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황새여울·땟목부부 얽힌 슬픈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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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황새여울·땟목부부 얽힌 슬픈 사연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18)
  • 기사등록 2022-02-06 08:04:21
  • 기사수정 2023-12-24 19: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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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산에서 내려와 보니 석회동굴로 유명한 백룡동굴 위를 밟고 내려왔다. 백룡동굴 위로 산성(山城)이 있었다는 푯말도 보였지만 그 흔적은 잘 보이지 않았다.


평창군 미탄면 문희마을에 있는 백룡동굴(천연기념물 260호)은 동강 주변 256개의 동굴 중 관람이 가능한 유일한 석회동굴이다. 1976년 주민 정무룡씨에 의해 발견됐는데 ‘백운산에 있는 동굴을 정무룡씨’가 발견했다고 해서 ‘백룡동굴’로 이름 지어졌다. 발굴결과 동굴에서 오래전에 사람들이 생활한 흔적이 있다고 한다. 백룡동굴은 동강 제8경이다.


                                ▲백룡동굴 매표소.


강물은 행정구역을 가리지 않고 흐른다. 동강 물이 다다른 평창군(平昌郡)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유명해진 곳이다. 오대산(五臺山)을 비롯한 백두대간 고산준령의 서쪽에 위치해 영서지방에 속하나 언어나 풍습은 영동지방과 비슷하다.


동강이 지나는 곳은 평창군 남쪽의 미탄면(美灘面)으로 조선 말엽에 군량미를 저장하는 창고가 있어 미창(米倉)으로 불려오다가 1914년 미탄(美灘)으로 바뀌었다. 사방이 산지로 둘러싸인 분지(盆地)로 군내에서 가장 작고 외지다. 분지 안에는 비교적 평탄지가 넓은 창리(倉里)가 있어 면의 중심지를 이룬다.


동강 제9경인 <황새여울과 바위들>은 미탄면 마하리 문희마을 하류 쪽에 있다.


문희마을은 인적 드문 오지 마을이다. 동강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간직한 곳으로, 마을을 지키던 개의 이름이 ‘문희’여서 마을 이름이 됐다고 한다.


                                 ▲동강 하얀바위.


황새여울은 물살이 센 여울목에 뾰족한 바위들이 널려 있어 바위에 부딪히는 물고기를 먹이로 얻기 위해 황새들이 몰려들었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황새여울 물소리는 이곳에서 변을 당한 땟목부부의 슬픈 전설을 안은 채 조용히 흐르기만 하고, 강 가운데 하얀 바위는 이들 부부의 육신 같다.


황새여울에서 2㎞ 남짓 떨어진 곳에는 ‘안돌바위’가 있다. 옛날 뗏목으로 나무를 운반하던 시절 뗏목을 타고 내려오던 낭군이 황새여울에서 사고로 물속으로 떠내려가 소식을 알 수 없게 됐자 부인이 남편을 찾아 황새여울로 오던 중 안돌바위를 안고 건너가려다가 물에 빠져 떼꾼 남편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는 슬픈 전설이다. 이들 부부의 넋을 기리고자 마을 사람들이 위령비를 세웠다. 이 바위 위에 동전을 던지고, 손을 대고 기도를 하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속설이 있다.


                              ▲뗏군부부위령비.


미탄면 마하리에서 미리 주문한 도시락으로 오전을 마감하고 엊그제 내린 비로 범람한 창리천(기화천)을 허벅지까지 바지를 걷고 맨발로 물을 건넌다. 찬물은 발끝이 닿는 순간 머리털이 하늘로 솟구친다.


창리천(倉里川)은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1,256m)에서 발원해 동강으로 흐르는 폭이 좁은 계곡으로 미탄면 마하리에서 동강에 합류하는 지방하천이다. 강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흐르다가 샘물이 솟아 한겨울에도 얼지 않으며 인근에는 1965년 우리나라 최초로 송어양식에 성공한 국내 최대 송어양식장이 있다.


창리천을 지나 험한 벼랑길을 곡예(曲藝) 하듯 넘으면 평창군을 벗어나 영월읍 문산리다. 동강은 뻥대(절벽)가 발달해 길 찾기가 힘들다. 갯버들 꽃가루 날리는 사이로 절벽을 탄다. 물길이 범람한 곳에는 나뭇가지마다 떠내려온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걸려 넘쳐난다. 그렇게 예쁘게만 보이던 단애(斷崖)도 지친 몸에는 위험한 흉기로 보인다. 이때 함께한 도반 바우(별명)님의 테너 열창 ‘떠나가는 배’가 한순간의 긴장을 씻어 준다.


어느 정도 긴장을 풀고 10여m 벼랑을 외줄 타기로 내려와 발 디디는 순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옥죄었던 공포는 떠나가는 배처럼 사라지고 강변의 아름다운 자연에 방긋 웃는다. 영월읍 문산리(文山里) 그무마을에서 동강 물길을 3km쯤 따라 내려가면 동강 물길의 수많은 바위 가운데 떡 버티고 앉아있는 두꺼비바위를 만난다. 마치 살아있는 듯한 이 두꺼비바위는 바위 앞뒤로 길게 이어지는 모래밭과 강 건너편의 거무스레한 뼝대와 조화를 이뤄 동강 제10경이다.


영월읍 문산리는 예전에 나룻배를 타고 동강을 건너야만 했으나 지금은 문산교(文山橋)가 놓이고 그 아래로 동강이 흐른다. 뱀처럼 구불대며 흐르는 강물은 어라연(魚羅淵)을 겨드랑이 속에 숨겨두고 석양이 비치는 동강 변은 빛과 그림자의 명암이 더 선명하다.


동강∼! 그간 질곡의 세월을 감내했듯이 앞으로도 꿋꿋하게 변함없이, 자연이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영원하기를 빌 뿐이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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