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여름에 사라지는 동강 ‘섶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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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여름에 사라지는 동강 ‘섶다리’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20)
  • 기사등록 2022-02-13 08:20:32
  • 기사수정 2023-12-24 19: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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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강변을 따라 잣봉을 올라와 다시 거운분교 쪽으로 원점 회귀한다. 태양은 머리 위로 솟아 오전 나절이 금방 지나간다.


오후에는 영월읍 거운리(巨雲里)와 삼옥리(三玉里)를 연결하는 거운교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라연이 있는 거운리는 단애(斷崖)를 이루는 산마루에 ‘큰 구름이 걸쳐 있다’는 뜻이다.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한 산간마을로, 화전과 밭농사가 이뤄지는 마을이었다. 삼옥리는 동강 하류의 마을로 물굽이에 퇴적된 모래가 많아 ‘사모개’로 부른 것이 변해 ‘삼옥’으로 됐다. 산여옥(山如玉), 수여옥(水如玉), 인여옥(人如玉)이라 해 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은 마을에서 비롯됐다고도 한다.


                            ▲‘영월동강생태공원’.


어라연주차장에서 동강 하류로 조금 내려오면 ‘영월동강생태공원’이 나온다. 야외공연장과 영월곤충박물관 등 부대시설이 갖춰진 생태공원은 수려한 자연환경과 희귀동식물을 비롯해 수많은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는 동강은 태고적 원시의 생태를 간직한 생태계의 보고다. 구불구불한 뱀 모양의 사행천에 수달과 원앙이 산다. 자연의 숨결을 간직한 동굴과 동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명산들까지 천혜의 비경, 그대로를 담아 흐르는 강으로 영월 동강생태공원에서 살아 움직이는 동강을 만날 수 있다.


옛날 안돌마을에서 윗벌말로 건너다니던 삼옥나루터 자리에는 삼옥교가 들어섰다. 동강을 따라 병풍을 두르는 단애(斷崖)들은 그 자체가 자연이 만든 걸작이다. 삼옥터널은 땅을 굴착해 만든 것이 아니고 절벽 아래로 낙석방지를 위해 도로 위에 콘크리트를 덮어씌워 만든 구조물이다. 터널 밖으로 사람만 다닐 수 있는 인도를 따로 만들어 보행자를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삼옥리의 번재마을 앞에 있는 큰 바위 자연암(紫煙岩)은 마을에서 바라보면 둥글다고 해서 일명 ‘둥글바위’라고도 한다. 이 바위는 번재마을의 넓은 백사장과 봉래산의 충암절벽이 어우러진 동강 가운데 우뚝 솟은 큰 너럭바위로 백여 명이 앉을 수 있는 큰 바위라고 <영월군지>에 수록돼 있다. 이 바위는 두꺼비가 잉어를 물고 있는 형상 같아서 ‘두꺼비 바위’라고도 한다.


                               ▲둥글바위(자연암).


두꺼비 바위 전설은 삼옥마을 이씨 집안의 며느리가 시아버지 병이 낫도록 하기 위해 근심하자 신령이 나타나 “강대바위에 올라 치성을 드리면 두꺼비가 물고 온 잉어를 약으로 쓰면 낫는다”고 하기에 그대로 행하니 시아버지의 병은 쾌유됐고, 다시 밖으로 나가 강을 바라보니 두꺼비는 바위로 됐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일설에는 봉래산에서 뻗어 내린 너럭바위가 곡류를 이뤄 뗏목의 흐름이 불편해지자 봉래산으로 이어지는 부분을 떼꾼들이 곡류절단(曲流絶斷)해 지금의 둥글바위가 됐다고도 한다.


영월역 부근을 지날 때 강 건너에는 영월의 금강정(錦江亭)이 살짝 얼굴을 내민다. 금강정은 1428년(세종10)에 김복항(金福恒)이 건립했다는 정자로1684년(숙종10)에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이 <금강정기(錦江亭記)>를 썼다는 정자지만, 영월에서 단종을 모셨던 하인과 시녀들이 단종이 죽자 금강정 낙화암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서려 있는 곳이다. 정자 옆 비문에는 그 때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이 기록돼 있다.


동강에는 강 건너 마을을 이어주는 ‘섶다리’가 있다. 섶다리는 통나무, 소나무가지, 진흙으로 놓인 임시다리를 말한다. 강을 사이에 둔 마을주민들의 소통과 왕래를 위해 매년 물이 줄어든 겨울 초입에 놓았다가 여름철 불어난 물에 의해 떠내려갈 때까지 사용된다. 예전에는 영월과 정선 일대에서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현대적인 교량이 들어서 인정과 함께 대부분 사라져버리는데 이색풍물이 되어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섶다리.


동강은 정선읍 가수리에서 조양강을 이어받아 정선군 평창군 영월군으로 65㎞가 이어진다. 우리가 섶다리를 건너 다다른 동강둔치체육공원 앞에서 서강과 해후해 남한강으로 이어진다.


서강은 오대산 남쪽에서 발원해 평창강을 이루다가 영월군 한반도면에서 주천강과 합류해 서강이 되고, 한반도지형과 청령포, 선돌 등 자연의 걸작을 어우르며 60㎞ 흐르다가 동강을 만나면서 남한강으로 더 성숙해진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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