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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산천비보’ 사상 깃든 동·서 삼층석탑 2023-04-01 08:14
금강 천리 길을 걷노라면(10)

【에코저널=서울】다시 강변으로 나와 난계국악박물관 앞에서 금강을 따라 하류로 걷기 시작한다. 폭염경보가 내린 날씨는 폭폭 찐다. 흐르는 물살도 더위에 지치는가 보다.

▲박명용의 금강 시비.

영동출신 시인 박명용(1940∼2008)의 ‘금강’이란 시가 “강은 푸른/물소리를 낸다/강은 몸으로/하늘을 안고/일렁인다/(중략)/사람들을 넉넉하게/일구어 주는/싱싱한 생명이다/깨끗한 정신이다/햇살 쏟아지는/영원한 금강이여”로 노래하며 금강을 역동적인 생명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안겨준다.

옥계폭포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으로 오전을 마감하고 옥천군 옥천읍에 있는 용암사로 간다. 용암사로 갈지자로 올라가는 길은 포장된 도로로 작열하는 복사열이 호흡을 뜨겁게 한다. 헉헉대며 도착한 용암사의 외모는 성채를 쌓아 놓은 듯 벽이 견고하다.

용암사(龍巖寺)는 신라 진흥왕 13년(552년)에 천축(天竺, 현 인도)국에 다녀온 의신(義信)이 세운 사찰이다. 절 이름은 경내의 용처럼 닮은 바위에서 유래한다고 하나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에 의해 파괴돼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고 한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던 도중 용바위에서 서라벌이 있는 남쪽을 바라보며 통곡했다는 설도 있다. 창건 이후 중수나 중건에 대한 기록이 없어 역사를 알 길이 없고, 임진왜란 때 병화로 폐허가 됐다는 설만 무성하다.

대웅전 뒤로 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장령산(長嶺山)에 있는 통일신라시대 불상인 마애불(磨崖佛)이 나온다. 이 불상은 천연바위에 새겨진 높이 3m의 입상으로 붉은 바위색이 매우 인상적이다. 발을 좌우로 벌리고 연꽃 대좌 위에 서 있는 모양은 신라 말부터 고려 초기에 유행하던 기법이 잘 표현됐다고 한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이곳에 들렀던 마의태자를 흠모하는 사람들이 태자의 모습을 새긴 것이라는 설도 있다.

▲용암사 동·서 삼층석탑.

마애불에서 우측으로 내려오면 동·서 삼층석탑이 나온다. 이 석탑은 일반적인 가람배치와는 달리 대웅전의 앞이 아니라 사방이 한눈에 조망되는 북쪽 낮은 봉우리에 있다. 석탑이 사방의 조망권이 확보된 곳에 건립된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에 성행했던 ‘산천비보(山川裨補)’ 사상에 의해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산천비보사상이란 탑이나 건물을 건립해 산천의 쇠퇴한 기운을 복 돋아 준다는 것으로, 이 사상에 의해 건립된 석탑 중 유일하게 쌍탑이라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마의태자가 서라벌을 생각하며 바라봤을 남쪽의 넓은 들을 건너서 첩첩이 쌓인 산 능선을 바라보며 이원대교로 이동한다. 이원대교는 514호 지방도로가 금강을 건너가는 다리다. 교량 옆 귀퉁이에는 금강 수질오염자동측정소가 말없이 자리한다. 제방 길 따라 이원면 용방리 쪽 하류로 발길을 옮긴다. ‘금강 하구둑으로부터 235㎞’ 지점 푯말이 스친다.

▲옥천 우암 송시열 유허비각.

이원면 용방리 구룡촌은 조선조 주자학의 대가이며, 노론의 영수였던 우암 송시열(尤庵 宋時烈, 1607∼1689)이 태어나 ‘옥천 송시열 유허비’가 있는 곳이다. 유허비(遺墟碑)는 ‘선인들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에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를 말한다. 옥천에서 금강을 따라 대전 회덕과 논산에 이르기까지 우암의 이야기는 이어질 것을 예상하며, 구룡촌 고개를 넘어 마을을 지나 경부선 고속열차가 지나가는 칠방리 입구에서 오늘을 정리한다.

돌아오는 귀경길에 노을 진 서쪽 하늘은 왜 이리 붉게 물드는가?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다. 하늘도 다음의 금강트레킹이 무척이나 그리워지는가 보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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