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전산옥 주막 터와 어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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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전산옥 주막 터와 어라연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19)
  • 기사등록 2022-02-12 08:23:44
  • 기사수정 2023-12-24 19: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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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오늘의 한강 걷기 시작점인 동강(東江)의 12경 중 제11경에 해당하는 어라연(魚羅淵)을 찾아가기 위해 영월읍 거운리 봉래초등학교 거운분교장 부근의 삼옥탐방안내소 앞으로 이동한다.


임도를 따라 고개를 하나 넘고 감입곡류(嵌入曲流)로 흐르는 동강 여울을 거슬러 올라간다. ‘동강유역 생태·경관보전지역 만지관리소’ 옆에는 전산옥(全山玉, 1909∼1987) 주막 터가 있던 만지나루다. 만지(滿池)나루는 평창 미탄의 황새여울과 영월 거운리의 된꼬까리가 ‘떼꾼들 무덤’이라고 불리던 위험구간이다. 거칠게 흐르던 물이 어라연을 휘돌아 천천히 숨을 고를 때쯤 만나는 곳이다. 사지를 넘어선 뗏목은 전산옥 주막에서 따뜻한 국밥에 술 한 상에 쉬어가던 떼꾼들의 쉼터였다.


정선지방에서 베어낸 통나무로 뗏목을 만들어 타고 내려와 된꼬까리 거친 물살과 목숨을 건 씨름을 벌이다가 겨우 빠져나와 주막의 주모 전산옥의 정선아리랑 한 곡조에 모든 시름 털어내고 다시 뗏목을 저어 서울로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전산옥은 빼어난 미모에 입심이 좋아 정선아리랑을 구성지게 잘 불러 인기가 최고였다. 그래서 만지산 전산옥은 뗏목을 모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떼꾼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했으며 정선아리랑 가사에도 실명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어라연길.


임도가 끝나고 풀이 우거진 생태 숲길을 따라 한참을 가면 어라연이 바로 코앞이다. 다시 가파른 경사를 타고 오르면 어라연전망대다. 어라연(魚羅淵)은 물속 조화가 많은 물고기 떼가 강물에서 유영하며 놀 때 물고기들의 비늘이 마치 비단 같이 빛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월 동쪽에서 흘러오는 어라연은 영월에서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움에 감싸인 계곡으로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4호(2004년 12월)로 지정됐다.


어라연은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차량출입이 통제돼 트레킹으로 잣봉을 경유해 어라연을 돌아보는 방법(3시간 소요)과 래프팅을 타고 둘러보는 방법(2시간∼3시간 소요)이 있다. 옥순봉(玉筍峰)을 중심으로 강의 상부, 중부, 하부에 삼선암(三仙岩)이 있고, 3개의 소가 형성돼 있다. 그 소의 중앙에 암반이 물속으로부터 솟아있고 기암괴석들이 총총히 서 있는 모습이 보는 방향에 따라 사람이나 부처로 또는 짐승으로 그 모양이 달라진다.


                             ▲잣봉에서 본 어라연.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잣봉(537m)으로 오른다. 정상에 올라서면 어라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어라연은 동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푸른 물속에서 솟아오른 괴암괴석 틈새로 솟아난 소나무가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하는 곳으로 옛날부터 선인들이 내려와 놀았다 하여 상선암 또는 정자암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어라연을 바라보는 잣봉은 소나무를 비롯한 숲이 우거져 동강과 어울려 신비감을 보여주는 산이다.


어라연에는 수백 년 전 큰 뱀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거운리에 사는 정씨가 어라연 바위에 걸터앉아 낚시 줄을 당기고 있었는데 물기둥이 솟구치면서 커다란 뱀이 나타나 정씨의 몸을 칭칭 감아 절명의 위기에 처한 순간 물속에서 황쏘가리 한 마리가 뛰어올라 톱날 같은 등지느러미로 배를 쳤고, 뱀은 피를 흘리며 물속으로 도망쳤다. 목숨을 구한 정씨는 집으로 돌아가 있었던 일을 가족 모두에게 들려주었고, 은혜를 입은 거운리와 삼옥리에 거주하는 정씨들은 황쏘가리를 먹지 않았다고 한다.


                                      ▲어라연.


또한 조선조 6대 임금인 단종대왕이 영월에서 죽자 그 혼령이 태백산 산신령이 되기 위해 황쏘가리로 변해 남한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던 중 경치 좋은 어라연에서 머물고 갔다고 하여 어라연 상류인 문산리에 사는 주민들은 지금도 단종대왕의 혼령인 어라연 용왕을 모시는 용왕굿을 통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한다. 이 두 이야기는 황쏘가리가 어라연과 지역주민들을 지켜주는 수호자였음을 말해준다. 지금도 마을 주민들은 어라연을 향해 마음을 담은 기원을 올리고, 뱀을 만나면 ‘황쏘가리!’라고 외친다고 한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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