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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밥상'을 향한 사랑 2006-03-04 12:14
'해동백제' 메주 띄우던 날

곧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2월의 마지막, 구수한 메주콩 삶는 향기가 18가구만 살고 있다는 작은 마을에 가득하다.

콩 60kg가 들어가는 가마솥에 불을 때는 아주머니들의 손길이 연신 무쇠 가마솥뚜껑에 물을 뿌리고 행주로 닦아 내느냐 분주하다. 메주콩을 삶을 때 솥뚜껑을 열면 콩이 넘쳐 나오기 때문에 계속 뚜껑에 물을 뿌려 압력을 맞춰주는 것이다. 네 개 솥을 걸었으니 이 솥 저 솥을 오가는 손길에 쉴 틈이 없어 보인다.

그 중에서 제일 오른 쪽 솥이 먼저 삶아진 모양이다. 타고 있는 장작을 빼내 불의 숨을 죽이고 정성껏 하얀 행주로 솥 주변을 닦는다. 잠시 후. 솥뚜껑을 열자 하얀 김과 함께 구수한 메주콩 향기가 군침 돌게 한다.


◀메주를 만들고 있는 해동백제 윤병하 사장(좌), 메주를 매달기 위해 볏짚 새끼줄로 묶는 모습

메주는 원래 절구에 넣어 콩을 적당히 으깨야 하지만 요즘엔 분쇄기가 대신한다. 메주를 만들기 알맞게 으깬 메주콩을 큰 도마위에 올려 철퍽철퍽 손으로 두들겨 직육면체로 만들면 전통 메주 완성.

그게 끝은 아니다. 예전엔 운동장이었을 마당 한쪽에서는 아저씨들이 하루이상 방안에서 말려 겉이 딱딱해진 메주를 통풍이 잘되는 곳에 매달고 있었다. 메주는 볏짚 새끼줄로 엮어야 발효가 잘 된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메주를 달고 있는 아저씨들 뒤편엔 검은 콩으로 만든 메주도 보인다.

폐교가 된 초등학교를 임대해 운동장 가득 '어머니 젖무덤을 닮은' 항아리 400여 개를 들여놓고 된장을 담그는 '해동백제(www.soykorea.co.kr)' 윤병하 대표네(부여군 충화면 청남리. 46세) 메주 만드는 날 풍경이다.

윤병하 대표는 "밥상에 오르는 먹거리란 먹거리는 다 연구해보고 싶다"면서 "직접 농사는 못 지어도 '건강한 밥상'은 차릴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한다.

대전이 고향인 윤씨가 부여에 자리를 잡은 것은 7년 전. 웨딩사업가였던 윤씨가 중풍으로 고생하던중 요양 차 내려온 인근 암자에서 된장 담그는 일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은 후에 내린 결정이었다.

윤씨는 "절 뒤란에 있는 된장 항아리를 보자 어머니 젖무덤 같기도 하고 통통한 여체 같기도 하고, 여하튼 확 끌리더라"면서 "그곳에서 전통 된장 만드는 법을 배우면서 내 몫으로 단지 하나를 따로 둘 정도로 좋아했다"고 말한다.(근처에 있다는 암자는 현재 주지스님이 떠나 빈 절이 됐다고 한다)

윤씨가 유충남대 농과대학에서 미생물분야를 전공한 것도 전통 된장을 배우는데 도움이 됐다. 현재 진ㆍ선ㆍ미 된장과 검은콩 청국장 환, 시래기(말린 무청) 등 부여군에서 인증하는 '굿뜨래' 제품들로 지역에서 생산한 고품질 원료만을 사용했다.

전통 된장에 뛰어든 지 6년이 됐지만 '해동 백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그래서 '늘 처음처럼'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지 모른다. 작년에 미국,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에 수출도 했고 올해도 약 1억원의 수출을 기대하지만 '건강한 밥상'에 대한 윤씨의 애정은 숫자상의 매출액에 있지 않다.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의 손맛, 무쇠 솥에 장작으로 불을 피워 만드는 정성어린 그 가치를 지켜 나가야 '밥상'에 부끄럽지 않다"는 윤씨. 손이 훨씬 많이 가고 정성이 빠지면 바로 맛이 이상해져 버린다는 전통 된장을 고집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한 것보다는 '건강한 밥상'에 대한 가치 때문이다.

해동 백제는 요즘 확실한 봄날이다. 바로 옆에 있는(약 1km) 드라마 '서동요' 세트장 덕분에 찾는 사람들이 요즘 부쩍 늘었다. 부여군에서도 적극적인 지원태세를 갖췄다. 현 교육청 소유의 폐교를 군청에서 매입해 재임대 해줄 계획을 갖고 있다. 교육청 소유여서 할 수 없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

"이곳에 체험시설을 갖춰 직접 메주도 띄우고 음식도 만들어 먹게 할 생각이며 된장과 간장, 청국장 등은 자신 있으니까 어떤 음식이든 맛있게 먹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최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시래기가 된장과 어우러진 비빔밥으로 변신한다면 산채정식 못지 않은 먹거리로 만들 자신이 있다면서 기대해도 좋단다. 아쉽지만 당장은 아니고 올 추석 쯤 가능한 얘기다.

'해동 백제'에는 귀한 5년 숙성 간장이 있다. 판매용은 아니다. 항아리에서 5년을 지낸 간장은 더 이상 간장이 아니라 진한 보약 같다. '해동 백제'에 들르거든 살짝 그 맛보기를 청해보길. 그 간장에 밥만 비벼도 공기밥 몇 그릇은 뚝딱 해치울 것 같다면 당신은 윤씨가 꿈꾸는 '건강한 밥상'의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다.

찾아가는 길은 부여 쪽과 강경 쪽이 있는데 어느 쪽이든 드라마 '서동요' 세트장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 대전→부여→홍산(4번국도)→611번 지방도 충화 방향→약 7km 충화초등학교 삼거리 우회전→오덕리 방향 약 4km (충화면소재지를 거치지 않는다)

※ 대전→강경→68번 지방도 세도, 임천 방향 →29번 국도(68번 지방도와 병합) 서천 방향 →623번 지방도(양화면 벽용리) 충화방향 →약 5km




윤태 기자 yuntae@eco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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