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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의 의미를 되새기며' 2006-05-24 08:39
최근 기관장이 되면서 저녁 회식으로 이어지는 많은 모임에 참석하느라 식구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주위를 보면 이러한 모습이 일반적인 우리 가정의 모습이 되어 버린 지 오래임을 알 수 있다. 부모들도 바쁠 뿐 아니라 아이들도 방과 후 활동이 많아지면서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일이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과거보다 생활은 더 풍요로워졌다지만 과거의 모습 중 아름다웠던 것들을 우리는 많이 잃어버린 듯하다. 과거 우리네 가정에서는 밥 때가 되면 식구들 모두가 둘러앉아 함께 식사하면서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손자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식사는 가족간 소통의 공간이었으며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미국에서 가족식사를 하는 가정은 지난 30여 년째 계속 줄어들다가 2000년 이후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다수 주정부는 매년 9월 넷째 월요일을 '가족의 날(Family Day)'로 정하고 가족이 저녁 식사를 함께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학교 당국이 학부모 단체, 사설 학원과 손잡고 특정일을 정해 학교 행사, 과외, 스포츠 활동을 없앤 '가족의 밤'을 만들어 가족이 함께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일부 기관 및 기업들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 육아 데이, 행복 데이 등을 만들어 가족과 함께 할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는 가족을 이야기할 때 흔히 식구라는 말을 사용한다. 식구(食口)란, 같은 집에서 끼니를 함께 하며 사는 사람을 의미한다. '한솥밥을 먹는다'는 말로 친밀한 관계를 나타내듯이 '식구'는 '가족'에 비해 훨씬 정감 있고 정서적인 낱말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일상적인 회화에서 점점 가족이라는 말이 식구를 밀어내는 추세를 감지할 수 있다. 아마 같은 집에 살면서도 얼굴을 맞대고 밥을 같이 먹는 일이 줄어드는 오늘날의 경향이 언어생활에 스며들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식구라는 것은 몸이 불편하거나 능력이 없거나 늙었거나 어리더라도 밥을 굶기지 않고 함께 살아가고 부양해 가는 구성원이다. 식구라는 이치를 알고 살아간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가정이 생산 활동의 근간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산업사회로 들어서면서 오로지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올리는 데 사회 또는 기업주의 모든 노력이 경주됐다. 업무가 세분화됐고 단순 반복되는 대량생산체제 하에서 남성은 직장에 여성은 가정에 얽매는 사회구조로 발전되면서 직장에의 충성은 강조되지만 가족과 지역사회에서의 인간관계는 희박하게 됐다.

그러나 이제는 지식기반사회로 넘어왔고 사람들은 삶의 질에 가치를 두게 되었다.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감성, 지식과 창의력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며 이들은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친밀한 인간관계가 유지되는 사회에서 잘 발현된다. 즉, 가정친화적인 사회가 경쟁력 있는 사회가 됐으며 사회나 직장 모두 가정친화적인 사회를 구축하도록 노력해야할 시점이다.

가정의 달 5월은 어린이 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날들이 참 많다. 이맘때면 부모는 건강하고 슬기롭게 자라는 자녀들이 새삼스럽게 소중하고, 자녀는 자신을 낳아 사랑으로 길러주는 부모님의 크신 은혜를 한없이 느끼고 감사하게 된다.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5월을 맞아 식구, 한솥밥을 먹는 사람이란 의미를 직접 실천해보는 5월 한 달이 되길 바란다.

글/정광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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