대한 대응능력이 대기업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들에 큰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최근 발표된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제조업 590개사를 대상으로 환경관리 전담조직을 갖추고 있는 업체는 4.4%에 불과하지만,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응답업체의 82%에 달한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환경컨설팅이 중소기업의 환경경영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예산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환경컨설팅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환경컨설팅 용역비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이번 환경컨설팅업 자율등록제는 DDA, FTA 협상 등으로 인해 환경서비스 시장 개방에 대비한 국내 환경컨설팅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며, 취업난을 겪고 있는 대졸 환경전문인력의 고용촉진과 민간기업 또는 정부기관의 환경분야에서 Know-how를 쌓은 퇴직근로자들의 일자리 창출역할과 함께 그들의 지적자산이 사장되지 않고 우리 기업들의 환경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21세기 고부가가치 지식기반산업이 요청되는 때이다. 환경컨설팅이 블루오션 시장으로 창출되고,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토대가 되도록 환경컨설팅 자율등록제가 성공적으로 안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 환경부 문정호 환경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