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성 기자
【에코저널=양평】“어릴 적 고향인 청운 집에는 밤나무와 각종 과일나무가 집주변에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가을 새벽, 밤송이가 떨어지는 소리를 종종 듣고 잠에서 깬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분리되는 것의 아픔과 성장을 생각하게 됩니다”
내년 1월 1일부터 12개월 동안의 공로연수를 끝으로 36년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양평군 박신선 경제산업국장이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의 시작 부분이다.
박신선 국장은 “이제 군청이라는 나무에서 분리되는 만큼 공직생활도 끝까지 마무리 잘하고, 변화되는 저의 삶에 대한 성찰로 현실에 순응해 나가려 한다”고 적었다.
공직자 내부 행정포털인 ‘새올행정시스템’에도 올린 편지에서 박신선 국장은 “비행기는 땅과 분리돼 날아오를 때 비로소 제 역할을 시작하게 된다”며 “밤송이도 나무에서 분리돼 떨어질 때 비로소 맛있는 열매가 되고 씨앗이 된다”고 적었다.
박 국장은 “저도 분리되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양평군청’이라는 나무에 그동안 한 알의 작은 열매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36년의 시간 속에서 꽃이 피고, 지는 여정에 작은 씨앗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한다”고 전했다.
박 국장은 이어 “그 씨앗이 되기까지 무수히 지나간 사계절의 시간과 희로애락 등의 과정 속에서 후회 없이 꿋꿋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내주신 따뜻한 배려와 관심, 성원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며 “나아가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양평 군민의 한 사람으로써 새롭게 시작하고, 새롭게 성장하도록 더욱 더 노력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국장의 편지는 미국의 경제학자 스콧 니어링(Scott Nearing)과 헬렌 니어링(Helen Nearing) 부부의 특별한 삶을 다룬 ‘조화로운 삶’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실천하겠다는 암시로 끝을 맺는다.
박 국장은 “오전에는 일하고, 오후에는 책을 읽는 삶, 분에 넘치는 것이 있으면 과감히 버렸고, 스스로 집을 짓고, 스스로 기른 것으로 자급자족 했으며, 이웃과 나누는 삶 속에서 궁극적인 행복을 얻었던 니어링 부부처럼 아름다운 마무리를 생각해 본다”고 덧붙였다.
박 국장은 1985년 10월 공직에 입문한 뒤 2010년 사무관으로 승진, 양서면장. 홍보감사담당관, 총무담당관을 지냈다. 2017년 7월, 지방서기관 승진 이후 문화복지국장, 신성장사업국장, 균형발전국장을 거쳐 경제산업국장으로 재직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