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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칠순 노인의 50년 만에 보은 2005-08-09 12:24
지난 8일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서울적십자병원(원장 김한선)에는 어느 노인의 눈물겨운 사연과 함께 500만원의 자기앞수표가 동봉된 등기우편물이 도착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당시 20세의 청년이었던 L씨는 급성 충수염(맹장염)으로 인근 병원을 찾았으나 돈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주위의 소개로 무작정 서울적십자병원을 찾았다.

모두 다 어려웠던 시기, 수술비를 마련할 수 없었던 그는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고, 당시 담당 여의사의 호의로 병원의 여의치 않은 상황과 부족한 병실에도 불구하고 우선적으로 수술을 받고 입원을 통해 완치됐다.

당시 L씨는 어떻게 하든 병원비를 구해보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야반도주, 그 후 무심한 50년의 세월은 그렇게 흘러버렸다.

이제 칠순의 노인이 된 L씨는 지난날을 반성하면서 50년 만에 병원비를 갚고 마음의 그림자를 지우려고 한 것이다.

다음은 편지 전문.

원장님께..

원장님께 용서를 빕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지금 저의 나이가 70세인데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내가 20세 때 배가 아파 동네병원에 갔더니 맹장이라고 의사선생님이 빨리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된다고 해서 그때 서울역에 ○○병원이 있어 그곳에 갔더니 현재 맹장에서 복막염이 됐으니 빨리 수술해야 하는데 수술비를 갖고 왔느냐고 하길래 돈이 없다고 했는데 돈이 없으면 수술할 수 없다고 가라고 하길래 우리 형님이 애원했습니다.

그래도 안 된다고 거절당해 할 수 없이 밖에서 울고 있으니 어떤 아주머니가 서대문에 가면 국가에서 경영하는 적십자병원에 가서 사정하면 될 것이다. 그래서 걸어서 적십자병원에 들어가 내과에 가니 맹장을 지나 복막염이니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고 하길래 돈도 없고 수술비를 마련해서 갖고 올 테니 수술만 우선 해달라고 애원을 했습니다.

그 때 내과의사가 여선생님이 눈물을 흘리면서 우리가 6. 25사변으로 예산이 부족도 부족이고 병실도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저희들이 울며 사정을 했더니 젊은 사람 살려야지 내가 책임을 질테니 수술하겠다 하여 수술을 받았습니다.

저는 10일간 입원했습니다. 상처도 아물고 병원에서 퇴원해도 된다고 하면서 병원비는 지불하고 퇴원하라고 하길래 형님이 여러 사람들 한테 돈을 구하려 해도 구하지 못해 제가 밤에 병원 뒷문을 통해 나왔습니다.

그 동안 50년 동안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지금 저는 당뇨와 고혈압, 동맥경화, 전립선 비대증, 발기부전증이 두루 합병으로 치료하고 있습니다만 이제는 생애 대한 애착심이 없어져 생을 마감하기 전에 개인적이고 사회에 누가 있는 것을 정리하고자 그 때 50년 전 적십자병원 입원비를 갚으려고 합니다.

자기앞 수표 500만원을 동봉하오니 원장님께서 받으시고 저를 용서를 하면 저는 편안한 생을 마감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김봉기 기자 kbg@eco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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