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10월20일토요일
즐겨찾기추가
   
  
 
 
 
 
 
 
 
 
 
 
 
기사검색
  

 
어머니를 위해 처제가 새차를 샀습니다 2005-03-29 17:42
악조건 불구하고 차를 구입한 까닭은?
저희 집에서 살고 있는 처제가 며칠 전 새 차를 구입했습니다. 차종은 제차와 같은 종류의 경차입니다. 기름값도 만만치 않고 그리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차를 구입한 것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입니다.

첫째, 회사에서 회계를 담당하고 있는 처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은행을 다니는데, 마땅한 교통편이 없어 애를 먹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월말이 되면 시각을 다투어 회계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30분에 한 대밖에 없는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일처리가 늦어지고, 그렇다고 매번 택시를 탈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평균 밤 10시에 퇴근을 하는데 그 시간이면 버스도 뜸해 귀가하는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장모님 때문입니다. 지하실 공장에서 재봉일을 하는 장모님께서 최근 들어 우울증 초기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 자체가 힘들지만, 퇴근해 오시면 약주를 드시고 밤새 '공자왈 맹자왈' 하는 장인어른 때문에 밤을 새우기 일쑤입니다. 이 때문에 장모님이 더 우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처제는 주말에 장모님을 모시고, 이곳저곳 모시고 다니면서 장모님 마음 속에 뭉쳐 있는 아픔의 응어리를 조금이라도 풀어드리고자 무리를 해서 새 차를 구입한 것입니다.

저는 처제의 이러한 마음을 잘 알고 있던 터라 차 구입을 만류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주중엔 세워놓고 주말에만 이용하는 제 차를 처제에게 건네줄 만한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처제 또한 주말에 차를 많이 이용해야 하는 형편이니까요.

사실, 차를 구입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8월, 2주만에 운전면허를 취득한 처제는 학원에서의 운전경험을 빼면 운전경력이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사실 이 문제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입니다. 몇 번 접촉사고 내고, 주차하다가 몇 번 긁히고, 처음엔 누구나 그렇게 운전을 배워나가기 때문에 처제도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하고 운전할 각오가 돼 있는 상태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열악한 주차공간입니다.


























지난 해 6월 처음으로 메인 탑에 올랐던 제 기사 '야심한 시각 나를 깨우는 소리, 차빼!'. 사실 이 기사의 임시 제목은 '주차는 내 생활의 절반'이었습니다. 새벽 시간에도 몇 번이나 차를 빼달라는 전화에 시달리는 바람에 다음 날 근무에 큰 지장이 있을 정도로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집에서의 주차도 문제지만 처제의 회사에서도 주차 문제는 만만치 않습니다. 빌딩 안에 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요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적당한 골목에 적당히 세워놔야 하는 형편입니다. 승용차를 운행하기에는 너무나 악조건입니다.






























사실 그동안 적극적으로 만류는 안 했지만 어느 정도 만류는 했습니다. 주차 문제, 기름값 문제에 운전이 서투니까 좀 허름한 중고차 구입을 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냈었습니다. 또한 매 주말마다 장모님을 모시고 다닐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이 사그라질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휴일에 나들이 차량이 몰리다보면 외곽으로 나가는 길이 많이 막힐 테고 결국 차안에 갇혀 있다가 되돌아오는 일이 많을 거라고. 뿐만 아니라 언제까지 장인어른께 차 샀다는 말씀을 안 드릴 것이며 만약 차를 몰고 신길동 처가에 가면 장인어른의 눈을 피해 어디에다 세워둘 것인가 하는 문제까지.

문제제기에 대해 속이 깊은 처제는 제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는 지그시 눈을 감았습니다. 이러한 난관을 잘 알면서도 꼭 차를 구입해야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새 차 구입이 이뤄지게 된 것입니다.

처제의 새 차는 현재 골목 으슥한 곳에 주차돼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운행할 엄두도 못 내고 있지만 오늘, 내일 곧 시험운행(?)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 글을 통해 처제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과속하지 말 것이며 정신 바짝 차리고 운전에 임하도록. 장모님을 모시고 훤히 트인 들판이 내다보이는 도로를 질주할 수 있는 그날이 빨라지기 위해서라도 안전 또 안전을 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처제의 운행일지, 그 행보에 관심이 쏠립니다. 그때 다시 후속 기사를 올릴 생각입니다.

* 이 글은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윤태 기자 yuntae@ecojournal.co.kr   

이 기사에 대한 소유권 및 저작권은 에코저널에 있으며 무단전재 및 변형, 무단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경우 법적 조치를 받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기사목록]  [인쇄]  [메일로 보내기]  [오탈자 신고]  [글자크기 ] [저장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