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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숲을 닮은 스님의 큰마음 2006-11-09 10:30






◀곽은경 국민기자





따뜻한 차 한잔이 간절해지는 겨울의 초입새에 들어서니 몇 해 전 이맘때의 일이 새삼 떠오른다.

출장을 다녀와 한 자락 긴 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으려는데 보니 책상 위에 포장되지 않은 작은 상자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수취인 등 아무 표시가 없어 머뭇거리다가, 사무실에 있던 직원에게 물었더니 웬 여자 분이 내게 전해달라며 놓고 가더란다.

객지근무라 아는 사람이라고는 없는 이 곳에서 누가 내게 이런 것을 놓고 갔을까? 호기심과 의구심이 드는 가운데 상자를 열어 보니 대충 접혀 있는 편지지가 먼저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 아래 삼베 보자기에 쌓인 뭔가가 놓여 있었다. 그 물건이 무엇인지도 궁금했지만 도대체 누가 내게 이런 것을 보냈을까 하는 궁금증에 내 손은 편지지로 먼저 갔다.

나무아미타불. 가끔 삶이 향기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조그마한 마음 내어 줌에서도요........^^
이 다기가 인연되어서 녹차 향처럼 향긋한......그리고 입안에 오래도록 머금어지는 차향처럼
향긋한 삶 되시길......○○암 ○○스님


아! 이제야 편지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게 됐다.

얼마 전 국유림 대부료 등 체납된 국세를 받아들이고자 채권해소계획을 세우고 우선 채무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던 일이 있었다. 그 때 바로 편지의 주인공인 ○○스님과도 통화를 했다. 채무자의 이름만 보고 그냥 시골아낙이겠지 하고 전화를 했는데 산자락에 위치한 작은 암자의 비구니였다.


스님은 "산중이라 자주 나갈 형편이 못되어 납부하지 못했다"고 미안함을 전하면서 "다음에 시내 나갈 때 관리소엘 들리겠다"고 말했다. 금액도 워낙 소액이었고 우선 한건이라도 채권을 해소하고 싶은 욕심에 "그럼 제가 우선 내 드릴 테니 나중에 들리세요"라고 전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스님은 가볍게 행한 나의 편의에 대해 감사의 편지에다 작은 선물까지 보내준 것이다. 난 오히려 부끄럽고 그 분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늘 숲 속에서 청정한 생활을 하시는 분이라 숲을 닮아 마음이 그리 넓고 따뜻한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를 다 읽고 난 후 잔잔한 감동으로 보자기를 펼쳐보니 녹차향기가 배어있는 다기 하나가 정성스레 놓여있었다. 진짜 삶이 향기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곽은경 국민기자 applerh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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