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구조물의 효율적 설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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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호 책임연구원(한국종합환경연구소)



지금 이 순간, 어디선가 산은 허리가 잘리고 나무는 베어나간다. 야생동식물은 생육하던 그 작은 면적조차 인간에게 내주며 조용히 사라져 가고 있다.


생물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어김없이 시멘트, 콘크리트 등의 인공구조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인공구조물은 인간의 편의에 의해 만들지만 불필요하게 남용돼 동식물은 물론 인간들 스스로가 쉴 곳을 없애고 있으며 생태계 교란도 가중시키고 있다.


산림이 사라진 곳에 들어선 인공구조물들은 수분 보유 능력이 없어 호우시 유출량과 유출속도가 증가되고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주게 된다. 보통 도심의 온도는 농촌지역보다 약 0.5∼1.5℃정도 높게 상승한다. 이는 도심의 많은 구성물이 시멘트, 아스팔트, 콘크리트 등의 석조면으로 구성돼 태양광이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시화에 따른 녹지감소는 대기와 열 교환현상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러한 열수지 변화는 수분수지변화를 주도한다. 최근 들어 집중폭우와 이상기후도 이러한 수분수지 변화에 기인한다.


도시화로 인해 강수량이 늘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화나 공업화가 되기 전과 후의 강수량을 비교해 보면 도시화 후에 강수량이 증가했고 인간의 각종 활동이 많은 곳일수록 강수량의 증가율이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하루 250 mm이상의 집중호우가 매년 한번 이상은 일어났으며 300mm 이상의 극심한 집중호우도 발생하고 있다. 집중호우는 일년에 평균 10번 정도가 나타나고 있으며 그 횟수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지만 슈퍼컴퓨터만 너무 의존하는 듯하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하는데 늘 뒷수습에만 부산하다.


대법원의 판결로 사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 갯벌에는 갯벌생물들이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최근 찾아간 새만금 갯벌은 물막이 공사가 끝나면서 갯벌이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염분이 솟아 나와 갯벌죽음을 알리듯 하얀색 소복을 입은 형상이었다.


이제 바닷물이 드나들지 않는 갯벌은 아무리 걸어가도 단단해 발이 잘 빠지지도 않는다. 예전에 발을 디디기만 해도 몸을 숨기기에 바빴던 농게(Uca arcuata)들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한참을 걸어가다 동죽(Mactra veneriformis)이 하늘을 바라보며 패각을 들어내 죽고 있는 모습을 보았고, 민들조개(Gomphina veneriformis melanaegis), 밤게(Philyra pisum) 등이 군데군데 죽어있었다. 시화호 갯벌에서 있었던 일이 재현되고 있다.


인류가 살아가면서 자연을 훼손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개발에 따른 환경피해를 최소화시킬 수는 있다. 수많은 인공구조물을 만들었어도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biotop을 조성할 수 있다. 불필요한 인공구조물 보다는 빗물침투 유도시스템을 구축하고 도심의 벽면과 옥상은 녹화를 시키고 주차장은 투수성 매트를 설치하면 충분히 생물서식공간 창출이 가능하다.


생물서식공간 창출은 급격한 수분수지변화를 최대한 완충한다. 급격한 환경변화 방지는 생물의 종다양성 유지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천천히 자연이라는 공간내에서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윤리만 지켜진다면 말이다. 무엇이고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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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6-06-08 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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