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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았던 모닥불 2005-07-13 14:05
믿거나 말거나 "젊은 사람이 기타를 못치면 간첩"이란 우스개 소리가 유행하던 시대가 있었다. 역사 학자들은 그 시대를 가장 낭만이 넘쳤던 시대라고 했던가?

청바지와 통기타 그리고 생맥주로 젊은 청춘이 통했던 그때, 1970년대에는 전국의 유명 산골짜기 구석구석, 해변가 모래사장 등에서, 젊은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모닥불 피워 놓고, 통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모습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 시절 해변가에서 모닥불이 타다닥 탁탁 소리를 내며 시뻘건 불꽃을 내뿜기 시작할 때쯤이면 젊은이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모두들 일어나 그 시절 유행했던 고고 춤을 추면서 손뼉을 치고 노래를 부르며 빙글빙글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파도소리도 한 장단 하겠다는 듯 처얼썩 처얼썩 요란해지기 시작했고, 우리네 젊은이들의 벌건 몸뚱아리들은 불빛, 달빛, 그리고 여름 하늘 은하수 별빛과 함께 아우러져 빙글빙글, 번쩍번쩍 세월 가는줄 모르고 돌아갔다.


어느덧 밤도 깊어 활활 타오르던 모닥불이 수그러들면 젊은이들은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앉아 서로 시작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하면 모닥불도 어느덧 서서히 꺼져가기 시작했다.

그때 그 모닥불은 정말 꺼졌을까? 그리고 그 벌거숭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난 토요일 저녁 Bowness park 한쪽에서는 한 무리의 중년 남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갈비, 삼겹살, 불고기를 잔뜩 구워 고추장, 상추쌈과 함께 저녁을 끝낸 이들은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하자마자 원을 그리며 앉기 시작하더니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젊은 연인들, 모닥불, 토요일밤 등 그 시절 유행하던 노래를 함께 부르던 이들은 하모니카를 불고 풀잎을 따서 풀피리를 불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워나갔다. 마치 아주 오랫만에 만난 동창생들처럼 말이다.

평상시 같았으면 부끄러워 숨길법한 이야기들, 고교시절 패싸움, 어릴적 어른흉내 내보겠다며 골짜기에 숨어서 담배를 뻐끔뻐끔 피웠던 그런 이야기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튀어 나왔던 것은, 모닥불 속에서 하나둘씩 추억들이 튀어나와 그들만의 추억 속으로 끌고 갔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예정하지 않았던 꽤나 긴 시간이 흘렀는데도 누구 한사람 선뜻 일어날수 없었던 것은 한여름 저녁 타닥타닥 모닥불 타는 소리를 차마 멀리할 수 없었던 것도 꽤나 커다란 이유 중의 하나 이었을 것이다. 참 느낌이 좋았던 밤이었다.
<캐나다 캘거리=이병구 byungkoolee@hanmail.net>


편집국 kbg@eco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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