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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성별, 언제까지 공공연한 비밀인가요? 2005-06-10 17:58
산달이 가까워지면서 딸인지, 아들인지를 묻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때마다 나는 그냥 웃어버리거나, 아직 모른다는 말로 일관한다. 어떤 이는 아내의 배 모양을 보고 아들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틀림없이 딸이라고 말한다. 그런가하면 또 다른 이는, 고기가 당기면 아들이라고 하고, 과일이 먹고 싶어지면 딸이라고도 한다.

예비 엄마 아빠는 물론이요, 친정, 시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은 산달이 가까워질수록 아기의 성별에 무척 관심을 가진다. 겉으로는 “딸이던 아들이던 그게 왜 중요하냐. 건강하게 낳는게 제일이지”라고 말을 하지만 속으로는 애간장이 타들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나 같은 경우 30주 넘어 정밀초음파를 보다가 아가의 성별을 어렴풋이 알게 됐다. 정확한 건 낳아봐야 알겠지만 아내와 나는 우선 눈에 보이는 현상을 믿기로 했다. 그러나 아가의 성별이 결정됐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역시 건강하게 낳는 게 최대의 목표이다.

오늘은 태아 감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의사가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것은 불법이다. 대가성으로 알려주는 게 아니거나 의학적으로 낙태를 할 수 없는 시기라고해도 태아의 성별을 미리 알려주는 건 불법이다. 1987년 남아선호사상에 따른 여아의 낙태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이 규정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의사들은 예비 부모들이 아무리 졸라도 성별을 직접적으로 가르쳐주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의 산부인과 의사들의 입은 더 무겁다. 자칫하면 병원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아의 성별을 미리 알려준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분홍색 옷을 준비하라거나 아기가 엄마 혹은 아빠를 닮았다. 또는 축구선수 시켜라, 발레를 시켜라 등등 은근하고 간접적인 방법으로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은근히 태아의 성별을 알려준다는 것은 현재의 태아감별 금지조항이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자주 등장한다. 남아선호사상, 물론 지금도 남자아이를 원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그러나 여아이기 때문에 낙태를 하는 경우보다, 미혼모나 미성년자 등 태아의 성별에 관계없이 불법으로 낙태하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태아 감별 금지가 곧 낙태율 감소라는 등식으로 성립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규정도 이에 맞게 변해야한다. 임신 뒤 일정 시기가 지나면 태아의 성별을 알려줄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법조항을 수정·보완해 예비 부모의 알권리, 즉 행복추구권을 보장할 때가 됐다고 본다. 성별에 맞는 출산용품을 준비하는데 편리할 것이며 또한 성별에 맞게 태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태아감별을 통해 행복감을 추구할 수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법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해 오히려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은 과감히 정리하고 시대에 맞게 재조정돼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이 그렇고, 도로 사정에 따라 묶여 있던 제한속도를 상향조정하는 것처럼 태아 감별 역시 수정·보완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 이 글은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윤태 기자 yuntae@eco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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