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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오솔길 놓치지 마오! 2021-06-29 18:05

【에코저널=서울】지난주 21구간인 우이령길을 마지막으로 총연장 72.5km의 북한산 둘레길을 모두 걸었다.

올해 2월, 동장군이 채 물러가기도 전에 시작한 나의 두 번째 완주는 겨울을 지나 봄과 여름을 아우르도록 계획했으며, 시작과 끝 지점의 근처 ‘맛집 기행’을 곁들이기로 했다.

사실 첫 번째 걸을 때는 단체로 움직이느라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걸어보자는 다짐이었다. 핵심은 여유롭게 걸으며,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고, 오솔길 낭만도 맘껏 즐겨보기로 했다.

정상만 바라보면서 수직으로 걷던 우리에게 ‘둘레길’은 발상의 전환이 가져다준 좋은 예다. 십여 년 전 산악회 총무를 맡아 산행을 기획하던 바로 그 생각이 수평으로 걷는 지금의 둘레길이 아닌가 싶다. 천천히 걸으며, 자연과 하나 되어 보고, 듣고, 느끼며, 숲속에 오랫동안 머물다 쉬고 오자는 그 생각.

북한산 국립공원은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숲길, 흙길, 물길로 이어져 있으며, 이따금 마을을 지나가기도 한다. 좀 걸어본 사람이라면 걷기가 왜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아름다운 선물로 불리는지를 알 것이다.

휑하던 2월과는 달리 지금은 온통 싱그러움이 일렁이는 초록 물결이다. 숲길을 나와 땀에 젖은 옷을 짠다면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그 숲은 온갖 생명을 잉태하며 키우고 있고, 그 속에 나도 있다.

산 벚꽃이 듬성듬성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산자락을 수놓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까만 버찌는 밤하늘의 별들처럼 아롱아롱 매달려 있다.

깎아 지르는 듯 웅장함을 자랑하는 도봉산의 자운봉과 만장봉, 선인봉은 한 폭의 수묵화가 따로 없기에 걷는 내내 고개가 절로 돌아간다. 뒤질세라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는 ‘삼각산’이라 부를 만큼 빼어난 모습으로 북한산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길은 총 21개 구간으로 구성돼 있는데, 같은 길이 하나도 없다. 숲이 주는 피톤치드를 마음껏 마시면서 편안하게 걷기에는 순례길과 소나무숲길, 우이령길이 좋다. 약간의 산행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명상길과 옛성길, 산너미길을, 짧게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왕실묘역길과 마실길이 안성맞춤이다.

그중에서 세 손가락만 꼽으라면 산너미길과 구름정원길 그리고 우이령길을 추천하고 싶다.

‘산너미길’은 숲속 깊은 곳까지 굽이굽이 이어지는 오솔길에다,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을 건너는 작은 다리도 있어 산행에 재미를 더한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고 고개를 넘으면 앞이 탁 트인 전망대가 나오는데 땀 흘린 보람이 있다. 거북바위에 앉아 바라보는 수락산과 천보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의정부와 멀리 양주까지 한눈에 들어와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구름정원길’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불광역에서 시작해 진관사 입구까지 이어지는 데다 마을과 가깝게 있어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처음 둘레길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인기가 좋은 구간으로 소문이 났다. 평평한 길은 하나도 없이 좁은 길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다. 울퉁불퉁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숲이 보이고, 새소리, 바람 소리가 들리며, 꽃 내음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재 상태의 내 모습을 보게 된다.

‘우이령길’은 강북구 우이동에서 양주시 교현리에 이르는 넓은 길로, 미 공병부대가 1965에 완공한 신작로다.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위해 넘어온 무장 공비 김신조 사건으로 문이 닫혔다가 폐쇄 41년만인 2009년 개방되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길을 자주 걷곤 한다. 신발 벗고 맨발로 걷는 재미도 쏠쏠하거니와 볼 때마다 신비로운 오봉은 덤이다.


북한산 둘레길은 서울 도심에 있어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완주증을 보니 올해도 벌써 1300여 명이나 완주했다. 도심에 있지만, 원시림 못지않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공기도 도시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하반기의 시작과 함께 곁에 있는 북한산 둘레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글 조길익(주택관리사)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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