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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 부디, 잘좀 길러주세요" 2005-03-11 20:35
공원에서 기자가 만난 불쌍한 강아지 이야기
























고개를 숙이고 힘들어 하는 강아지


휴일날 저희 부부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공원을 찾았습니다. 오후 다섯 시쯤 공원에서 내려오는데 오솔길 벤치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두어 마리의 개가 보였습니다. 저희 부부는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끼리 모여 개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 현장을 지나가려고 했습니다.

바로 그때 40대 중반쯤 돼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개 한 마리를 내려다보면서 “아이구, 이 개 어떡하냐?”며 안타까워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아내와 저는 주인이 버리고 간 개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아저씨는 저희 부부에게 그 개를 데려다 키울 수 없느냐고 물었지만 저흰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기를 형편이 안되었기 때문입니다.

버려진 개는 시베리아 지방에서 눈썰매를 끄는 개로 잘 알려진 ‘시베리안 허스키’라는 종으로 성견이 되면 몸집이 매우 크다고, 주변 사람들이 개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었습니다. 또한 생후 2-3개월 된 순종 허스키(암컷)는 분양가가 최고 100만원을 호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양새나 가격 등 전체적으로 볼 때 꽤 가치있는 개가 어떻게 여기에 버려진 것일까? 이 개는 콧물을 심하게 흘리고 있었고 움직임이 아주 부자연스러웠습니다. 마치 큰 병을 앓는 것처럼 비틀거렸습니다. 나무에 머리를 기댄 채 땅만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이 개를 처음 목격한 사람은 성남시 수정구 단대동에 사는 김기철씨였습니다. 공원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이 개를 발견하게 됐고 그 옆에 개사료, 샴푸, 빗, 밥그릇 등 각종 개 용품이 담겨져 있는 박스도 함께 발견하고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버린 것임을 알았다고 합니다.

김씨에 따르면 개 발견 당시 20대로 보이는 한 여자가 이 근처를 서성이며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김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 개와 정이 많이 든 것 같은데 형편이 안 돼 여기에 버린 것 같다”며 “그래도 개 용품을 꼼꼼히 챙겨 두고 간 게 다행이라며 이를 돌봐줄 누군가가 빨리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콧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강아지


김기철씨는 벌써 두 시간째 자리를 뜨지 못하고 이 개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으면, 혹시 개 키울 여건이 되냐며 데리고 가서 키울 것을 권유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인근에 있는 공원관리사무소에 가서 방치된 개가 있음을 알리자, 공원 관계자는 밤까지 데려가는 사람이 없으면 우선 사무소에 두었다가 다음날 동물보호소에 연락하는 등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기를 형편이 안돼 공원에 개를 놓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때마다 관심 있는 분들이 버려진 개를 거두어 가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관리사무소에 신고하고 현장에 다시 들렀을 때 그 개는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몇 미터 이동을 했습니다. 오줌을 누기 위해서였습니다. 일을 마친 개는 원위치로 돌아가 또다시 비실거렸습니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오줌을 가리다니…. 어느 정도 훈련이 된 개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지친 모습으로 물을 먹고 있는 강아지

그때 두 분의 아주머니가 나타나셨습니다. 그 분들은 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개 발을 만져보시더니 열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콧물이 흐르는 것으로 보아 감기에 걸린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물을 따라 주었습니다.

사료에 입 한 번 대지 않던 개가 허겁지겁 물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연거푸 세 번을 따라 주었습니다. 얼마나 목이 말랐으면 저렇게 물만 먹을까? 결국 그 개는 물을 오랫동안 먹지 못해 탈진상태까지 겹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을 그렇게 먹은 후에야 개의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 움직임도 더욱 활발해졌습니다.

결국 그 아주머니가 개를 거두기로 했습니다. 사람이나 개나 목숨은 똑같이 중요하다 하시면서 조용히 개를 끌어안았습니다. 병원 가서 주사 한 대 맞으면 금방 나을 거라면서 마치 아기처럼 개를 끌어안고 쓰다듬으셨습니다.




* 이 글은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윤태 기자 yuntae@eco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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