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동강 살리기 원동력 됐던 ‘동강할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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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동강 살리기 원동력 됐던 ‘동강할미꽃’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15)
  • 기사등록 2022-01-29 08:27:29
  • 기사수정 2023-12-24 19: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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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조양강은 나래를 활짝 편 봉황(鳳凰)의 형상인 비봉산 아래를 휘돌아 정선읍 용탄리 정선비룡굴에서 용의 기를 받고 귤암리로 흐른다.


강원도기념물 제34호로 지정(1980년)된 비룡굴은 주굴의 길이 480m, 총연장 1.2㎞다. 동굴 속에 용이 도사리고 있어 산신과 대치하면서 때로는 산신과 싸워 벼락과 번개 소동을 일으키고, 홍수·가뭄 피해도 가져온다는 전설이 있어 마을 사람들이 가까이하지 않는다고 한다.


안개 자욱한 조양강 물길을 따라 내려오다가 병방산(兵防山) 자락을 잡고 뱅뱅이재로 오른다. 이 고개는 귤암리 사람들이 정선장에 갈 때 넘던 고개로 다른 이름은 병방치(兵防峙)다. 이 고개를 넘어갈 때 36굽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길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북실리 주민들은 이 고개를 멀구치라고도 하는데, ‘멀구’는 머루의 정선지역 방언으로 이 고갯길에 옛날에 머루 덩굴이 많아서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 마차길이 생긴 1979년 이전까지는 귤암리에서 정선 읍내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길이었다.


귤암리는 정선 땅에서 유일하게 감이 재배되는 마을이다. 예부터 감꽃이 만발해 귤화(橘花)마을이라 했는데, 1930년대 의암(衣岩)마을과 합쳐져 귤암리(橘岩里)가 됐다. 마을의 진산은 병방산이다. 병방산(兵防山, 819m)은 깎아지른 바위산으로 한 사람만 지키고 있어도 천군만마가 근접하기 어려운 천연의 요새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수리도 넘어 다니기 힘든 산, 사람의 정수리처럼 높다고 해서 수리봉이란 이름도 붙었다.


병방치 스카이워크 전망대 아래로 강물이 휘돌아 내려가며 한반도지형인 밤섬의 아름다운 곡선을 만든다. 한반도지형은 강물이 감입곡류(嵌入曲流)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는 하천이 흐르는 지역이 융기되거나 하천이 계속 아래를 깊게 깎으면서 흐를 때 자유로운 방향으로 뱀처럼 구불구불한 형태로 만들어진 사행천(蛇行川)이다. 강물이 흘러와 빠르게 부딪히는 쪽은 주변의 암석을 깎아서 절벽이 생기고, 부딪혀 천천히 흐르는 강물은 모래를 쌓이게 한다. 이러한 작용이 반복적으로 계속되어 한반도 같은 지형이 만들어진다.

                            ▲동강의 한반도지형.


‘동강할미꽃’의 자생지 귤암리에 도착했다. 동강할미꽃은 3월 초 경칩(驚蟄)이 지나면 바로 동강 변 석회암 절벽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4월까지 피어난다. 다른 할미꽃과는 달리 꽃대를 구부리지 않고 꼿꼿하게 편 게 특징이다.


1998년 봄 사진작가 김정명에 의해 ‘동강할미꽃’이 처음 발견됐고, 한국식물연구원 이영노 박사에 의해 동강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한국 특산 식물임이 밝혀졌다. 꽃이 발견된 지역명인 동강을 붙여 세계 학계에 공식 발표했는데, 그 때문에 학명에 서식지인 동강이 표시되는 아주 특별한 꽃이 됐다.


그즈음 영월(동강)댐 건설을 완강하게 반대하며 동강 살리기에 나선 원동력이 동강할미꽃이다. 한국 특산 식물인 동강할미꽃을 비롯한 동식물과 주변 석회암동굴 등의 보전을 위해 동강댐 건설계획은 결국 2000년 6월 백지화됐다. 그 후 동호인 등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찾아와 동강할미꽃 서식지를 드나들며 꽃을 꺾는 등 훼손이 심해졌다. 2002년과 2003년에는 연이어 들이닥친 초대형 태풍 ‘루사’와 ‘매미’가 덮쳐 서식지가 파괴돼 멸종위기종이 될 뻔도 했다.


이에 귤암리 주민들이 2005년부터 동강할미꽃보존회를 조직하여 보전에 앞장서고 있으며, 씨를 받아 모종을 기르고 공급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매년 3월 마지막 주에는 동강할미꽃 축제도 귤암리 들머리에 있는 동강생태체험학습장에서 자체적으로 열린다. 강원도에서도 동강할미꽃을 비롯한 동강생태계 보전을 위해 2~3년마다 한 번씩 동강에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해 래프팅은 물론 일정 지역 출입을 통제하는 등 동강의 생물보존을 위해 노력한다.


                               ▲동강할미꽃 마을.


정선에는 ‘개 볼 낯이 없다’라는 속담이 전해온다. 가난한 농부가 병을 앓는 부모를 위해 기르던 어미 개를 잡아 봉양하고 뼈를 강에 버렸는데, 어미의 뼈를 본 두 마리의 강아지가 이 뼈를 묻어 놓고 한 마리는 그 옆에 쓰러져 죽고, 다른 한 마리는 물속의 어미 뼈를 수습하다 물살에 휩쓸려 이곳 귤암리까지 떠내려 와 겨우 목숨을 건졌으나, 허구한 날 어미를 부르다가 강아지 형상의 바우로 변했다는 <개바우> 전설이다. 정선은 효(孝)의 고장으로 여지승람(輿地勝覺)에 기록돼 있다.


조양강은 계속 흘러 정선읍 가수리에 당도한다. 가수리(佳水里)는 가탄(佳灘)과 수미(水旀)마을을 통합하면서 나온 지명이다. 조선 시대에 서상면에 속했고, 1906년에 서면에 합쳤다가 다시 정선면에 합병됐다. 지세는 만 갈래로 뻗은 만지산의 최단(最端)이고, 서쪽으로 월괘봉, 능봉이 둘러싸였으며, 조양강이 귤암리에 흘러 내려오고 수미마을 앞에는 남면에서 흐르는 지장천이 합수돼 동강이 시작된다. 가탄을 지나 신동 운치로 흘르는 강은 강변에 기암기석(奇巖奇石)이 쌓여 경치가 아름답다.


지장천(地藏川)은 정선군 고한읍에서 발원해 정선군 일대를 흐르는 하천이다. 함백산(咸白山)으로부터 내려오는 하천과 금태봉(金殆峰)으로부터 내려오는 하천이 고한읍 갈래초교 앞에서 합류하는 지점에서 강이 시작된다. 본류 하천이 하류 쪽으로 내려가면서 합류하는 지류 하천들은 본류보다 규모가 훨씬 작다. 하천의 하상 고도는 해발 260~730m로, 고도 차이로 인해 하상 경사가 매우 심하다.


                                   ▲동강의 시작.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동강은 정선의 주 강이다. 동강 물길 56㎞ 중 태백이 5㎞, 영월이 14㎞인데 정선이 37㎞나 지난다. 동강(東江)은 원래 오동나무 동(桐)자를 썼다. 그래서 지금도 ‘오동나무에 나래 깃을 털고 대나무 열매를 먹는다’는 봉황이 살던 곳이란 의미의 비봉산(飛鳳山)과 죽실리(竹實里)가 정선에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영월의 동쪽에서 흐른다고 해서 東江(동강)으로, 평창에서 내려오는 평창강은 西江(서강)으로 왜곡됐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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