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아우라지역에서 정선5일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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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아우라지역에서 정선5일장까지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13)
  • 기사등록 2022-01-22 08:24:19
  • 기사수정 2023-12-23 16: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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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조선시대 남한강 일천리 물길 따라 충주 목계나루, 여주 이포나루를 거쳐 서울 마포나루까지 목재를 운반하던 뗏목 시발점을 건너면 ‘아우라지’ 기차역이다.


아우라지역은 처음에는 여량역(餘糧驛)이었으나 2000년에 아우라지역으로 이름을 바꾼다. 정선선을 운행하는 여객열차의 시종착역으로 아우라지∼구절리 구간은 여객열차가 운행하지 않고 레일바이크 구간으로 관광코스로 활용되고 있다.


                                     ▲어름치카페.


역 구내에는 어름치를 모형으로 한 카페가 눈길을 끈다. 어름치는 천연기념물이며, 환경부 지정 '특정보호어종'으로 보호되고 있다.


곤한 잠을 자고 조반을 마친 다음 구절리역으로 이동한다. 여량면에 있는 구절리역(九切里驛)은 강원도 정선군에 위치한 정선선의 철도역이다. 현재는 여객열차가 운행하지 않고 아우라지역까지 갈 수 있는 레일바이크만 운행하고 있다.


이 역에는 한국철도 디젤기관차가 몇 해 동안 방치돼 있다가, 현재는 예쁘게 도색한 채 ‘여치의 추억’이란 카페로 사람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구절(九切)’이란 명칭은 이곳을 흐르는 송천이 ‘구절양장(九切羊腸)’의 형태로 흐른다는 뜻에서 ‘구절’이란 이름 붙여졌다.


버스를 이용해 다시 여량리로 나와 ‘마산재둘레길’로 접어든다. 활짝 갠 날 여량(餘糧)의 아침은 한껏 여유롭다. 지금까지 강변을 따라 쭉 내려왔지만, 오늘은 산길을 따라 사행(蛇行)으로 구불구불 흐르는 강물의 흐름을 멀리서 보기 위해서다. 송천을 받아들인 골지천도 더 큰 세상을 향해 흐른다. 초입 조금 가파른 언덕에 올라서니 정선군 북평면 장열리다.


북평면은 정선군 서북부에 있는 면으로 사방이 상원산(1421m)·가리왕산(1561m)·하봉(1380m)·옥갑산(1235m)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면내에도 백석봉(1170m)·갈미봉(1266m) 등 1000m 이상의 산들이 솟아 있어 면 전체가 높고 험준한 산지를 이룬다. 오대산에서 발원한 오대천과 동쪽의 여량면에서 흘러든 골지천이 남평리 나전에서 합류해 조양강이 되어 남쪽으로 흐르며, 이들 연안에는 약간의 농경지가 분포한다. 나전에는 아라리인형의집 인형극박물관이 있다.


임도를 따라 아라리 고갯길로 들어선다. 길가에 쉬었다 가라고 정자도 ‘꽃벼루’란 예쁜 이름을 붙여 만들어 놓았다. ‘꽃벼루’는 ‘진달래가 가장 먼저 피는 벼랑’을 의미하는데, 이 길은 아우라지를 출발해 나전(羅田)으로 이어지는 산소길이다. 2018년 동계올림픽 때 정선알파인 경기가 열렸던 가리왕산(加里王山)도 북평리 너머로 병풍처럼 펼쳐진다.


산길을 따라 내려오면 북평면 남평리다. 옛날에는 송석(松石)이라 했으나, 정선군 내에서 가장 넓은 평지를 갖고 있다. 강의 남쪽에 자리하고 있어 1779년경에 ‘남평(南平)’이라는 지명이 주어졌다. 지금 이곳에 사는 주민들도 서로 어우러져 아름답고 행복한 마을로 가꾸어 자손만대에 물려주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깔끔하고 예쁘게 단장된 남평초등학교가 대신 말해준다.


남평초교에서 강변으로 내려오면 조양강(朝陽江)이다. 검룡소에서 발원해 여량에서 송천과 합류하고, 북평면 나전에서 오대천과 합류함으로써 골지천의 임무는 끝나고 조양강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 지장천이 만나는 정선읍 가수리(街水里)까지 이어진다. 검룡소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오대산 우통소(于筒水)가 한강발원지였고, 오대천이 한강의 본류였으나, 검룡소가 발견된 이후로는 골지천이 한강의 본류가 됐고, 오대천은 지천으로 입장이 완전 바뀌었다.


여량에서 남평까지 산길로 걸은 다음 정선읍 덕송삼거리리까지 강변을 따라 걸은 후 나전역과 북평면사무소가 있는 나전으로 이동해 나전역(羅田驛)을 둘러본다.


나전역은 1969년 역사 준공 이후 석탄이 국가기간산업이었던 시절 보통역으로 시작해 나전광업소 폐광과 함께 1993년 무인차간이역으로 격하됐고, 2011년부터는 여객 취급이 중지됐다. 주탄종유(主炭從油)시절에는 광부들이 이 역을 통해 들어왔고, 주유종탄(主油從炭)시절에는 그들이 이 역을 통해 민물처럼 빠져나갔다.


오후에는 덕송삼거리리로 다시 이동해 조양강을 따라간다. 정선읍(旌善邑)은 정선군의 서부에 위치한 읍이다. 본래 고구려 때 삼봉(三鳳)·주진(朱陳)·도원(桃源)·침봉(沈鳳) 등으로 불렸는데, 신라 경덕왕(景德王) 때 정선이라 개칭했고, 1973년 읍으로 승격했다. 북쪽에 가리왕산(加里旺山, 1561m), 서쪽에 중왕산(中旺山, 1377m), 청옥산(靑玉山, 1256m) 등의 산들이 솟아 있으며, 평지는 남한강의 지류인 동강(東江)이 동대천(東大川)과 합류하는 애산리(愛山里)와 봉양리(鳳陽里)에 약간 분포한다.


덕송삼거리리에서 문곡교까지 걸어와서 갈등 아닌 갈등에 빠진다. 문곡교에서 조양강을 따라 약10㎞를 뺑 돌아야 하는데, 바로 앞에 약700m의 기차터널이 있어서 자꾸 유혹하기 때문이다.


                                       ▲기차터널.


열차시간을 수소문해 마침 운행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 터널을 통과하기로 결심한다. 함께한 도반들도 모두 긴장해 두런거리던 소리도 침묵한다. 휴대폰 손전등을 켜서 깜깜한 터널 속을 비춰 침목(枕木)을 더듬거리며 앞으로 매진한다. 무사히 터널을 빠져나와 철교를 건넌 후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만약에 강변길을 따라 장등산을 중심으로 뺑 돌아왔다면 한반도지형을 바라보면서 물살이 바위에 부딪히며 휘돌아 가는 절경을 실컷 맛보았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나그네가 길을 걷는 것은 터널 속의 깜깜한 맛을 보려는 것이 아니고 자연이 가르쳐 주는 호연지기(浩然之氣) 일진데, 괜한 치기(稚氣)를 부린 것 같은 씁쓸한 뒷맛이 강하다. 언제 걷지 못한 그 길을 걸어 볼까?


                               ▲정선5일장 천하지대본.


아쉬움을 목구멍으로 꿀꺽 삼키며 정선읍 애산리 강둑을 따라 정선읍내 시가지로 들어선다. 조양강은 정선읍내 가운데로 흘러 고을을 동서로 나눈다. 정선은 오일장이 유명한데 2일과 7일에 시장이 열리는데, 오늘은 장날이 아니다.



정선아리랑이 구슬프게 울려 퍼지는 장날 무대도 오늘은 조용하다. 대신 시장 안 음식점에 들려 수수떡, 메밀전병, 배추전에 막걸리를 곁들이면서 정선아리랑 한 대목을 중얼거린다.


“물결은 출러덩 뱃머리는 울러덩


임자당신은 어데로 갈라고 이배에 올랐오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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